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쇼하면 수십 개 디스트리뷰터와 제작사가 한 공간에서 3일간 제품을 전시, 시연하는 행사로 굳어졌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작년에 코엑스 공사가 길어지면서 호텔에서 몇 번 하긴 했지만 코엑스만한 곳도 없긴하다. 음향이야 어디가나 꼭 맞게 좋은 곳은 없지만 그나마 넓고 이동이 편리하며 교통 및 주차가 비교적 편리하기 때문이다. 대신 호텔은 통로나 시연 룸이 작지만 대신 좀 더 현실적인 주거 공간과 유사한 사이즈와 인테리어 덕분에 현실감이 더 있긴 한다.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

그런데 지난주에 로이코에서 자체적으로 오디오 쇼를 열었다. 로이코는 한미 로열부터 시작한다. 옛날에 카운터포인트 같은 기기를 구입했는데 그 오래된 기기가 원박스가 있었고 거기에 한미 로열이라고 쓰여 있던 게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니 그 옛날엔 로이코가 수입했던, 디지털 오디오의 레전드 와디아를 사용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뒤에 입/출력 단자를 보면 동축, 광 등 인터페이스가 한글로 쓰여져 있어 신기해했던 때도 있었다.

가장 한국적인 오디오 박람회란 무엇일까? 미국에 사는 오디오 마니아 친구는 여러 오디오쇼를 다년간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오디오쇼 한 번 보려면 비행기 타고 몇 시간을 날아갔다 와야 한단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제주도가 아닌 경우라면 자가용이나 지하철, 버스 정도면 족하다. 나라 하나가 미국의 하나의 주 정도 사이즈니 그들에 비하면 편리한 편이다.


그렇다면 오디오 쇼를 꼭 한 번에 몰아서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주 동네에서 펼쳐지는 오프라인 팝업 마켓처럼 소규모로 여러 번 진행해도 좋을 듯하다. 큰 호텔, 코엑스 같은 곳은 공간 특성상 참가료가 너무 비싼 것도 참가 업체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작게 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매년 열리는 서울 레코드 페어 참가료는 수십만 원 대. 오디오쇼는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여기에 큰 기기들 운반과 직원 동원 등도 다 비용으로 치면 무척 부담되는 일이긴 하다. 물론 어느 정도 방음, 룸 환경을 보장해야하는 오디오쇼 특성상 레코드 페어와 완전히 동등하게 비교하긴 어렵지만…

로이코의 한미로열 당시 그리고 국내 초창기 아이어 오디오쇼 같은 걸 생각해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번 오디오쇼는 로이코에서 수입하는 제품들만을 중심으로 로이코 자체 빌딩에서 진행되었다. 빌딩이 크고 동선도 널찍널찍하다. 게다가 한강이 지척이니 창밖을 보면 시원하게 한강이 보인다. 나 같은 경우 오디오쇼 때마다 시연, 강의를 하다보면 호텔이든 코엑스든 폐쇄 공포증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로이코 빌딩은 건물 안에 꽤 오래 머물러도 답답하지 않아 좋다.


메인 리스닝 룸은 패러다임과 댄 다고스티노, 그리고 소너스 파베르와 매킨토시를 짝지어 두 개 방을 마련해놓았다. 리스닝 룸이 더 많으면 좋을 듯했다. 한편 가장 재미있는 건 4층에 있었던 현장 할인 판매 부스였다. 패러다임, SVS, 에어 어쿠스틱스, 오디오퀘스트 등 로이코 수입 제품에 더해 하이파이스테이도 있었다. 한편에선 신나라 레코드가 부스를 마련해 아르모니아 문디 등 음질 좋은 레이블의 음반도 다양하게 판매했다. 사실 다른 박람회 가면 뭐라도 하나는 사오기 마련인데 오디오쇼는 그런 쇼핑의 재미가 없는 편이다. 이번 오디오쇼에선 가까이하기엔 너무 비싼 하이엔드오디오 말고, 어느 정도 맘먹으면 손에 닿는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어 유익해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