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스웨덴 스코네(Skåne) 지역의 작은 마을 회르(Höör)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바로크 앙상블 회르 바로크의 다섯 번째 앨범이다. 갑자기 웬 스웨덴인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바로크 시대에 비발디의 음악은 북유럽에서도 자주 연주되었다. 예를 들어 룬드 대학 도서관엔 바로크 음악의 악보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음악가들이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고 인기도 끌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회르 바로크의 이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스웨덴과 바흐를 연결 짓는다. 과연 북유럽 스웨덴이 바흐의 음악이 서로 어떻게 공명하는지 탐구한다. 악기는 리코더와 바로크 바이올린, 류트 등이며 리코더엔 에릴리 루스, 바이올린엔 한나 티벨이 활약했으며 도효 솔리 류트 연주를 도맡았다. 총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아냈던 회르 바로크는 댄 다우린과 함께 스웨덴 그래미상을 받은 바 있다. 과연 이번엔 비발디의 음악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플루트 협주곡 “Il Gran Mogol” (RV 431a)은 약 15년 전에 발견된 작품이다. 본래 트랜스버스 플루트를 위해 작곡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회르 바로크는 이 곡에 에멜리 루스를 초대한다. 그리고 리코더로 연주해 세계 최초로 리코더 버전을 녹음했다. 이 곡은 비발디의 이국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 G장조 (RV 302), 이 곡은 서두에 말한 룬드 대학 악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로서 바흐와 스웨덴을 이어주는데 스웨덴(특히 스코네)과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강조한다. 한나 티벨의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가 돋보인다.
현악 신포니아 B단조 (RV 168)도 귀를 잡아 끈다. 역시 룬드 대학교 도서관의 악보에서 가져온 곡이다. 바로크 앙상블의 매력적인 스트링 사운드와 함께 북유럽의 정취를 신산하게 반영하고 있다. 총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5분가량의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다. 이 외에 ‘만돌린 협주곡’이 기억에 남는데 이 곡은 도효 솔의 류트 연주가 포함된 곡으로, 비발디의 이탈리아적 색채와 북유럽의 세련된 해석이 조화를 이룬다.
녹음은 오디오파일이에겐 둘째가라면 서러울 고음질 녹음으로 유명한 프로프리우스에서 발매했다. 스웨덴의 에슬뢰브에 위치한 교회에서 2024년 6월 녹음되었고 녹음 및 마스터링은 토레 브링크만이 맡아 진행했다. 스튜디오 마스터 음원으로도 출시되어 있으며 확실히 아날로그 악기들의 섬세한 질감 그리고 교회 공간의 앰비언스가 무척 사실적으로 전달되는 녹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