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쩌다보니 여러 턴테이블과 카트리지를 경험하고 있다. 리뷰 때문에 대여받아 사용하는 거지만 리뷰 이전에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해서 재미있게 테스트해보곤 한다. 예를 들어 클라우디오 턴테이블은 아마 수년간 경험해봤던 하이엔드 턴테이블 중 가장 충격적인 메커니즘이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보다 되레 더 독특한 아이디어가 빛나기도 했고 실제 성능도 무척 출중했다. 한편 어쿠스틱 시그니처도 나의 위시 리스트에 넣었다. 진동 감쇄에 있어선 세상에 그 어떤 턴테이블도 범접하기 힘든 기술로 가득해서 그 기술적 심연을 들여다보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다들 수 천만원대 가격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시청실에 트랜스로터 ZET-3MKII, 집에선 린 LP12까지 있는데 또 무언가를 들이기가 부담스럽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불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시절엔 그저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는 게 나은 선택인 듯했다. 그렇다고 모든 걸 처분하고 하나에 올인하는 건 나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 단 하나의 시스템에 모든 예산을 들이붓기보단 예산을 나누어 여러 소리를 듣고 즐기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트리지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고만고만한 카트리지 대여섯 개를 가지고 있지만 단 하나의 플래그십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계속 귓가를 맴도는 소리 하나가 있다. 다름 아니라 하나 Umami Red와 Blue다. 사실 지금 사용하는 하나 ML도 불만은 거의 없다. 무척 고운 입자감과 높은 해상도 및 SN비, 강력하게 귀를 파고 드는 소리보다 이렇게 해상도가 좋으면서도 자극 없이 뮤지컬리티가 높은 소리를 좋아는 내게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상위 카트리지에 대한 욕망은 부풀어져만 갔다.
최근 결단을 내리고 그냥 영입해버렸다. 선택은 Umami Blue다. 세상엔 여러 하이엔드 카트리지가 있다. 그러나 조금만 나의 마음에 들라치면 가격이 너무 올라버려 예전 같지가 않다. 그 중에서 소리 대비 성능이 정말 높은 카트리지가 하나 카트리지들이다. 그 중 Umami Blue는 ML과 Umami Red 사이에 가교 같은 역할을 하는 카트리지로 가성비는 최고다. 사실 아무래도 Umami 라인업이기 때문에 Red에 좀 더 가까운 성능을 내준다.
Umami Red가 사마륨 코발트 자석을 채용한 반면 Blue는 ML처럼 알니코를 사용했지만 마이크로 라인 타입 누드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 보론 캔틸레버를 사용하고 있는 건 동일하다. 둘 다 고순도 구리 코일을 사용했고 PEEK 소재 터미널 플레이트와 24K 금도금 터미널을 채용한 모습.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라면 아마추어 모양이 Red는 사각형인데 반해 Blue는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 소재는 둘 다 퍼멀로이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바디는 둘 다 두랄루민이지만 Red는 Urushi, 즉 옻칠을 하고 붉은 색 래커 마감을 했다는 게 표면적인 차이다. 물론 이런 소재는 음질에 매우 섬세하게 영향을 준다는 걸 알고 있다.
아무튼 이제 상자를 오픈하고 장착해서 들을 예정인데 이미 들어보고 테스트도 다양하게 해본 터라 안심은 된다. 다만 이 카트리지를 들이고 보니 톤암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는 것. SME도 예전 같지 않고 구할 수 있는 만만한 톤암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얘 어쿠스틱 시그니처 같은 턴테이블을 무리해서라도 구입해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