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가장 큰 화두라면 역시 네트워크 스트리밍이다. 처음엔 그저 전통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에서 내놓은 플레이어에 랜 케이블만 꼽아서 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신호 전송 체인에 치명적인 약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 제조사, 하이파이용 케이블 메이커들 그리고 리뷰어와 사용자들 사이에 지적되는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개선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더넷 전송에서 인입되는 전기적 노이즈 및 지터 노이즈 등이었다. 내부적인 절연 및 차폐, 고정밀 클럭이 요구되는 허브가 필요했다. 이 틈을 타 엄청난 가격에 허브를 만들어 판매하는 메이커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편 랜 케이블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도체 및 절연, 차폐 등에 각자 나름대로 레시피를 구성해 신제품을 출시해 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케이블은 국내 웨이버사의 솔루션이었다. 허브의 중요성이 대두되던 때 선도적으로 스마트허브를 만들어냈던 웨이버사다. 한편 LAN 케이블도 성능이 좋아 지금도 하나는 구입해서 사용 중이다. 하이라이트는 LAN 아이솔레이터였다. WLAN-EXT부터 시작된 아이솔레이터는 이후 WCORE 같은 ROON 코어에 탑재되기도 하면서 급진적으로 진화했다. 이후 WLAN 레퍼런스, WLAN 레퍼런스 플러스 등이 출시되어 네트워크 스트리밍에서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찾아 치료해 주었다.

리뷰어로서 무척 다양한 액세서리를 테스트해 보았지만 WLAN 레퍼런스 플러스는 지금도 나의 시스템에서 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 또 하나의 신제품이 나왔다. 다름 아닌 WLAN 3 레퍼런스라는 LAN 케이블이다. 기존에 WLAN 2세대가 있었으니 WLAN 3, 즉 3세대가 드디어 나온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왜 ‘레퍼런스’가 붙었는가다. 상상은 금물. 우선 선입견 없이 나의 시스템에서 테스트해보면서 성능을 살펴보았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오렌더 N10, DAC는 반오디오 Firebird MK3 Final EVO, 이 외에 앰프는 아큐페이즈 E-5000 및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를 사용했다.

아네트 아스크빅 – Liberty
음상이 더 또렷하게 형성된다. 흩어져 있던 소리 입자들이 질서 정연하게 모여 균질한 밀도를 형성한 듯한 소리다. 따라서 소리가 귀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강하게 들다 보니 내가 음악에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한편. 해상력은 상당 부분 올라가는데 이것이 없었던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다. 노이즈 저감으로 인한 S/N비 향상 덕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측된다.

막달레나 코제나 –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고역으로 치열하게 올라가는 부분에서 소란스러운 부분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불필요한 잔상이 사라져 깨끗하고 투명해진다. 일반적인 필터들은 말끔하게 다듬어진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지만 거듭 들어보면 사실은 잔향까지 갉아먹어 소리가 건조해지는 경향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이 경우엔 배음 정보는 그대로 놔둔 채 노이즈만 제거한 듯하다

캐롤라인 노 – Crystal ball
동적인 부분, 예를 들어 어택이나 스피드, 과도응답 특성을 거드리진 않는 듯하다. 그러나 응집력이 매우 높아져 마치 어택이 빨라진 듯한 착긱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저역의 투명도가 높아지면서 저역의 깊이가 더 깊게 재생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음악을 더 넓고 깊게 조망하게 해준다. 청각적 차이의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음악적 쾌감은 증가하는 것이 명백하다.

사이먼 래틀/버밍엄 심포니 – 말러 2번 ‘Resurrection’
맺고 끊어야하는 부분이 명료해진다. 지저분한 잔상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된다. 특히 교향곡 등 대편성애서 미세 다이내믹 표현이 더 좋아진다. 약음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선명하게 표현되면서 실체삼이 향상되었다. 밋밋하게 들리던 과거 녹음들에 생기를 불어넣은 듯한 모습이다. 이는 악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균질하게 영향을 미친다.

다시 본래 세팅으로 되돌아가면 밀도감이 빠지면서 푸석하게 들린다. 약간 더 거칠어지고 건조하다. 치고 나가는 추진력도 빠져 힘없이 재생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이전의 생동감, 몰입감을 앗아가 버렸다. 다시 웨이버사 WLAN 3 레퍼런스로 바꾸니 싱싱한 소리 입자가 살아난다. 이런 여러 소리 특성의 변화의 장점은 볼륨에 따라서도 이득이 있다. 큰 볼륨은 물론이고 특히 작은 볼륨에서도 소리가 또렷하고 악기 분리도가 훌륭하다. 니어필드 리스닝에선 더 큰 차이를 불러온다.

한편 단자 같은 경우 그리 고급 제품은 아닌 듯하다. 케이블에서 단자가 최종 성능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단자 교체로 인한 성능 향상의 여지는 더 남아있다. 아마도 나중에 업그레이드 이벤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테스트를 마치고 다시 곰곰이 이 케이블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알고 보니 이 케이블은 일반적인 LAN 케이블이 아니다. 중간에 WLAN-EXT를 넣어버린 형태다. 물론 WLAN-EXT 레퍼런스 플러스 같은 성능까진 미치지 못하지만 케이블 하나로 WLAN-EXT의 음질적 수혜까지 모두 얻을 수 있는 설계다. 마침내 이 케이블의 이름에 왜 ‘레퍼런스’라는 어미가 붙었는지 깨달았다. 웨이버사가 VSHIELD 기술을 3세대까지 진화시켜오면서 결국 레퍼런스라고 부를만한 성능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 핵심엔 WLAN-EXT와 공존이 자리하고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혁신과 진보는 언제나 오디오 산업 외부에서 수혈된 기술을 통해 일어났다. 웨이버사의 경우 반도체, LED, 영상 등 디지털 프로세싱, 최근엔 초저지연 영상 코덱 등을 선보이면서 전장, 드론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회사다. 이번 WLAN 3 레퍼런스에서도 일반적인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와 차원이 다른 해법을 통해 이더넷 전송을 통한 음악 재생 품질을 몇 단계 끌어올린 모습이다. 만일 해외 브랜드에서 이런 설계의 케이블 출시되었다면 화려한 외관과 마케팅을 통해 수백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지 않을까. 진지하게 네트워크 스트리밍으로 하이엔드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는 분들에게 일청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