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 ,

바쿤 EQA-5640 MK4 – 2부

bakoon eqa5640 thumb3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음악성

셋업

이번 시청에서는 레벤 CS300XS 진공관 앰프와 함께 레가 Planar 8을 사용했다. 카트리지는 레가 ND7 MM 카트리지를 사용했다. 간만에 집에서 듣는 LP는 감미롭고 따뜻했다. 집에서는 린, VPI, 클리어오디오 등 다양한 턴테이블과 카트리지가 오갔지만 이번 세팅은 사뭇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다. 기본적으로 스피커가 그라함 LS5/9이고, 여기에 EL34를 채널당 두 개씩 사용하는 레벤을 사용했다.

graham

시스템은 꽤 오랜 시간 사용하고 있다. 그라함은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칼 같은 해상력이나 홀로그래픽 음장 대신 따스한 온도와 탄력적인 질감을 얻었다. 오랜 시간 들어도 피로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기에 집에서 듣기엔 최적이다. 사실 레벤을 들이고 진공관 때문에 고생을 했다. 진공관에 따라서 편차가 너무 심했는데 지금은 초단부터 출력관까지 모두 텔레풍켄 구관으로 장착한 후 평온을 찾았다. 상쾌하고 달콤한 고역에 손으로 만져질 듯한 중역, 아주 깊긴 않지만 자연스럽게 공간을 감싸는 저역이 일품이다.

bakoon eqa5640 5

청음

여기에 바쿤 포노앰프는 MID1 정도에서 청감상 적당한 볼륨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전에 테스트했을 때 골드링 1042에서 MID2로 세팅했을 때보다 조금 높은 세팅이다. 다른 포노앰프(예: iFi, 서덜랜드 PhD, 팰컨 DuPho)와 가장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온도감이다. 바시티 버니언의 ‘Diamond Day’ 같은 곡을 들으면 첫 음부터 폴폴 공기 중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소리를 낸다. 잔향이 많고 따뜻하며, 심지어 낭만적이라는 느낌까지 강하게 몰려온다.

vashti

전반적인 대역 밸런스는 모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요즘 하이엔드 포노앰프(CH 프리시전, 볼더 등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와는 다르다. 좀 더 포근하고 온건한 느낌에 악기들의 솜털 같은 질감이 잘 살아나는 소리다. 오래된 녹음에서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종종 하이엔드 포노앰프의 경우 막강한 해상력과 낮은 S/N비를 자랑해 녹음이 아주 잘 된 오디오파일 LP에선 뛰어난 소리를 들려주곤한다. 그러나 낡고 오래된 LP에서는 듣기 힘들 정도로 적나라한 소리를 들려주어 LP 듣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바쿤의 경우 시대 혹은 녹음 퀄리티와 상관 없이 모두 음악에 빠져 들게 만든다.

andwellas

앤드웰라스 드림의 ‘High on a Mountain’ 같은 1960년대 사이키델릭 록 넘버에서 최신 하이엔드 포노앰프에서는 느끼기 힘든 매력을 마주하기 일쑤다. 진한 중역을 중심으로 악기들의 물리적 촉감이 만져지는 듯 리퀴드하다. 1960년대 말 플라워 무브먼트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 중독적인 사운드 스펙트럼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준다.

riaa curve

바쿤은 어떤 음악을 들어도 피로하지 않는다. 소리를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본래 LP 그루브에 담긴 정보를 정교한 커브로 이퀄라이징한다. 다양한 EQ 커브를 지원하는만큼 각각의 커브 정밀도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때때로 중저가 포노앰프 중 여러 EQ 커브를 지원하지만 실제로 커브 정밀도가 떨어져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는 제품도 있다. 확실히 여러 커브를 사용해보면 멀티 EQ 커브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donald

바쿤의 경우 스테레오나 모노 모두 가리지 않고 청감상 S/N비가 뛰어나 무척 정갈하고 깨끗한 소리를 낸다. 도널드 페이건의 ‘I.G.Y.’ 같은 곡을 들으면 깨끗한 배경 위로 각 악기가 섬세하게 분리되어 들린다. 음색은 역시 따뜻하고 바쿤 특유의 색채가 중고역을 더 달콤하게 재생한다. 이러한 음색을 ‘음악성’이라고 정의한다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적당한 살집과 기름기를 쏙 뺀 정갈함. 개성이 넘친다.

herbie

바쿤의 앰프들은 보컬, 팝, 실내악 등 비교적 다이내믹 레인지가 낮은 음악을 편안하게 들을 때 좋다. 그러나 체급을 높여 다이내믹스가 폭발하는 녹음을 들어보면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다. 생각보다 다이내믹스 표현의 폭이 넓고 스피드가 빨라 날렵하다. 허비 행콕의 ‘Chameleon’ 같은 곡을 들으면 제법 큰 폭의 소리들이 자연스럽게 쏟아진다. 볼륨을 높여도 산만하지 않고 주파수 응답과 대역 밸런스를 잘 유지한다. 소리 자체가 정갈한 맛을 낸다고 해서 음색만 강조한 포노앰프는 아니다.

bakoon eqa5640 8 1

총평

최근 몇 년간 집에서 음악 생활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시청실을 내면서 그쪽 시스템 셋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자택에서는 그라함 LS5/9와 레벤 CS300XS, 레가와 함께 거의 아날로그 LP 위주로 음악을 즐긴다. 리뷰보다는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BGM처럼 틀어놓고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와중에 포노앰프가 항상 고민이었는데 바쿤 EQA-5640 MK4는 그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었다.

IMG 6636

특히 잡식성인 나의 음악적 편력 스타일에 바쿤처럼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포노앰프는 최적이다. 내가 오리지널 모노 초반을 다양하게 구하고 있다는 최근 미국에서 친구가 한국에 오늘 길에 한아름 선물해준 모노 LP도 좀 더 자주 듣게 되었다. RIAA 이외에 다양한 커브 EQ를 요구하는 모노 시대 LP까지 고려한다면, 이 가격대에서 EQA-5640 MK4를 대체할 모델은 내가 아는 한 거의 없다.

글, 사진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 입력: 1개 (MM/MC 카트리지 스위치로 전환)
  • 출력: 전압 출력 1, SATRI-LINK 출력 1 (동시 출력 가능)
  • EQ 커브: RIAA, NAB, COLUMBIA, FFRR, AES, RCA
  • 게인: HIGH1, HIGH2, MID1, MID2, LOW1, LOW2
  • 주파수 특성: 20Hz ~ 50kHz
  • 최대 출력: 8V (1% 왜곡)
  • 왜율 (1kHz, 4V): 0.06%
  • S/N 비: -135dB (HIGH1)
  • EQ 오차: ±0.3dB
  • 사용 전압: AC 220V
  • 크기: 70mm(H) × 236mm(W) × 293mm(D)

제조사: 바쿤 프로덕츠 (일본)
공식 수입원: 바쿤 매니아 (https://cafe.naver.com/bakoonmania)
공식 소비자 가격: 3,96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koon eqa5640 thumb2

바쿤 EQA-5640 MK4 –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