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Requiem
가장 극적이고 인간적인 해석
죽음을 다룬 ‘Requiem’은 모차르트 그리고 포레의 것을 좋아한다. 그 중 모차르트의 ‘Requiem’은 1791년 여름 즈음에서 가을 그가 사망 직전까지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차르트의 죽음만큼 곡 자체에 대해서도 여러 미스터리가 있다. 1791년 여름 정체불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자가 모차르트에게 찾아와 익명의 의로인으로부터 레퀴엠 작곡을 의뢰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후 모차르트는 자신을 위한 장례미사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다만 이런 미스테리에 대해선 콘스탄체가 과장해 지어낸 이야기라는 견해도 많다. 아무튼 모차르트가 사망 후 미완성의 레퀴엠을 완성한 것은 쥐스마이어다.
모차르트가 죽기 전에 작곡한 미완의 레퀴엠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숭고한 해석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시 새로운 해석을 가한 음악인들이 있다. 그 중 이번에 소개하는 레퀴엠은 거대한 서사를 새로운 건축물처럼 재건해 완성하고 있다. 만프레드 호네크(Manfred Honeck)와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PSO)의 이번 앨범은 단순한 모차르트 레퀴엠 녹음이 아니다. 10여 년 넘게 다듬어온 그의 독창적인 콘셉트 “Requiem: Mozart’s Death in Words and Music”을 정식 음반으로 완성한 작품으로, 모차르트가 실제로 완성한 부분만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인간적 성찰을 극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레퀴엠을 넘어선 ‘죽음의 연극’
이 앨범은 전통적인 쥐스마이어 완성판(대부분의 연주가 따르는 버전)과 완전히 다르다. 호네크는 쥐스마이어가 “자신이 전부 썼다”고 주장한 ‘Sanctus-Benedictus’, ‘Agnus Dei’, ‘Lux aeterna’ 부분을 과감히 제외했다. 그리고, 모차르트가 직접 쓴(또는 스케치한) 부분만을 가져왔다. 대신 전체를 오스트리아 전통 장례 종소리(death bells)로 시작하고 끝내며, 그 사이에 그레고리오 성가, 모차르트의 다른 종교 작품(마손 장례 음악 K.477, Laudate Dominum K.339, Ave verum corpus K.618)을 중간에 삽입한다.
이번 녹음이 흥미로운 건 이 뿐만 아니다. 모차르트의 편지, 넬리 작스 시, 성경 구절 등을 내레이션 형식으로 중간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F. 머레이 에이브러햄(F. Murray Abraham)에게 맡겼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 역할을 맡았던 바로 그 인물이다.
특히 인상적인 순간은 ‘Lacrimosa’를 두 번 사용하는 대목이다. 첫 번째는 풀 파워로 격정적으로, 두 번째는 모차르트가 숨을 거둔 바로 그 8마디까지만 아주 작고 속삭이듯 반복한 후 침묵 → ‘Ave verum corpus’로 이어지는 장면. 이 부분은 단순한 음악적 장치가 아니라 “죽음의 순간”을 청자에게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연출이다.

극적인 대비와 세밀한 공간감
연주에 있어서는 역시 호네크와 피츠버그 심포니가 오랜 연륜 위에서 갈고닦은 그들만의 스타일로 질주한다. 요컨대 호네크는 여전히 극적인 대비의 대가다. ‘Dies irae’는 거의 공포영화 수준의 격렬함과 속도를 자랑하며 ‘Tuba mirum’은 트롬본의 극적인 공간감 활용이 일품이다. 더불어 ‘Confutatis’는 격렬한 터뷸런스와 함께 악마적인 어둠을 드리운다. 반면 ‘Recordare’, ‘Lacrimosa’ 후반, ‘Ave verum’은 극단적인 피아니시모와 숨죽인 듯한 표현으로 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피츠버그 심포니는 이런 호네크의 세세한 요구(악기별 아티큘레이션, 다이내믹 변주, 보잉 변화 등)에 놀라울 정도로 충실하게 반응한다. 특히 현악의 떨림 없는 깨끗한 피아니시모와 금관·타악의 폭발력 대비가 탁월하다. 솔리스트(Jeanine De Bique, Catriona Morison, Ben Bliss, Tareq Nazmi)는 모두 수준급이며 약간 오페라 색채가 강하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한편 멘델스존 합창단(Mendelssohn Choir of Pittsburgh)은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다.

죽음을 대하는 가장 강렬하고 경건한 경험
이 앨범은 “완벽한 모차르트 레퀴엠”을 찾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죽음 앞에 선 인간 모차르트”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음악이 단순한 청취를 넘어 종교적, 철학적 체험으로 확장되기를 원한다면, 이 앨범만큼 강렬하고 특별한 선택은 찾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호네크의 연출이 과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전통적인 쥐스마이어 버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은 경험해야 할 21세기 가장 대담하고 인간적인 모차르트 레퀴엠임은 분명하다. 이 음반은 이전의 모차르트 레퀴엠과 단호하게 선을 그으면서 완벽히 재탄생시키고 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 넬리 작스의 시를 삽입한 것은 그 증거 중 하나다. 이 앨범은 모차르트가 죽어가며 남긴 마지막 숨결을 오늘 우리가 함께 듣는 ‘의식’에 다름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