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지가 세 조가 되다보니 카트리지와 포노앰프의 조합에 대한 경우의 수가 증가한다. 이러다가 카트리지 하나만 바꾸면 모조리 다시 세팅해야하는 귀찮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안만지는 편인데 최근 메인과 서브 위치를 바꾸면서 MM 카트리지인 골드링이 포노앰프 짝을 잃어버렸다. 5미터 정도 인터케이블로 연결하면 되긴 하지만 그러긴 싫고 새로운 포노앰프를 하나 들였다.
자주 듣진 않으니 저렴한 입문형을 찾아보아 몇 개 들어보았는데 역시 그냥 그렇다…부동의 메인 서덜랜드 PHD나 골드노트 PH-10 같은 걸로 듣다 보니 비교가 될 수밖에. 그런데 예전부터 써보고 싶은 포노앰프를 하나 구하게 되었다. 다름 아닌 해거만의 Bugle 3 포노앰프다. MM은 물론 MC까지 되고 게인과 임피던스도 네 종류 지원한다. 주파수 대역은 무려 10Hz에서 1000kHz, 출력 임피던스는 330옴 정도. 작은 사이즈에 외장 어댑터 전원 방식이다.
사실 해거만은 예전에 Trumpet이라는 포노앰프가 꽤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본사에서 직판을 하기 때문에 국내엔 수입이 거의 안 되었던 걸로 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직판 체제로 운영되는 브랜드 제품은 국내 수입을 안 한다. 왜냐하면 마진이 적기 때문이고 아예 해외 디스트리뷰터를 두지 않기도 하니까. 그래서 꽤 좋은 제품들 중 국내 수입 안 되는 제품들이 꽤 있다.
이후 해거만은 Trumpet 레퍼런스라는 플래그십 포노앰프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단종되었다. 오랜만에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짐 해거만은 여전한 것 같다. 해거만이 독특한 건 키트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 가격도 아주 착한 편이다. Bugle2, Bugle3 그리고 Bugle MC와 Cornet3, Piccolo2 그리고 Trumpet MC 등이 전체 라인업 전부다. 예전엔 포노앰프 외에 승압트랜스, USB DAC도 만들었던 것 같은데 모두 단종 시킨 모양이다. 참고로 해거만은 트럼펫, 기타 연주를 즐기며 기타 앰프나 페달 등을 많이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아니, 오히려 그게 주업인 듯.
아무튼 해거만의 명성이야 해외 오디오파일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진공관 포노앰프는 경험이 있다. 그래서 Bugle 3도 궁금했는데 세팅하고 첫 음부터 이거 199달러짜리 맞나 싶어 홈페이지 가격을 다시 확인해봤다. 스펙에서 SN비는 82dBA 수준인데 청감상 무척 투명한 소리고 배경이 깨끗하다. 뭉개지거나 또는 부풀리는 부분도 거의 보이지 않고 평탄한 특성을 보여준다. 확실히 포노앰프 관련해서 인정할만한 엔지니어의 솜씨다.
단점이라면 허접한 플라스틱 케이스와 어댑터. 하지만 험이나 노이즈가 거의 안 들리는 것 보면 놀랍다. 마음 같아선 리니어 전원부 붙여주고 케이싱도 다시 해주고 단자도 더 좋은 걸로 교체하고 싶긴 하다. 아마도 귀찮아서 그냥 이대로 쓸 가능성이 많지만…아무튼 입문형 중에선 백만 원대 미만 중 최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