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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사운드의 거울과 마주하다

어쿠스틱 시그니처 Maximus NEO

maxmus neo 3

의심을 잠식하다

모든 것은 소스, 즉 LP, CD,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음원들로부터 시작한다. 그 중 피지컬 포맷은 가장 신뢰가 높은 소스다. 뮤지션들은 피지컬 포맷, 즉 CD나 LP 혹은 잠시 유행했던 DAT, SACD로 발매될 앨범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경주했다. 뮤지션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와 녹음 엔지니어 및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피땀이 녹아 있다. 앨범 전체가 온전히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데는 음악 자체 뿐 아니라 다이내믹스, 사운드 스테이징, 해상도에 대한 결정 등 다양한 음향적 기준과 목표를 세우고 그에 도전해야했다.

acoustic signature cartridges plst 01 1500

음악을 감상하는 입장에서 오디오에 대해 집중하는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촉발한다. 내가 정말 인생 앨범이라고 생각하는 음악이 있는데 과연 내가 듣고 있는 것이 이 앨범에 담긴 음향적 최대치인가? 라는 의문. 한번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더 높은 스펙 혹은 더 잘 리마스터링 처리된 음원을 찾기 시작한다. 특히 엘피의 경우 그 판본에 따른 음질차가 상당해서 심한 경우 2만 원대 재발매 엘피로 듣다가 종국엔 1백만원이 넘은 오리지널 초반을 구입하게 되기도 한다.

어쿠스틱 시그니처 턴테이블 라인업 2

이런 완벽에 대한 추구에 대한 하드웨어 제조사의 답변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일단 엘피에 기록된 정보를 가장 먼저 읽어 들이는 데 사용되는 카트리지는 MM, MC 같은 단순한 구분을 넘어 스타일러스, 캔틸레버 소재, 마그넷과 코일의 소재와 구조, 보빈과 최종 외부 마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어 톤암 같은 경우도 알루미늄부터 카본, 목재 등 대단히 다양한 톤암 파이프 외에 헤드셀의 다양한 구조를 모험했고 톤암 베어링 소재,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더불어 다이내믹 밸런스, 스태틱 밸런스는 넘어 리니어트래킹 방식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개념화해 형상화시켰다. 과연 어떤 방식이 가장 확실하게 이 오디오파일의 의문과 의심을 잠식할 수 있을 것인가?

acoustic signature technologien fb

어쿠스틱 시그니처

때론 현대의 여러 턴테이블 메이커는 구동 방식이나 소재보단 외관을 치장하는데 열심인 것 같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브랜드는 자체적인 개발, 생산 시설 없이 OEM 방식으로 제작해 외관을 꾸며 출시한다. 카트리지나 톤암도 마찬가지지만 이제 턴테이블 설계, 제작에 있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전 세계에 수출 가능한 메이커는 많지 않다. 그런 원천 기술을 보유한 브랜드를 몇 개 언급하자면 독일의 클리어오디오와 트랜스로터, 닥터 페이커트, 브링크만, 토렌스, 영국의 레가와 린,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스위스의 나그라, 그리고 미국의 크로노스나 TW 어쿠스틱스, VPI 같은 메이커들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독일 턴테이블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며 서브로는 레가, 린 등 영국 브랜드 제품들을 꾸준히 사용해오고 있다. 독일은 여러 턴테이블 전문 메이커가 운집해있는데 그 중 국내에선 구경조차 힘들어 항상 궁금증만 키워온 브랜드가 하나 있다. 바로 이번 리뷰의 주인공 어쿠스틱 시그니처다. 이들은 1996년 독일에서 설립된 아날로그 전문 메이커로서 턴테이블은 물론 톤암, 카트리지 등 모든 아날로그 관련 기기를 만들어낸다. 아날로그 전문 메이커인만큼 정밀 CNC 및 CAD 등 자체 시스템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약 30여명에 가까운, 숙련된 엔지니어 및 제작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Maximus NEO

이번에 시청한 제품은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엔트리 모델에 해당하는 Maximus NEO 턴테이블이다. 사실 이 브랜드에선 엔트리급이지만 타사의 중급 모델 정도는 될 수 있는 모델로서 상위 모델과 상당히 많은 독자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일단 전체 구성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알루미늄 바디에 알루미늄 플래터를 채용한 무거운 무게에 3점지지 형태다. 전원은 외부 어댑터를 통해 DC를 공급받아 작동하며 구동 방식은 벨트 드라이브 형태로 설계했다. 속도는 33 1/3 및 45RPM을 베이스 우측 상판에서 버튼을 눌러 제어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톤암 또한 TA1000NEO라는 자체 제작 9인치 톤암을 설치했으며 카트리지 또한 자사의 MCX1 MC 카트리지를 동원했다.

