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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루나가 안내하는 아날로그의 세계

프리마루나 EVO100 포노앰프

evo100 phono thumb

왜 포노앰프인가?

턴테이블을 중심으로하는 아날로그 시스템을 운영하다보면 종종 여러 선택지 앞에서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아날로그 시스템은 단순히 소스기기를 넘어서 하이파이 시스템 안에 똬리를 튼 또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카트리지, 톤암, 턴테이블 그리고 포노앰프라는 무척 단순해보이는 이 시스템은 구성하기에 따라 대단히 다양한 조합과 사운드 튜닝이 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소스 기기와 앰프, 스피커로 구성된 전체 시스템에 비할 정도로 복잡 미묘하며 그만큼 깊게 들어가면 신경쓸 부분이 무척 많다. 그리고 턴테이블을 중심으로 하는 아날로그 시스템엔 마치 스피커처럼 에너지를 변환해주는 트랜스듀서, 즉 카트리지가 있다는 면에서 유사한 맥락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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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카트리지를 좋은 것을 들였다고 해도 일차로 톤암과 매칭이 맞아야한다. 가볍고 매우 정밀하며 순간적인 어택 등 빠른 반응 속도를 중심으로 하는 최신 하이엔드 톤암에 오토폰 SPU 같은 카트리지를 매칭할 순 없는 것이다. 톤암과 카트리지 매칭이 끝났다고 해도 턴테이블 자체의 세팅이 중요하다. 물론 여기엔 톤암을 중심으로 하는 침압, 아지무스, VTA, 안티스케이팅 등 여러 난관들이 포함된다. 만일 이런 세팅이 필요없는 턴테이블이라면 고민은 고이 접어두어도 괜찮다. 하지만 적어도 카트리지와 톤암, 턴테이블 그리고 포노앰프로 이어지는 이 고리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향적 특성을 얻고 싶다면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riaa curve

그 중 포노앰프를 화두로 삼은 것은 프리앰프 혹은 인티앰프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이다. 과거 아날로그 엘피가 메인스트림 포맷이었을 당시엔 프리앰프에 내장된 포노앰프의 성능이 그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쟁쟁했던 브랜드의 프리앰프 내부를 분석해보면 포노 스테이지 회로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걸 확인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카트리지와 함께 포노앰프는 어찌 보면 디지털 시스템에선 DAC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노앰프를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여러 종류 테스트해보면 그 차이가 카트리지만큼이나 천태만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EL34 1

왜 진공관 포노앰프인가?

그렇다면 어떤 포노앰프를 선택할 것인지 관건이 된다. 일단 기능적으로 입/출력 및 ON/OFF 등 기본적인 기능 외에 MM은 물론 MC에 대응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RIAA 커브로 표준화되기 이전의 모노 LP를 주로 듣는다면 RIAA 외에 다양한 커브를 지원하는 포노앰프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기계적인 문제로 인한 저역 울렁거림을 방지하기 위한 서브 소닉 필터도 때에 따라 있으면 요긴하다. MC 카트리지를 사용한다면 더 많은 기능이 필요하다. 게인은 물론이며 로딩 임피던스 조정이 필요해진다.

EL34 2

하지만 이러한 기능 이전에 내부 소자를 어떤 것을 사용해서 증폭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일반적으로는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이 대중적이지만 때론 진공관 방식이 취향에 맞는 사람도 다수다. 왜일까? 다른 무엇보다 아날로그 엘피에서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디지털의 차가움보단 따스함이다. 진공관은 짝수차 배음 특성을 가지고 있어 차갑고 경직된 소리보단 따스하고 부드러운 사운드 특성을 갖는다. 한편 진공관은 진공관 교체만으로 다양한 사운드 튜닝이 가능하다. 예전에 비해 구관들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것도 이런 진공관만의 음질적 개성 덕분에 수요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EL34 3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진공관 포노앰프의 경우 MC 증폭단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고가의 경우 내부에 MC 증폭단도 마련해놓지만 가격이 상당히 올라간다. MM 증폭까지만 가능한 포노앰프를 사용하면서 MC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싶다면 외부에 별도의 증폭 장치를 추가해야한다. 헤드앰프나 승압트랜스가 그것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카트리지에 맞는 적당한 승압비를 찾아봐야하고 더불어 로딩 임피던스 값을 계산해봐야한다. 게인과 임피던스 양 쪽에 모두 부합하는 승압트랜스를 찾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승압 트랜스마다 고유의 음색이 있어 스펙만 부합한다고 해서 끝나는 일은 아니다.

