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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오디오의 이정표

루민 L2 네트워크 스위치/뮤직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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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스트리밍의 빛과 그림자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시대가 오면서 오디오파일은 분주해졌다. 가장 뛰어난 성능과 기능을 가진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찾았다. 그리고 NAS를 구축하기도 했고 일부는 그냥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안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대충 세팅해서는 좋은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어떤 이는 스트리밍 음질에 마음을 돌려 CD, LP로 되돌아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과거나 지금이나 온라인 스트리밍 음질은 최선이 아니다. CD 또는 리핑 음원이 되레 온라인에서 떠도는 24비트 음원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타이달에서 제공하던 MQA가 문을 닫은 이유도 사실 껍데기만 24비트였지 손실 포맷이라는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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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중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고 집요해졌으며 현재 코부즈와 타이달 정도면 하드웨어에 따라서 꽤 뛰어난 음질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그 하드웨어가 문제다. 시디 플레이어 자체가 완제품이라면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레이어는 반제품 같은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가장 큰 이유는 네트워크 플레이어 같은 장비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다수의 전통적인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들의 능력 부재가 크다. 또한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통해 인입될 수 있는 노이즈와 기능, 스트리밍 플랫폼과 앱 편의성 등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린, 네임오디오 같은 메이커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이런 부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실험, 개발 과정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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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편으로 이런 상황은 하이파이 오디오 부문 밖에서 여러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국내만 해도 오렌더, 하이파이로즈는 원래 오디오 만들던 회사들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네트워크 부문에선 일반 하이파이오디오 메이커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그리고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런 브랜드가 하이파이 부문에 등장해 이름을 알려왔다. 그 중 루민이라는 브랜드는 초창기부터 지켜보면서 그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실제 홍콩 오디오쇼에서 만났던 루민 스탭들은 전문적인 네트워크 지식과 경험으로 중무장했다. 초기엔 린 클라이맥스 카피캣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후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설계와 스트리밍 플랫폼, 그리고 무엇보다 막강한 성능으로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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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민 그리고 네트워크 스위치 허브

그런데 루민이 새로운 제품을 하나 들고 나왔다. 바로 L2라는 모델. 처음엔 그냥 새로운 네트워크 플레이어인 줄만 알았는데 제품을 뜯어보니 아니었다. 다름 아닌 네트워크 스위치 허브였다. 이들은 이미 네트워크 스트리머에서 음질적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전 모델에서도 일부는 네트워크 플레이어지만 이더넷 랜 포트를 여러개 마련해놓아 플레이어 겸 허브 역할을 맡겼던 적이 있다. 적어도 공유기 등 오디오 전용으로 설계, 제작된 네트워크 장비를 쓰지 말라는 의미다. 랜 포트를 통해 인입되는 각종 노이즈가 음질에 끼치는 해악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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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공유기, 허브 등 일반 가정용으로 설계된 제품들은 엄청난 노이즈 덩어리다. 일부 노이즈에 취약한 오디오 장비들을 공유기 옆에 두면 소리가 탁해지며 때론 전기적 노이즈가 섞여나오는 때도 있을 정도니까. 이런 상황에서 오디오용 허브를 만들어내는 오디오용 허브 메이커가 꽤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 혹은 오디오 메이커, 그리고 기존의 넷기어 같은 브랜드에서도 고급 허브를 출시했다. 물론 NAS로 유명한 버팔로에서도 멜코라는 브랜드를 통해 오디오용 허브를 내놓은 것도 주목할 만했다.

