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기기 중 턴테이블은 가장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쓸 것이 많다. 아날로그 시스템 한 조만 운영한다고 해도 턴테이블과 카트리지, 그리고 포노앰프 등 총 세 개의 컴포넌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두 대를 운영한다고 하면 이 때부터 머리가 복잡해진다. 당연히 카트리지가 두 개 필요하며 포노앰프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카트리지를 MM 하나 MC 하나 운영한다면 입력을 두 조 지원하는 포노앰프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포노앰프 두 대가 필요하다. 의외로 입력을 두 조 받는 포노앰프가 많지 않아 선택 범위가 좁은 편이다. 게다가 모노 카트리지를 사용하면서 제대로 세팅해서 듣고 싶다면 RIAA 커브 외에 다양한 커브를 지원하는 멀티 커브 대응 포노앰프가 필요하다.

최근 포노앰프가 많아진 이유다. 다이나벡터 20X2 하나만 운용할 때 단순했는데 여기에 하나 우마미 블루가 합세하고 여기에 더해 놀고 있는 MM 카트리지까지 챙기려니 포노앰프 두 대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입력을 지원하고 출력도 두 조 지원하는 포노앰프 하나로 퉁치면 좋겠지만 그런 포노앰프가 많지 않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각 카트리지와 상성이 잘 맞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다보니 포노앰프만 현재 다섯 대가 되었다.

하나는 내 시스템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서덜랜드 PhD. 이건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비슷한 가격대에서 이만한 음질 내주는 게 없어서 말뚝이다. 게다가 레퍼런스로 써도 좋을 만큼 평탄한 응답 특성과 입체적인 음장이 좋다. 한편 또 하나는 두포 포노앰프다. 블로그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 만든 포노앰프로 실바톤 어쿠스틱스 개발진이 만들어서 그런지 이것도 소리가 좋다. 서덜랜드와 달리 좀 더 중, 저역이 묵직하고 약간 대구경 우퍼를 채용한 빈지티 아날로그 시스템의 그것이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 해거만 오디오의 Bugle3 포노앰프도 있다. 종종 중저가 제품들 테스트할 때 쓰기 좋은, 말 그대로 가성비 포노앰프인데 작다고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또 하나는 패러사운드에서 출시했던 JC3+라는 포노앰프다. 이 포노앰프는 일단 설계자가 레전드다. 마크 레빈슨의 프리앰프를 설계했던 장본인이다. 한편 나중엔 컨스텔레이션 같은 하이엔드 포노앰프도 설계했다. 찾아보면 프리, 파워 등 앰프부터 포노앰프까지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할만큼 앰프 설계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JC3+는 그의 설계 노하우를 듬뿍 담아 출시한 모델인데, 사실 컨스텔레이션 등 그가 설계한 다른 모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은 낮지만 소리는 정말 좋다. 게다가 RCA 및 XLR 등 출력이 두 조고 게인, 임피던스 조정도 쉬워 무척 편리하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는 에어 어쿠스틱스의 PX-8이라는 포노앰프다. 에어 어쿠스틱스는 언제부턴가 국내에 소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최근 새로운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국내 론칭 예정이다. 소리를 들어보면 역시 에어 어쿠스틱스 특유의 소리가 반갑다. 무척 맑고 청명하다. 어쿠스틱 기타나 바이올린을 들어보면 굉장히 투명하고 하늘거리는 음색을 느낄 수 있다. 듣고 있다보면 이게 LP 소리 맞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선도가 높은데 그렇다고 디지털 사운드도 아니다. LP 소리가 얼마나 투명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포노앰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