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열정과 지성의 조화
안톤 슈워츠는 재즈 테너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1967년 뉴욕 태생인 그는 하버드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 과정까지 밟았다. 하지만 학문의 길 대신 재즈의 부름에 응답하며 음악가로 전향했다. 워니 마시와 에디 대니얼스 같은 거장 밑에서 사사받으며 쿨 재즈의 서정성과 하드 밥의 에너지를 흡수한 그는, 현재 스탠포드 재즈 워크숍의 강사로도 활동하며 재즈의 미래를 키우고 있다. 그의 데뷔 앨범 ‘When Music Calls’는 1998년에 AntonJazz 레이블로 발매된 작품으로, 그의 음악적 여정과 독창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걸작이다.

학문과 재즈 사이의 선택
안톤 슈워츠의 음악 여정은 전형적인 재즈맨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는 수학, 철학, 컴퓨터 과학이라는 이성의 세계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음악이라는 감성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워니 마시의 쿨 재즈 철학은 그의 연주에 서정성과 공간감을 심어줬고, 에디 대니얼스의 다이내믹한 테크닉은 그의 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런 배경은 안톤 슈워츠를 단순한 연주자가 아닌, 지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으로 곡을 쓰는 작곡가로 만들었다. ‘When Music Calls’는 이런 그의 독특한 정체성이 녹아든 첫 결과물이다. 1997년 11월, 라이브로 녹음된 이 앨범은 안톤 슈워츠(테너 색소폰), 폴 나겔(피아노), 존 시플릿(베이스), 제이슨 루이스(드럼), 그리고 조시 존스(퍼커션)로 구성된 쿼텟의 호흡이 돋보인다.

서정성과 에너지의 균형
‘When Music Calls’는 10곡으로 구성된 약 60분 분량의 앨범으로, 안톤 슈워츠의 원곡 8곡과 스탠더드 2곡(“Where or When”, “Paradoxy”)이 포함되었다. 앨범은 쿨 재즈와 하드 밥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의 색소폰 톤은 덱스터 고든의 묵직함과 워니 마시의 부드러운 흐름을 오간다. 타이틀곡 “When Music Calls”는 앨범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해 점차 리듬 섹션의 에너지가 폭발하며, 안톤 슈워츠의 색소폰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의 연주는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정교하다. 각 음표는 계산된 듯 정확하지만, 감정의 흐름은 즉흥적이다.
“Too Much Pepper”는 앨범의 첫 트랙으로, 경쾌한 스윙과 날카로운 솔로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반면 “Rabbit Days”는 KCSM 재즈 프로그램의 테마곡으로 사랑받으며,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듣는 이를 편안하게 만든다. “Paradoxy”는 소니 롤린스의 “Doxy”를 재해석한 곡으로, 안톤 슈워츠의 재치 있는 변주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쿼텟의 연주는 단단한 앙상블을 유지하면서도 각 연주자에게 즉흥의 여지를 충분히 준다. 특히 폴 나겔의 피아노는 안톤 슈워츠의 색소폰과 대화하듯 조화를 이루며, 리듬 섹션은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그루브를 제공한다.
재즈 팬에게 전하는 메시지
‘When Music Calls’는 단순한 데뷔 앨범 이상이다. 안톤 슈워츠의 음악은 지성과 감성, 구조와 자유의 균형을 이루며, 재즈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다. 다운비트의 댄 우엘렛이 “매혹적인 멜로디의 모음집”이라고 평한 것처럼, 이 앨범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재즈의 본질, 즉흥성에 빠져들게 한다. 발매 당시 전국 150개 이상의 라디오 방송에서 방송되며 주목받았고, 현재도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 뮤직 등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안톤 슈워츠는 ‘When Music Calls’를 통해 음악이 자신을 부르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 앨범은 전통적인 재즈 팬뿐 아니라, 새로운 재즈의 목소리를 찾는 모든 이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그의 색소폰은 단순히 연주가 아니라, 삶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