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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보는 거울

코드 ULTIMA PR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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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의 시작은 비판의식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비판 의식 없이도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운 좋게 그저 그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결과물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운 좋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그것이 절대 최상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비판의식은 의심하는 습관으로부터 촉발된다. 그것이 음악이나 음향의 도구인 하이파이라면 가끔 의심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체로 좋은 음악 좋게 좋게 듣자는 식으로 접근하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이상적인 음향을 통해 음악적 감동을 찾는다면 그 상태에 안주하지 말고 의심을 통해 비판적으로 음악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 비판적 문제의식은 시스템을 한 뼘이라도 진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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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값 싸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심플한 오디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차고 넘치는 것은 사치스럽게 치부되고 최대한의 미니멀리즘이 인테리어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가장 미덕인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좀 더 면밀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다. 과연 오디오에선 미니멀이 최상인가의 문제다. 사실 취미에 있어 미니멀은 최악이다. 취미로서의 가치를 상실해버리며 그저 백색 가전을 구입하듯 몇 년에 한 번씩 모델 체인지를 하면 그만인 기기로 전락한다.

비판의식을 통해 오디오를 구성하다보면 계속해 기기를 추가하게 된다. 처음엔 그저 올인원 앰프에 스피커만 덜렁 구입해 간편하게 듣는다. 비판의식이 없거나 음향적으로 깊게 빠져들기 전이며 이 단계에서 멈추고 음악만 듣는 사람은 음악 애호가로 남게 된다. 어쩌면 운이 좋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은 음향을 듣기 위해, 또는 음악적 감동을 음향으로서 배가시키고 싶을 때 올인원에서 소스기기를 분리하며 앰프를 프리와 파워앰프로 분리한다. 까다롭고 섬세하며 비평적 음악 듣기는 많은 폐해(?)를 낳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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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앰프

고급 올인원 앰프의 출현과 디지털 소스기기의 발전과 함께 촉발된 미니멀리즘 속에서 최근 젊은 오디오파일 사이에서 가장 간과되어 온 것이라면 바로 프리앰프다. DAC에도 볼류 조절 기능이 포함되어 나오기도 하며 인티앰프만으로도 꽤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요즘이다. 게다가 파워앰프가 내장된 액티브 스피커를 넘어 이젠 네트워크 스트리밍 앰프가 내장된 스피커에선 프리앰프라는 개념 자체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러나 프리앰프는 별도로 분리되어 있든 내장되어 있든 시스템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스트리밍 앰프나 스트리밍 스피커에도 프리앰프 기능은 축약되어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소리를 위해선 별도의 프리앰프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 종종 DAC에 볼륨이 내장되어 있긴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가끔 프리앰프 옵션을 선택해서 별도로 비용을 내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경우는 꽤 충실한 성능을 내주긴 한다. 예를 들어 MSB DAC들이 그렇다. 그리고 이런 꽤 잘 만든 옵션 프리앰프의 경우 백발백중 아날로그 입력단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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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앰프에 대한 코드의 답변

그렇다면 과연 현재 프리앰프는 반드시 분리형으로 필요한 것일까?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대다수의 경우 파워앰프와 소스기기 직결보다는 프리앰프를 적용했을 때 더 좋은 음질을 내준다. 사실 아날로그 소스기기가 메인스트림이었을 당시 프리앰프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카트리지의 낮은 출력 전압을 손실 없이 증폭해 파워앰프에 보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소스가 대중화되면서 그 역할이 조금은 약해졌다고 하지만 게인, 임피던스 매칭 측면에서 프리앰프가 해야할 역할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섬세한 볼륨 조정 및 다양한 입력 대응 등은 기본이다.

