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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아날로그 시스템 구축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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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앰프 매칭

카트리지 선정이 끝났다면 이젠 포노앰프다. 포노앰프는 철저히 카트리지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MM이냐 아니면 MC냐에 따라 게인이 다르고 로딩 임피던스도 다르다. 일단 MM만 사용한다면 굳이 MC까지 대응하는 포노앰프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MC 카트리지, 그중에서도 출력이 소수점 이하 mV로 떨어지는 저출력 MC 카트리지를 사용한다면 그에 맞는 높은 게인과 다양한 로딩 임피던스 지원이 필수다.

일단 내가 사용할 카트리지는 기존에 사용하던 다이나벡터 DV20X2H 고출력 MC 카트리지와 데논 DL-103R이 있다. 여기에 더해 오디오테크니카 AT33 MONO를 추가했다. 그리고 하나 Umami Red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순서대로 고출력 MC, 저출력 MC, 저출력 모노 MC, 저출력 MC 카트리지다. 써놓고 보니 모두 MC 카트리지다. 집에선 Majik LP12에 MM 카트리지를 달아서 편하게 듣지만 시청실에선 아무래도 전투 모드가 발동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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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오래 사용해온 서덜랜드 PhD는 내보낼 생각이 없다. 얼마 전에 건전지 열여섯 개를 모두 교체해주기도 했고, 여전히 현역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마틴 로건 출신 론 서덜랜드가 이런 명품 포노앰프를 만들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다행히 MM, MC 등 모두 지원하고 MC의 경우 최대 68dB, 로딩 임피던스도 최소 100Ω까지 대응한다. 아무튼 지금 들어도 높은 S/N비와 촘촘한 해상도와 세부 묘사, 그리고 입체적인 무대 구현 능력은 가격 대비 최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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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하다. 카트리지가 총 네 개나 되는데 포노앰프 한 대로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PhD는 입력이 단 한 조밖에 없다. 그래서 장고 끝에 새로 들인 포노앰프가 바로 패러사운드 JC3+다. 입력은 RCA 한 조지만 출력은 RCA와 XLR 두 조를 지원한다. 이 포노앰프 또한 MM부터 MC까지 모두 대응한다 하지만 게인은 따로 조정이 안 된다. MM이 48dB, MC는 64dB 고정이다. 한편 로딩 임피던스는 MM 세팅일 경우 47kΩ, MC일 경우 50Ω에서 550Ω까지 다양하게 조정 가능하다.

서덜랜드와 패러사운드 포노앰프 둘 다 현대 하이엔드 지향 앰프들이다. 폭넓은 대역폭에 최대한 높은 S/N비, 그리고 전 고조파 왜곡은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음색 부문에서 독특한 표정이나 색깔이 억제되어 있고 투명하고 깨끗하며 넓은 무대, 정밀한 포커싱 등을 특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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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날로그가 이러면 좀 아쉽다. 때론 중역이 진한 색소폰 소리가 그립기도 하고 치고 올라가는 고역에 약간의 컬러가 묻어나면 좀 더 감칠맛이 살기도 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허용 범위 안에서 머물러야겠지만 약간 독특한 양념이 곁들여졌을 때 음식도 더 뇌리에 오래 남는 법 아닌가. 그래서 집에서 사용하던 두포(DuPho) 포노앰프를 시청실로 데려왔다. 수천만 원 하는 실바톤 어쿠스틱스 엔지니어들이 만들어서인지 가격을 생각하면 횡재 같은 포노앰프다. 이 앰프는 실제로 대역폭이나 무대의 입체감은 좁은 편이다. 대신 중역대 심지, 진한 느낌은 확실히 개성이 넘친다. 게다가 두포는 MM, MC 두 개 입력을 지원한다. 카트리지가 많아질 때 이런 포노앰프는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모노 기능도 지원하므로 여차하면 입력단 중 하나는 모노 카트리지 용도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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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포노앰프가 남았다. 순수 진공관 포노앰프를 하나 구하고 싶었고 예전부터 사용해보고 싶었던 모델을 지인으로부터 양도 받았다. 다름 아닌 국내 진공관 앰프 메이커 KTS의 제품이다. 미뉴엣 Variable이라는 모델인데 기본 모델은 MM 전용이며 입력단을 무려 세 조나 지원해서 이리저리 매칭해서 다양하게 쓰기 좋다. 특히 모노 LP마다 다른 커브에 지원하므로 제대로 된 모노 사운드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멀티 커브 기능을 제대로 구현한 제품들은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하며 중, 저가에 탑재된 것들은 기능이 한정적이거나 또는 커브에 따른 소리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실망하게 되지만 미뉴엣은 꽤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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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총 네 대의 포노앰프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네 개의 카트리지와 네 개의 포노앰프 매칭의 변수는 상당히 많다.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구상은 해놓았지만 어떤 카트리지를 어떤 포노앰프와 매칭할지 완전히 결정은 못 한 상태다. 그리고 설계나 스펙만 가지고 매칭한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하나 Umami Red를 패러사운드에 매칭할지 서덜랜드에 매칭할지는 들어보고 청감상 좋은 쪽을 선택해야 한다. 다음 편엔 그 결과에 대해 정리해봐야겠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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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레이백으로 환생한 아날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