전면 인터페이스

프리마루나 EVO 100

여기 하나의 대안이 나왔다. 바로 프리마루나 EVO 100이라는 포노앰프로서 진공관을 사용한 증폭을 하면서 동시에 MM 뿐만 아니라 MC 카트리지에도 오롯이 대응하는 모델이다. 프리마루나는 어떤 브랜드인가? 이제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많이 늘었지만 필자가 이 앰프를 소개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무명이었다. 그러나 프리마루나가 급속도로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진공관 앰프의 진입 장벽을 낮추된 진공관 앰프의 매력은 최대한 살려낸 소리에 있다.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내구성과 안정성을 보완해 진공관 앰프에 대한 선입견을 지워낸 것이다.

게인 조절 노브

이번 프리마루나 포노앰프의 설계 철학도 마찬가지다. 우선 EVO 100 포노앰프를 박스에서 꺼내면 이전에 사용해봤던 EVO 100 DAC와 거의 유사한 디자인의 몸체가 드러난다. 약 28cm 정도로 일반적인 랙에 충분히 수납하고 남는다. 우선 전면을 보면 중앙 우측에 ON/OFF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좌측으로 MM 및 MC 선택 버튼을 마련해 정확히 구분해놓고 있다. MM 카트리지를 사용할 경우 MM 선택 버튼을 누르면 40dB 게인이 확보되면 로딩 임피던스는 47K옴으로 고정된다. 단, 커패시턴스의 경우 47pF, 100pF 중 선택 가능한데 기본은 1000pF다.

로딩 임피던스 조정 노브

그렇다면 MC 카트리지를 선택하면 어떤 조정 포인트를 건드릴 수 있을까? 좌측으로 MC 카트리지 사용시 로딩 임피던스 조정 노브가 있다. 50옴부터 100옴, 200옴, 5000옴, 마지막으로 1K옴까지 다양하게 조정 가능하다. 로딩 임피던스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제품 후면이나 하단 또는 내부에 딥 스위치 등으로 조정할 수 있게 설계한 경우가 많은데 전면에 노브로 조정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한편 우측엔 역시 MC 게인을 조정 가능한 노브를 설치해놓았다. 최소 52dB에서 56dB 그리고 최대 60dB까지 높일 수 있다. 저출력인 MC카트리지에 따라선 60dB는 조금 낮을 수 있지만 어쨌든 40dB가 한계인 MM에 비하면 무려 20dB나 높은 게인 수치다.

후면 입 출력단

후면은 매우 간단한 디자인으로 RCA 입력 한 조, RCA 출력 한 조가 전부다. 그럼 과연 어떤 진공관을 통해 이런 증폭이 가능할까? 우선 진공관 구성을 보면 12AX7을 네 개 채용해 MM 신호를 증폭한다. 한편 내부에 RIAA EQ도 내장해놓고 있다. 한편 MC 증폭 또한 진공관을 사용한다. 바로 6922라는 형번으로 12AX7처럼 일종의 쌍삼극관이지만 그 구조나 전압 특성이 다르다.

후면 내부 MC 증폭 6922 진공관

EVO 100 포노앰프는 바로 6922를 앰프 후면에 두 알 숨겨놓았고 이를 통해 최대 20dB를 증폭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MM 증폭에 40dB, MC 증폭에서 최대 20dB 게인 이득을 얻어 최대 60dB 증폭을 실현한 것이다. 대체로 진공관 앰프는 MC 증폭단을 내장하더라도 헤드앰프 혹은 승압 트랜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리마루나는 오직 진공관만 사용해서 MM는 물론 MC 증폭까지 포괄하는 순순 진공관 포노앰프 설계를 완성했다.

진공관 구성 3

한편 앞 열에 꼽혀 있는 12AX7 진공관 너머 뒤편을 보면 EL34를 네 개 사용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진공관 포노앰프에 웬 EL34인가 하고 놀랐다. 스피커를 바로 드라이빙하는 데 사용하는 EL34를 포노앰프에 사용하다니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프리마루나는 전원부에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되 정류단으로 5AR4를 사용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DC로 변환된 이후 EL34를 통해 최종적으로 안정화 과정을 거친다. 약간의 AC 리플도 없애기 위해서 EL34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각 채널의 세 개 고전압 회로에 전류가 공급되는 방식이다. 즉각적으로 충분한 전원을 공급하면서도 음악 신호를 가장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프리마루나의 독보적인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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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최근 듣고 있는 음반들을 주섬주섬 챙겨보았다. 열 장 정도가 추려졌고 하나 들어보면서 EVO 100의 성능을 살펴보았다. 테스트 시스템은 평소 자주 듣는 시청실 시스템을 활용했다. 프리앰프에 클라세 델타, 파워앰프로 패스랩스 XA60.5 모노블럭, 스피커는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를 사용했다. 한편 아날로그 시스템은 트랜스로터 ZET-3MKII를 기반으로 카트리지는 다이나벡터 DV20X2H를 셋업해놓은 상태다. 포노앰프는 평소 사용하던 서덜랜드 PhD와 연결을 해제하고 그 자리에 EVO 100 포노앰프를 설치했다.