여기 볼륨과 입/출력단 등 아주 기본적인 프리앰프의 기능에만 충실하며 오직 순수한 음질만을 추구하는 프리앰프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영국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ULTIMA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시된 PRE 3가 그 주인공이다.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롭 와츠의 WTA 기술을 활용한 FPGA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디지털 소스기기가 호평을 얻고 있지만 앰프 또한 일가를 이룬 브랜드다. 코드 브랜드의 설립 기반이 된 진보적 SMPS 전원 기술을 개발한 존 프랭스가 처음 만든 것들이 앰프였고 이후 코드 앰프는 스위칭 전원부와 MOSFET를 사용한 출력단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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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꽤 오랜 시간 잠잠했던 코드 앰프 라인업을 혁신했고 그것이 ULTIMA 시리즈다. 많은 브랜드가 클래스 D 증폭으로 전환하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낮은 발열, 낮은 전기 소모 등 가볍고 미니멀한 디자인에 취해있을 때조차도 코드는 흔들리지 않았고 음악성 좋기로 유명한 MOSFET을 기반으로 또 다른 회로를 개발해냈다. 다름 아닌 ‘듀얼 피드 포워드’ 설계. 이를 통해 ULTIMA 플래그십 및 ULTIMA 2와 3, 스테레오 파워앰프 ULTIMA 5, 6를 완성했다.

그런데 ULTIMA 및 ULTIMA PRE 2 프리앰프 외에 더 낮은 가격대에 프리앰프 슬롯이 하나 비어 있었다. ULTIMA PRE 3는 바로 이 마지막 퍼즐에 다름 아니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ULTIMA 5, 6와 짝을 이루는 프리앰프다. 코드의 프리앰프에 대한 설계 철학은 이번에도 변함 없다. 자신의 독자적인 컬러를 입히지 않고 오직 소스기기로부터 받은 신호를 가감없이 파워앰프에 전달해주는 순수하고 투명한 프리앰프다. 우선 입력은 세 조의 RCA, 두 조의 XLR 단자를 지원하며 출력은 한 조의 RCA와 역시 또 한 조의 XLR을 지원한다. 참고로 XLR 입력 한 조는 홈시어터 시스템과 연계를 위해 바이패스로 설정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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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주파수에서 고속 작동하는 스위칭 전원부를 통해 노이즈 없이 깨끗하며 정확한 전원을 확보하고 있다. 내부 증폭단은 풀 밸런스 설계며 차폐에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 볼륨은 ALPS 블루 벨벳 아날로그 볼륨을 채용하고 있다. 최단 신호 경로와 아날로그 볼륨, 풀 밸런스 설계 등 우주적인 디자인과 달리 내부는 전통적 음질 지상 주의 설계를 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게인이 1배로 설계되어 있고 알프스 볼륨을 통해 감쇄시키는 구조다. 기본 게인을 낮게 설정해 놓은 모습으로 최근 프리앰프에 비하면 의외의 설계다. 더불어 기존 ULTIMA 프리앰프들이 입력 임피던스 100K옴에 출력 임피던스가 100옴이었던 것과 달리 PRE 3의 경우 입력 임피던스는 동일하나 출력 임피던스를 560으로 상당히 높게 설정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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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평

과연 이런 설계가 어떤 음질적 결과로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파워앰프는 같은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스테레오 파워앰프 중 ULTIMA 5를 매칭했다. 총 32개의 특주 MOSFET을 채용해 채널당 350와트 출력을 내주는 신형 파워앰프다. 더불어 ‘듀얼 피드 포워드’라는 에러 보정 회로를 내장해 강력한 힘과 스피드, 다이내믹스에 더해 더욱 자연스럽고 선형적 증폭이 돋보이는 파워앰프. 과연 PRE 3와 어떤 사운드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시청엔 코드 프리, 파워앰프 외에 소스 기기로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DAVE DAC 및 오렌더 N10 뮤직 서버를 활용했고 스피커는 PMC의 BB5SE 거함을 사용했다. 프리앰프의 성능을 체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DAVE DAC를 파워앰프와 직결했을 때와 PRE 3를 넣었을 때를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런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moby

