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년 전이었다. 원고를 하나 의뢰받아 글을 써야하는데 인티앰프 추천 기사였다. 사실 인티앰프 중에서 좋은 성능을 내는 앰프는 요즘들어 꽤 많지만 그 때만해도 마음에 드는 기기가 그리 많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껏해야 누구나 아는 크렐, 마크 레빈슨, 제프 롤랜드, 매킨토시, 그리폰이었다. 좋은 앰프긴 하지만 많이 아는 앰프보다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앰프를 알리고 싶었다.
그 때 ASR EMITTER 인티앰프와 함께 뽑은 것이 서그덴 IA4라는 앰프였다. 국내에선 거의 구하기 힘들었고 어쩌다가 샵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명의 서그덴. 지인 집에서 처음 들어보곤 한 눈에 반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수공으로 소량 만든 공예품 같은 디자인이었지만 음악을 재생하면 살결을 애는 듯 섬세하면서도 뜨거운 음악적 열기가 진심이었다. 많은 브랜드가 스펙 뻥튀기에 골몰하는 현실에서 채널당 33와트라는 초라한 출력. 그러나 실제 소리는 타사 1~2백와트 클래스 AB나 클래스 D를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 다시 서그덴을 들어봤는데 당시 기준에 비추어보면 현재와 좀 다를 것 같아서 그리 궁금증은 없었다. 8년 사이 새롭게 경험한 앰프만 해도 백여 개는 될 듯 하니까. 그러나 처음 듣자마자 다시 한 번 서그덴 앰프의 소리는 스피커의 소리에 반영되어 나의 마음을 훔쳤다. 게다가 모니터 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케프 LS50 Meta에서 이런 소리가 나다니다. 끈적하고 약한 몽롱한 기운이 느껴지는 중독성이 일품이다. 대체로 이런 소리를 내는 앰프들은 해상도를 희생하기 마련인데 이 앰프는 해상도조차 준수하다.
무려 1967년 설립된 서그덴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거의 클래스 A 증폭 앰프만 만들어온 메이커. 그것도 가변 바이어스 타입의 클래스 A 증폭이 아니라 말 그대로 퓨어 클래스 A 증폭 앰프다. 출력은 이 제품 A21 Signature도 채널당 23와트에 불과. 그러나 체감상 출력은 이보다 훨씬 높다. 입출력단도 RCA 입력 네 조에 옵션 포노단 그리고 프리, 테잎 아웃 정도다. 사실 제품을 보면 요즘 만든 제품 맞나 싶을 만큼 고전적인 그들만의 회로를 그대로 유지해오면서 조금씩 보정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A21 시리즈 같은 경우만 해도 버전이 상당히 여러 가지다.
아마도 서그덴 앰프 중 스테디셀로서서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과언이 아닌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리즈 A21. 그 중 시그니처는 소릿결, 다이내믹스 등도 이전보다 한층 진보한 듯하다. 일단 소리에 반해서 케프 LS50 Meta에 잠시 듣고 있는데 메인으로 쓰고 있는 락포트 Atria에도 매칭 해봐야겠다는 만용이 생긴다. 클래스 A 앰프 소리를 좋아하지만 패스, 그리폰 등 현역기는 가격이 너무 부담되어 구형 크렐, 마크 등을 쓰는 분들이라면 한 번 들어보길…제대로 오버홀 되지 않은 클래스 A가 아닌 싱싱한 상태의 클래스 A 사운드가 어떤 건지 그 진면모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