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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아날로그 시스템 구축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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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논 DL-103R

나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되돌아보면 MM, MC 카트리지 가리지 않고 꽤 다양하게 들어온 것 같다. 하지만 주로 단종되지 않은 현대 하이파이 카트리지가 대다수였다. 일단 턴테이블에 장착된 톤암이 오래된 빈티지 계열보다는 비교적 현대적인 하이파이 용도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MM 카트리지는 슈어, 레가, 골드링, 그라도 등 참 많이 사용했다. 주로 팝이나 록 LP를 들을 땐 MM이 MC보다 더 나은 경우가 많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LP 중고 마켓이 열리기라도 하면 손이 새까맣게 변할 때까지 고르고 골랐다. 양손에 LP로 가득찬 쇼핑백을 들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친구나 후배와 함께 하는 저녁과 소주는 그렇게 맛있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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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카트리지의 맛을 알게 된 건 아무래도 아날로그 녹음 시절 발매된 재즈나 클래식 녹음에 심취하면서부터다. 특히 국민 카트리지라고 불리는 데논 DL-103 시리즈는 정말 많이 사용했다. DL-103 오리지널부터 개선형인 DL-103R, 그리고 한때는 DL-103SA라는 한정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이후 다이나벡터, 벤츠 마이크로 등등 많은 MC 카트리지를 전전했다. 그래도 항상 하나는 구비하고 있었던 것이 DL-103R이다. 리뷰를 할 때도 충실한 기준점이 되어주었다. 사용자가 많기도 하고 내게도 너무 익숙한 소리를 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공감대 형성이 잘 되기도 했다.

Denon DL 103 No.3663 service upgrade GR 058

DL-103R은 6N 구리 코일을 사용해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디테일을 높였다. 캔틸레버는 알루미늄 소재로 평범하다. 한편 스타일러스는 특수 가공된 구형 솔리드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사실 마이크로 릿지나 파인 라인 같은 것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구형 코니컬 형태인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팅도 쉬운 편이고 무엇보다 톤암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내부 임피던스는 14옴으로 낮지만 포노 앰프에서 100옴 정도로 세팅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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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는 이 카트리지의 최대 약점이다. 검은 플라스틱 소재로 아주 가볍고, 소리도 바디에서 많이 깎아먹는 카트리지다. 만일 알루미늄이나 목재 소재였으면 상당히 무거워졌을 듯. 그래서 무거워지는 중량을 감수하고 한 때 흑단 바디로 교체해보기도 했다. 소리를 깜짝 놀랄 만큼 좋아진다. 전 세계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DL-103 카트리지를 가지고 여러 개조를 많이 한다. 특히 바디 교체가 가장 빈번한데 그만큼 바디가 허술하다는 의미도 되지만 반대로 그만한 비용과 수고를 들일만한 가치가 충분한 카트리지라는 반증이기도 한다. 워낙 기본기가 좋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방송국용으로 NHK와 데논이 공동 개발한 DL-103이다. 표준이라는 의미다.

*10여 년 전 클럽우드 음핑고 적용기
https://blog.naver.com/canrobot77/220714396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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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운 아날로그 시스템을 꾸릴 채비를 하면서 적어도 데논 DL-103R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미우나 고우나 너무 흔하면서도 내겐 중요한 카트리지였다. 그리고 메인 톤암은 아니더라도 하나는 달아놓고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보통의 표준 MC 카트리지라는 생각이 DL-103R에 머물렀다. 오디오 테크니카에 이어 두 번째 카트리지 선택이 끝났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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