턴테이블은 정확하고 깨끗한 전원을 통해 모터에 질 좋은 전원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다. 더불어 정속 회전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모터가 필수요소다. 이 모터에 풀리를 설치하고 벨트를 걸어 플래터를 회전시킨다. 와우&플러터 현상이나 모터 코깅 현상이 일단 없어야 플래터가 속도 변이, 진동 없이 정숙하게 회전할 수 있다.

일단 Maximus NEO 같은 경우 AC 모터를 사용하는데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극과 코일이 100% 올바르게 작동하지 못하면서 진동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위상 변화인 점에 착안해 이들은 모터 신호에 대한 위상 변화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면서 오류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탑재했다. 이를 어쿠스틱 시그니처에선 AVC, 즉 ‘Automatic Vibration Control’ 시스템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AVC Level 3 on the three motor powered Ascona NEO

여타 메이커에서도 모터 작동 스피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보정해주는 시스템을 채용하곤 있지만 이처럼 모터 작동 원리를 파악해 원천적인 부분을 제어하는 시스템은 흔치 않다. 여기서 AVC 레벨을 모터 개수나 설계에 따라 레벨 1, 2, 3 등 세 단계로 마련해놓고 각 모델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Maximus NEO는 레벨 1을 적용했다. 실제 테스트해보면 ON 버튼을 누른 후 서서히 스피드를 올려가면서 33 1/3RPM 인디게이터가 깜빡인다. 약간의 인내심을 견디며 기다리면 인디게이터의 깜빡임이 멈추며 비로소 33 1/3RPM에 이르러 정속 주행한다. 이 때부터 엘피를 들을 준비는 끝난다. 속도를 체크해보면 정말 스트로보스코브의 점선이 어떤 미동도 없이 멈춰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대단한 정확도다.

Dura Turn Diamond 베어링

모터 이 외에 진동의 또 다른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플래터의 스핀들 베어링에 대해서도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독자적이며 영민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단 플래터는 약 6kg 정도 무게로 육중한 느낌이며 베이스 몸체와 함께 매우 아름다운 표면 마감이 마음에 든다. 오래 되어도 크롬 도금처럼 지저분해지지 않을 듯해서 마음이 놓이는 면도 있을 듯하다. 플래터 중앙으로는 스핀들이 가로지르는데 고강도를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에 플라즈마 코팅을 한 형태다.

Dura Turn Daimond 베어링 2

그리고 DTD, 즉 ‘Dura Turn Diamond’ 베어링을 적용해 기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진동 노이즈를 극도로 줄이고 있다.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베어링으로 인한 진동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역 베어링 방식을 채택하는 제조사도 있지만 엘피로부터 더 멀리 떨어트리면서 진동을 막을 수 있는 방식으로서 자사의 턴테이블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어쿠스틱 시그니처 턴테이블은 스핀들 베어링 오일 주입이 필요하지 않다. 오일을 저장할 수 있는 신터 부싱을 내부에 마련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유지, 관리에 있어 대단한 성과다.

MCX1 카트리지 1

청음

POM-C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모터 풀리에 벨트를 걸면 매우 조용하고 천천히 플래터가 정상 속도를 향해 회전하기 시작한다. 톤암은 2중 레이어 카본을 사용한 톤암 튜브 및 볼 베어링을 사용한 저공진 스트레이트 타입으로 스태틱 밸런스 방식이다. 오디오퀘스트 5핀 동선 포노케이블이 기본 제공되며 VTA, 아지무스, 안티스케이징, 침압, 오버행 등 모두 조정 가능한 톤암이다. 특히 슬라이딩 베이스 타입이라서 오버행 적용 범위도 높은 편이며 다양한 톤암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트리지는 MCX1으로 0.55mV인데 MC 카트리지치곤 높은 편이며 로딩 임피던스는 100옴이다. 포노앰프는 평소 사용하는 서덜랜드 PhD, 프리앰프에 클라세 CP-800MK2, 파워앰프에 패스랩스 XA60.5, 마지막으로 스피커는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를 활용했다.

jennifer warnes the hunter lp 180 gram audiophile vinyl bernie grundman impex records rti 2011 usa

제니퍼 원스 – Rock you gently

Maximus NEO 턴테이블은 굉장히 정숙한 턴테이블이라는 것이 소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는 스피커 사이 정 중앙에 달처럼 떠올라 반짝인다. 배경은 매우 깨끗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대역 밸런스가 차분한 편으로 그 어디에서도 과장된 몸짓이나 또는 왜소하게 움추린 듯한 표정도 발견할 수 없다. 소리 입자가 매우 고와 조그만 표면 질감도 놓치지 않고 표현해내는 등 청감상 매우 높은 SN비를 보여준다.