여기 루민이 빠질 수는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왜 이제야 루민이 스위치 허브를 출시했는지 조금 의아할 정도다.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 이 부문에서 강자 중에 하나로 평가받는 브랜드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메이커가 루민이다. 오죽하면 쳐다보지도 못할 선배 브랜드 에소테릭도 스트리밍 엔진는 루민에게 사서 쓰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루민은 과연 어떤 허브를 만들어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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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허브 겸 뮤직 서버

루민은 L2라는 모델을 개발하면서 음악 서버로서 기능하면서 동시에 네트워크 스위치 허브로 기획했다. 단 하나의 기능만 넣기엔 아까웠는지도 모른다. 일단 후면을 보면 일반적인 LAN 포트가 두 개, 그리고 옵티컬 네트워크라고 표기된 포트가 두 개다. 일반적인 LAN 포트는 많이 보아왔지만 옵티컬 네트워크는 무엇인지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것은 SFP라는 전송 규격을 갖는 광 전송 포트다. 여러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경험했다면 후면에 SFT 입력단을 본 적이 있다. 만일 모르고 있었다면 바로 운용하고 있는 플레이어 후면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예를 들어 린이나 루민 그리고 국내 브랜드 중엔 하이파이로즈, 그리고 최근 출시된 제품 중엔 에버솔로 플래그십 A10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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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는 이렇게 총 네 조의 네트워크 입/출력 포트를 갖추고 있어 공유기나 일반 허브에서 일반적인 LAN 입/출력을 활용해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연결할 수도 있고 SFP 입력단이 있는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연결도 가능하다. 특히 SFP 광 전송을 이용할 경우 노이즈 억제 능력이 탁월하다. 시중에 여러 랜 아이솔레이터가 난무하기도 하고 네트워크 플레이어 메이커들도 외부 노이즈의 치명적인 음향적 손상을 알고 내부에 아이솔레이터를 장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기 내부에 설치된 아이솔레이터 같은 경우 하이엔드 제품이 아닌 경우 부실한 경우가 태반이다. 루민은 애초에 이런 외부 노이즈 유입을 막기 위해 아이솔레이션 회로는 물론 SFP 광 전송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괜히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사용자들은 SFP 지원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USB3.0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B 타입 USB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PC와 연결하면 파일 이동도 수월하고 빠르다. 다름 아닌 뮤직 서버로서 활용할 때 필요한 기능이다. L2 내부를 보면 양편에 총 두 개의 SSD를 내장할 수 있는 섹션이 마련되어 있다. 2테라 혹은 4테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리모트 앱에서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은 루민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이를 통해 내부에 음원을 저장하고 옮기는 등 다양한 셋업이 쉽게 가능하다. 만일 음악 서버로 활용하고 싶다면 네트워크 스위치 허브 기능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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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루민 L2를 박스에서 꺼내면 일단 매우 아름답게 가공된 알루미늄 섀시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모두 CNC 머신으로 정교하게 마감한 결과로서 최신 플래그십 네트워크 플레이어 P1의 그것과 동일한 제작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상급 알루미늄으로 전기적 차폐 성능도 우수하다. 내부엔 저노이즈 전원부가 차폐되어 설치되어 있다. 메인 보드와 거리를 두고 철저히 노이즈 간섭을 피하기 위한 철저함이 돋보인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네트워크 장비 제작의 베테랑들이 만들어놓은, 단순해 보이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은 설계다.

이번 리뷰는 단순히 제품을 간단히 훑어보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었다. 나의 레퍼런스 시스템에 L2를 도입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었다. 기본적으로 시청실은 공유기에서 TP 링크를 연결 후 다시 웨이버사 Wcore라는 룬서버와 연결된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은 모두 Wcore를 통해 연결되어 음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시간엔 Wcore를 제외하고 TP 링크에서 직저 네트워크 플레이어 P1 MINI에 연결해보고 그 다음 L2를 중간에 투입한 후 시청, 마지막으로 L2와 P1 MINI를 SFP 광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결해 성능을 테스트해보았다.

