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대 때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걸까? 넬슨 패스의 앰프들이 너무나 궁금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를 수 없는 곳에 있었기에 비슷한 앰프들로 마른 목을 축여야해다. 다행히 넬슨 패스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은혜를 베푼 것일까? 그가 설계한 회로를 라이센스 주어 다른 메이커에서 좀 더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포르테 같은 앰프, 1a 같은 파워앰는 꽤 좋게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외에도 넬슨 패스가 패스랩스를 설립해 독립하기 이전의 스레숄드는 패스랩스의 당시 앰프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 애드컴 GFA5802 파워앰프도 생각난다. 힘 하나는 당해낼 앰프가 없었다. 일본에까지 넬슨 패스의 명성이 떨쳤는데 나카미치에서 패스 회로를 응용해 만든 CA5, CA7 같은 파워앰프도 있었다. 모두들 좀 오래되긴 했다. 이 때문인 패스처럼 투명하진 못하고 좀 탁했지만 뮤지컬리티는 정말 뛰어났다.
세월이 흘러 본격적으로 패스의 진가를 알게 된 건 아무래도 알레프였다. 알레프, 3, O, Os, 2 등은 직접 운용해보면서 그 음질에 탄복했었다. 고슴도치 같은 디자인으로 검은 섀시는 어둡고 칙칙해보였지만 음질적인 특색은 전혀 딴 판. 맑고 고우면서도 여음을 잘려 음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마도 하이라이트는 알레프 1.2였을 것이다. 이 때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5의 구형 에소타 트위터와 반지르르한 윤기가 도는 미드레인지 그리고 당당하 우퍼들이 조화를 이루어내던 소리를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까지 동반했다.
그리고 나중엔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 중인 X, XA 시리즈들을 경험했다. 과거 넬슨 패스가 설계한 앰프들을 너무 많이 경험해서일까? 여전히 좋은 소리를 들려주긴 했지만 시야에서 조금 멀어져갔고 다른 엔지니어들의 제품을 탐닉해나갔다. 하지만 XA 시리즈는 항상 마음 속에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직접 운용할 날이 오겠지…왜냐하면 그 옛날의 알레프 시리즈의 명맥을 잇고 있는 게 바로 XA 시리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회가 최근에 왔다. 작년에 구입해 여전히 만족스럽게 사용 중인 락포트 Atria에게 새로운 짝을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마친 기회가 온 것. 사실 코드 모노블럭이 Atria를 충분히 멋지게 드라이빙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절박한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오디오라는 취미 것이 좋아도 싫어도 바꾸어야 그 존재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일단 들여오자마자 락포트 Atria에 매칭해 소리부터 들어보았다. 웨이버사 Wcore를 룬 코어로 사용하고 Wstreamer를 연결해 MSB Analog DAC에 연결했다. 그리고 Analog를 DAC 겸 프리앰프로 활용했다. 내장 옵션 프리앰프의 힘을 믿어보면서 오디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