정미조300

솔리드 스테이트 포노앰프로 듣다가 진공관 포노앰프로 교체하니 바로 진공관 앰프의 음결이 가득하다. 전체적인 밸런스 자체는 모난 데 없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정미조의 ‘귀로’ 같은 곡에서 보컬이 기존에 비해 좀 더 크고 둥글게 표현되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사실 보편적으로 중, 저가 진공관 포노앰프의 경우 전체 대역이 좁고 대신 음색 표현에서 개성이 이를 상쇄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EVO 100의 경우 대역폭이 좁다는 느낌이 없이 탁 트인 무대를 선보인다. 착색은 거의 없이 맑고 투명하며 보컬이나 악기의 표현이 약간 느슨하고 부드럽다. 역시 진공관 포노앰프로 듣는 맛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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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진공관 포노앰프의 맛을 더 살려보기로 한다. 콜맨 호킨스의 색소폰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One note samba’를 걸었다. 임펄스 레코딩 중에선 무척 대중적인 연주를 담고 있는데 색소폰이 호방하면서 여유 넘치게 펼쳐진다. 그렇다고 혼 악기가 너무 크게 펼쳐지면서 포커싱이 뭉개지는 소리는 아니다. 적절한 음상과 함께 악기의 표면 질감이 부작되어 들린다. 당연히 솔리드 스테이트보단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건조하고 딱딱한 소리가 아니라 촉촉한 윤기가 스며들어 있어 누가 들어도 진공관다운 소리다. 다만 표면 텍스처를 뭉개 흐릿하게 만들지 않고 오롯이 싱싱하게 표현한다. 진공관 앰프 치곤 해상도도 높은 편이다. 고전적인 설계의 진공관 포노앰프 사운드를 기대하는 사람에겐 상당히 현대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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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 100은 음악 장르를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이다. 어택도 빠른 편이며 소리의 두께도 아주 얇지도 너무 두텁고 무딘 편도 아니다. 포노앰프에 대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면 질감 좋은 솔리드 스테이트냐 진공관이냐는 주제가 아니다. 되레 어떤 음질을 들려주느냐가 관건이며 그런 면에서 EVO 100은 솔리드 스테이트와 진공관의 중간 어디 즈음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스틸리 댄의 ‘Aja’나 ‘Deacon blues’ 등을 들어보면 무척 유연하고 그루브 넘치는 리듬 위에 맛깔난 기타 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확실히 솔리드 스테이트에 비하면 잔향이 약간 추가되어서 더 풍성한 느낌이 감칠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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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진공관 포노앰프를 운용해보면 처음 들었을 땐 달콤한 음색과 중역의 진한 맛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이내 해상력의 부족과 약간 답답한 무대 표현이 불만이다. 그래서 종종 포노앰프를 두 대를 운용하곤 했다. EVO 100의 경우 진공관 앰프들의 착색은 줄이되 솔리드 스테이트 포노앰프의 광대역, 입체감은 많은 부분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특별히 불만스러운 부분이 생기지 않는다. 하이페츠와 보스턴 심포니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확실히 각 악기들의 풍부한 음색 표현이 부각되어 들린다. 특히 존득한 바이오린 음색은 때론 날카롭게 들리기 십상인데 EVO 100이 중화시켜 부드러운면서도 선연한 느낌을 잘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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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종종 리뷰를 통해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 스테이트 포노앰프를 만난다. 여전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두 소자에 대한 담론은 뒤로 하고 과연 어떤 포노앰프가 더 자신의 마음에 들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만일 진공관 포노앰프의 자연스럽고 풍부한 톤의 음색을 좋아하지만 MM 포노에 승압 트랜스 등 생각만해도 예산과 세팅에 머리가 아파올지도 모른다. 필자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EVO 100은 한 달여 들어보면서 그러한 고민을 날려버렸다. 아주 낮은 출력의 저출력 MC 카트리지라면 약간 게인이 모자랄 수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운영 중인 2.8mV 고출력 MC 카트리지에선 충분한 게인과 정확한 임피던스 매칭을 통해 매력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진공관 포노 앰프의 음색과 솔리드 스테이트의 편의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EVO 100은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Input : Stereo RCA
Output : Stereo RCA
Tube Complement : 4 X 12AX7, 2 X 6922, 2 X EL34, 2 X 5AR4
Dimensions (W x H x D) : 11″ x 7.5″ x 15.9″
Weight : 28.7 lbs

Moving Magnet Stage
Gain : 40 dB
Input Impedance : 47 kOhm
Input Capacitance (Selectable) : 47 pF, 100 pF

Moving Coil Stage
Gain (Selectable) : 60, 56, 52 dB
Input Impedance (Selectable) : 50, 100, 200, 500, 1000 ohm

제조사 : Prima Luna(NL)
공식 수입원 : ㈜ 웅진음향
공식 소비자 가격 : 3,9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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