조성진 horz

시청

※ 테스트 곡

존 애덤스 – Bohemian rhapsody
프랜시네 써틴 – Queen Mary
루카 스트리카뇰리 – Thriller
조성진/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0번, 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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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청에서 가장 특이할 점은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나 표정 변화 없이 음향적인 성능 자체의 향상이다. 어떤 특정 경향으로 소리를 윤색한다던가 특정 대역을 부풀리는 버릇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존 애덤스의 ‘Bohemian rhapsody’는 원래 무척 청아한 보컬에 맛깔스러운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이다. L2 스위치 허브를 적용할 경우 배경 자체가 매우 맑아지며 약음 표현이 좋아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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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상승 효과를 가져온다. 약음들이 더욱 잘 들리고 노이즈에 갖혀 있었던 듯 여러 소리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실체감이 상승한다. 예를 들어 프랜시네 써틴의 경우 보컬의 음상이 더욱 명료하게 맺힌다. 보컬 음상의 주변부를 무언가 뿌옇게 가리고 있던 것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그뿐만 아니라 포커싱 자체도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마치 해상도가 낮은 손실 포맷으로 듣다가 무손실 음원으로 듣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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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음과 약음의 경계도 더욱 뚜렷하게 표현된다. 루카 스트리카뇰리의 ‘Thriller’ 같은 곡은 핑거스타일의 표본과 같은 곡인데 이런 강, 약 표현이 더욱 부각되어 더욱 짜릿한 쾌감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런 표현력의 진전 덕분에 리듬감 또한 더 상승하는 모습이다. 이런 음향적 정황들은 마치 하이엔드 클럭을 디지털 시스템에 추가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을 떠올린다. 지터 노이즈 억제라는 면에서는 그 방법론이 다르지만 결과는 유사한 편이다. 이 정도 성능 향상을 위해 전용 하이엔드 클럭에 투자한다면 몇 배의 예산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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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은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많이 활용한 녹음이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녹음이니 일단 악기 수가 가장 많으며 어쿠스틱 악기들의 각기 다른 미묘한 토널 밸런스 및 음장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각 악기 사이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더 명확하게 형성된다. 악기들의 포커싱, 명료도가 높아져서다. 마치 정보량이 더욱 상승한 듯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음장 또한 전/후 공간의 깊이가 다층적으로 레이어링을 형성해 더 깊게 음악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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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오랜 시간 여러 허브를 사용해봤고 액세서리에 대한 심도 깊은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스위치 허브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에 접어들었다. 공유기에 직결하는 경우 최악이며 중간에 허브만 두어도 어느 정도 개선되는 경험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러 기기를 사용할 때 필요한 허브 자체의 기능이 아닌 음향적 업그레이드가 목적이라면 보편적인 스위치 허브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것은 나의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궤를 같이하는데 시스템의 음질 수준이 높아질수록 스위치 허브에 따른 성능 수준 차이도 더 벌어지는 경향이 보였다. 여러 네트워크 환경으로 인한 전기적 노이즈와 고주파 노이즈 및 지터 노이즈는 기기 자체에서 모두 걸러내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광 SFP 전송의 덕이 크다고 판단된다. 이 외에 뮤직 서버로서의 기능까지 고려할 때 루민 L2는 네트워크 오디오의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

Internal Storage
No drives, 4TB (2x 2TB) or 8TB (2x 4TB) 2.5″ SSD

Supported Audio File Formats
DSD Lossless: DSF (DSD), DIFF (DSD), DoP (DSD)
PCM Lossless: FLAC, Apple Lossless (ALAC), WAV, AIFF
Compressed (lossy) Audio: MP3

Connections
USB 3.0 Micro Type B Slave for connection to computer*
2x Gigabit Ethernet Network (1000BASE-T) RJ45
2x Industry-standard Gigabit SFP
2x USB 3.0 Type A reserved for future use

Power Supply
Internal 100–240V AC auto-ranging
Low-noise
Shielded power supply compartment for reduced interference with delicate electronics

Physical
Finish: Black anodised aluminium, Raw anodised aluminium
Dimensions : 350mm (W), 350mm (D), 60.5mm (H), 6kg

*USB connection requires a computer with a USB 3.0 port
Note: The 8TB HDD version uses NTFS format for the internal HDD. On a Mac computer, additional software may be needed to access NTFS formatted HDD.

제조사 : 픽셀 매직 시스템즈(Pixel Magic Systems Ltd.)
공식 수입원 : 사운드트레이드
제품 문의 : 070-8119-2286
공식 소비자 가격 : 5,5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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