턴테이블 방식은 다이렉트 드라이브, 벨트 드라이브 등으로 나뉜다. 그 옛날에 아이들러 드라이브 방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구동 방식 외에 수많은 설계의 비법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플래터를 서스펜션으로 들어올려 진동을 감쇠기키는 플로팅 방식도 있고 단단히 고정시킨 리지드 방식이 있다. 모두 진동을 어떤 시각에서 보고 감쇠시키느냐에 대한 고찰의 방식 차이다. 때론 진공 흡착 방식으로 엘피를 플래터에 완벽히 흡착시키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한다.
상위 하이엔드 턴테이블로 가면 마그네틱 드라이브 방식도 나온다. 예를 들어 최근엔 독일 트랜스로터 턴테이블이 최근엔 대표적이다. 아마도 현역 턴테이블 중 자력을 활용해 플래터를 공중 부양시킨 턴테이블 중 가장 인기가 높고 완성도도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듯. 최근엔 에소테릭 같은 디지털 전문 브랜드가 이와 비슷하지만 꽤 다른 방식으로 플래터를 공중 부양시킨 상태에서 회전시키는 설계를 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마그네틱 드라이브 방식의 선구자 중 하나는 j.C. Verdier의 La Platine이 생각난다. 프랑스 브랜드 중 이런 턴테이블을 만드는 곳은 정말 이례적일만큼 정밀했다. 게다가 마그네틱 드라이브 방식으로 수십 킬로그램의 플래터가 자력을 떠서 움직이는 광경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이란…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괴물 같은 턴테이블이 있었으니 컨티늄의 칼리번 턴테이블이었다. 이 턴테이블은 자력을 활용해 공중 부양시키는 것에 더해 플래터에 진공 흡착 기능이 있어 엘피를 플래터에 거의 완벽히 흡착시켜 평평하게 만든 상태에서 주행한다.
바로 컨티늄 칼리번 턴테이블을 설계한 장본인이 만든 턴테이블 브랜드가 도흐만이다. 도흐만 턴테이블이 국내 들어왔다는 소식에 놀랐다. 무척 고가 장비이기 때문. 하이엔드 턴테이블 수요가 정말 극소수인 국내에서 과연 이 턴테이블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칼리번 턴테이블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도흐만은 보증 수표에 다름없다. DSP로 정밀 컨트롤되는 3상 모터에 정밀한 전류를 흘려주는 DC 전원부. 3층 구조로 진동 감쇠를 꾀한 플래터 하며 모든 부분들이 진지하게 고려된 모습이었다.
베어링도 다이아몬드 코팅이며 톤암 보드와 메인 구동축을 분리해 간섭을 피한 모습이다. 핵심은 바디의 구조에 있었다. 마치 내가 사용하는 린 LP12를 떠올리긴 하는데 플로팅이라는 방식이라는 것 외엔 전혀 다른 구조를 보인다. 베이스 몸체를 건드리면 상하, 좌우로 모두 흔들린다. 대신 금세 진동은 잦아든다. 너무 재미있어 자꾸만 베이스를 건드려보고 싶어진다. 항공 엔지니어와 호주 전력 회사를 소유한 엔지니어들이 보여 우주 최강의 턴테이블을 만든 듯하다. 스탠포드대에서 미국 문화유산의 보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된 빈티지 녹음을 분석할 때 이 턴테이블을 사용한다니 말 다했다.
소리는 정말 하이엔드 사운드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정교한 사운드. 베이스에서 진동이 감쇠되어 그라함 Elite 톤암의 주행이 무척 수월해진 듯한 모습이다. 하야부사 카트리지가 톤암에 매달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가 말끔한 고속도로를 주행하게 된 느낌이랄까. 더불어 다즐 프리앰프의 내장 포노단은 역시 진국이다. 이런 사운드엔 사실 다즐과 카르마 사운드가 숨어 있다. 특히 아큐톤 드라이버를 사용한 스피커 중에 내 생각엔 카르마를 따라올 스피커는 단분간 없을 듯. 개인적으로 아큐톤 다이아몬드 트위터에서 이런 음악적인 소리가 나는 건 처음이다. 하이엔드 아날로그 사운드란 어떤 것인지 궁금한 분이라면 일청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