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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 Live at Mu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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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은 시간과 함께 사그라든다. 젊은 시절의 열기도 무거운 고뇌도 시간과 함께 미지근해진다. 하지만 저 너머에 존재했던 추억을, 기억을 사진과 음향, 그리고 영상으로 다시 길어 올릴 수 있다. 그것은 기록할 매체가 있기에 가능하다. 필름과 테이프,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포맷이 그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기억을 되살려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시간 예술이다. 한 번 경험하고 사라질 수 있는 현장의 소리를 되살려준다. 공간은 스튜디오일 수도 있고 관객과 함께한 공연장, 콘서트홀일 수도 있다. 시간을 되돌리고 아련히 기억되는 그 공간의 앰비언스를 소리로 재건, 재생해낸 음악은 때론 의식의 시공간을 마술처럼 되돌려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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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의 ‘Live at Muddy’에서 ‘Muddy’에 초점이 놓인 건 아무래도 공간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체로 음악을 담은 앨범에서 ‘Muddy’라고 하면 머디 워터스를 떠올리지만 여기에선 다른 의미로 쓰였다. 다름 아닌 군산에서 ‘Re\Turning’이라고 명명된, 이른바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립된 복합문화타운이 생겼다 그리고 그중 대표 공간이 ‘Muddy’라고 한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온고지신’의 미덕을 살린 프로젝트였고 이후 콘서트, 전시회 등이 활발히 열리고 있다.

이 앨범은 바로 이곳 ‘Muddy’에서 녹음한 음악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공연이 열린 시간은 2024년 5월 30일과 31일. 원래 이런 라이브 녹음에서 공간은 음향적으로 절대적이다. 공간의 흡음, 리버브 등은 직접음, 간접음의 비율을 저마다 다르게 만들고 특정한 구조에서 오는 울림, 앰비언스가 그대로 음악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공간에서 현장 감독과 믹싱은 윤정오 엔지니어가 도맡았고 녹음, 마스터링은 사운드미러 황병준 감독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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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콤비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상당하다. 물론 주인공은 말로와 말로 밴드다. 아무리 음향이 뛰어나더라도 그 찰나의 보컬과 연주가 우선이다. 결과적으로 말로와 밴드의 ‘Muddy’ 라이브 공연 녹음은 현장의 감동을 매우 세밀하게 전해주고 있다. 사실 라이브 레코딩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섬세하게 튜닝하지 않은 경우 탁하고 산만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번 녹음은 마치 스튜디오 라이브처럼 정교하고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잘 살리면서 현장의 앰비언스도 잘 잡아냈다. 오랜 시간 라이브 클럽, 페스티벌 공연 등을 통해 단련된 뮤지션들의 공력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CD로만 출시되었는데 가공에도 꽤 공을 들인 모습이다. 앨범 타이틀을 에폭시 가공해서 검은 바탕 사진과 선명하게 분리되어 예쁘게 마무리했다. 녹음한 곡들은 워낙 명곡들이 많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 베티 카터, 칙 코리아를 비롯해 마지막 앵콜은 내가 말로의 곡 중 손꼽는 ‘벗꽃 지다’이다. 마지막까지 한 곡도 그냥 스쳐 지나가기 어렵다. 총 13곡을 두 장의 CD에 담아 3단 디지팩으로 만들었고 인서트는 28페이지에 가사와 당시 현장의 컬러 사진을 첨부해 소장의 즐거움도 주고 있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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