물론 코드 DAVE의 디지털 프리 모드에서도 꽤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모비의 ‘Heroes’를 들어보면 일단 매우 투명한 배경 위에 백그라운 노이즈는 전혀 추가되지 않는다. 프리앰프를 추가할 경우 때론 착색이 생기기도 하고 오히려 SN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PRE 3는 오직 DAVE의 소리를 온전히 안정적으로 파워앰프에 전달해주는 역할에 충실히다. 보컬과 악기들은 본래 DAVE에서 그대로 빠져나와 제 자리에서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대는 깊어지고 소리의 입자는 더 고와졌다는 걸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tsuyoshi

츠요시 야마모트의 ‘I’m a fool to want you’ 같은 곡에서 이런 순도와 입자감은 더욱 더 뚜렷하게 포착되었다. 피아노 타건은 오롯이 내 앞에서 연주하는 듯 싱싱하고 듣기 좋게 영롱하다. 소스의 음색을 변질시키거나 제 멋대로 조작하지 않는 프리앰프다. 오로지 프리앰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넘지 말아야할 영역을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DAVE 직결로 들어보면 상대적으로 거친 느낌을 받게 된다. 역시 PRE 3를 거쳤을 때 좀 더 다듬어진 결이 느껴지며 더 듣기 편하다.

ozone

함께 매칭해 시청한 PMC의 BB5SE 스피커는 몇 차례의 리뷰와 테스트를 익숙하다. 확실히 마스터링 룸 같은 환경에서 모니터링하기 좋은 특성을 지녔는데 평탄한 밸런스와 함께 커다란 다이내믹스도 거뜬히 받아내 거침없이 포효한다. 오존 퍼커션의 ‘Jazz variants’를 들어보면 어떤 생동감, 생생한 표현은 DAVE 직결이 더 낫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러닝 타임이 흘러갈수록 PRE 3를 적용했을 때 넉넉한 다이내믹 헤드룸 안에서 섬세한 강, 약 대비의 쾌감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

사용해본 사람을 알겠지만 종전의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프리앰프는 근거리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볼륨이 껑충껑충 올라가며 낮은 볼륨에서 미세 조정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그들의 인티앰프도 예외가 아닌데 코드가 이제 깨달은 것일까? 게인을 낮게 잡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인 듯 한데 볼륨 스텝은 여전히 크지만 청감상 볼륨은 조금씩 올라간다. 막스 리히터가 재해석한 바흐 ‘사계’ 중 ‘Spring 1’을 들어보면 소음량에서 밸런스도 좋아져 공간의 크기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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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필자의 경우 집에서도 코드 파워앰프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심 ULTIMA 5가 탐이 난다. 그런데 PRE 3까지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게 된다. 약간 불편했던 게인이 낮아졌고 낮은 볼륨에서 다이내믹스, 밸런스가 높아진 모습이 확연했다.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순차적으로 접했던 ULTIMA의 소리는 조금씩 달랐고 그 이유가 프리앰프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도 이번 리뷰에서 또 하나의 수확이다. 더불어 DAC 내장 프리앰프 치곤 꽤 좋은 성능을 내주었던 DAVE도 PRE 3 앞에선 한 수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B&W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 리뷰에서 그리고 이번 PMC와 매칭에서도 정통 영국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와 매칭은 그 어떤 앰프와도 비교할 수 없는 황금 같은 매칭을 선보였다. PRE 3는 음악을 바라보는 거울과 같은 프리앰프로서 시스템의 지휘자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모델이다.

제품 사양

Frequency response : 10 Hz-200 kHz +/- 3 dB
THD : 0.002 % 20Hz-20 kHz
Signal to noise ratio : -105 dB on all inputs
Input impedance : 100 kΩ
Output impedance : 560 Ω
Input maximum voltage : 10 V RMS
Output maximum voltage : 17 V RMS
Gain : x1
Channel separation : 100 dB
Operation voltage : 80-250 V AC auto-switching
Power consumption : 40 W
Dimensions with included Integra legs: 13cm(H) x 48cm(W) x 34cm(D)
Dimensions with optional Side Blocks (can not be stacked): 10cm(H) x 42cm(W) x 34cm(D)
Weight: 12.7 kg

공식 수입원 : 웅진음향 (wjsound.com)

연락처 : 02-6338-8525

공식 소비자가 : 11,0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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