덱스터 고든 – Cheese cake

뮤직 매터스 재즈의 블루노트 재발매 LP는 종종 재즈 녹음의 레퍼런스를 활용하곤 한다. 오리지널보다 더 살아 숨쉬는 텍스쳐와 해상력, 스테레오 이미징이 현장감을 배가시킨다. 이 엘피를 처음 재생하자마자 Atria의 베릴륨 트위터가 뭔가 앞에 놓여있던 장막을 걷어낸 듯 탁 트인 전망을 보여준다. 특히 심벌 사운드는 놀라운데 노이즈로 인해 가로막혔던 정보가 쏟아지듯 싱싱하고 섬세한 금속성 사운드의 향연이 이어진다. 매우 섬세하며 다이내믹 컨트라스트가 충분히 표현되어 실체감이 극대화된다.

heifetz

하이페츠/보스턴 심포니 – 멘덴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미국 출신 턴테이블들이 다소 적극적이고 조금은 과장된 사운드 스테이징을 표현해 호방하고 극적인 쾌감을 유도한다면 Maximus NEO는 반대편에 있다. 매우 조밀한 음들이 아주 정교하게 고운 표면 질감을 형성한다. 차분한 대역 밸런스에 더해 매우 정확한 토널 밸런스를 선보인다. 속도 불균형으로 인한 음정 왜곡에 매우 취약한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독주에서 이 턴테이블은 어떤 타협도 없다. 마치 컴퓨터로 계산한 듯한 주행 속도 위에서 정확한 음정과 다이내믹스는 다소 거친 과거의 녹음도 정말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istvan

이슈트반 케르케스/빈 필- 드보르작 교향곡 5번, 4악장

오래된 녹음에서든 신녹음에서든 Maximus NEO는 공간을 표현하는 데 있어 어떤 어려움도 겪지 않는다. 이슈트반 케르케스 지휘, 빌 필하모닉이 연주한 드보르작 교향곡을 들어보면 초창기 스테레오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정교하게 배치되되 깊은 심도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악기의 음색은 어떤 착색도 없이 매우 정직하게 표현해내는 편이다. 다이내믹스, 즉 강, 약 표현에 있어서는 매우 세밀한 폭으로 표현되어 극적인 쾌감이나 과장 없이 무척 자연스러운 쾌감을 동반한다.

maximus neo 02 silver frontside 3000 l 1

총평

필자는 엘피를 주로 들으면서 실로 여러 턴테이블과 톤암, 카트리지, 포노앰프를 경험해왔다. 해당 엘피 판본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에너지 뿐만 아니라 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음향적 완성도를 위해서다. 언제나 이게 최선인지 자문하며 자기 검열을 하는 편이다. 어쩌면 직업병 같기도 하다. 그 근간에 자리한 오리지널 마스터 사운드에 대한 의구심이 어쿠스틱 시그니처 Maximus NEO에서 많은 부분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 최근 접한 도흐만 턴테이블 같은 모델도 그 범주 안에 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Maximus NEO는 엄청난 가격 대비 성능까지도 언급할 수 있을 정도다. 만일 내가 턴테이블을 교체한다면 후보 중 세 손가락 안에 넣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Maximus NEO는 아날로그 사운드의 거울과 같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AC-motors: 1 (integrated)
Drive system: RPM-regulated belt drive with speed fine adjustment
AVC: Level 1
Speed range: 33 1/3 RPM and 45 RPM
Power adapter: Exter­nal power supply
(100 – 260 V AC, 50 / 60Hz. / 24 V DC)
(WxDxH: 6 x 12 x 5.5cm; 0.2 kg)

Control panel: Integrated
Bearing: High-precision Dura Turn Diamond® bearing
Tone arm compati­bility: 9 inch tonearms
Maximum number of tone arms: 1
Platter: Alumi­num anodized
(Ø 300 x 34 mm / 5,8 kg)
Silencer: –
Chassis: 30 mm massive aluminum chassis
Feet: 3 height-adjustable gel-damped aluminum feet
Dimen­sions (WxDxH): 415 x 315 x 120 mm
Weight: ca. 18 kg
Available finishes : Black (anodized), Silver (anodized) oder, Bi-color

제조사 : 어쿠스틱 시그니처 (독일)
공식 수입원 : ㈜ODE
공식 소비자 가격

  • Maximus NEO : 6.500.000원
  • TA1000 NEO : 2,900,000원
  • MCX-1 : 840,000원

제품 문의 : 02-512-4091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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