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쇼팽 ‘발라드’ 같은 피아노 소나타를 들어보면 매우 투명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마치 산에서 떠마시는, 맑고 맑은 샘물 같은 사운드로 물 속의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의 순도와 투명도를 선보인다. 하지만 악기의 잔향을 삭제하지 않다. 출력만 높이고 다이내믹레인지를 줄이면서 작은 여음이 생략되는 앰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악기의 여음도 모두 실낱같은 크기로 보여줌으로서 정말 악기가 내 앞에서 연주하는 듯한 실체게 가까워진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Caruso’ 같은 곡에서 루치아노의 목소리는 저 멀리 무대 중앙에서 서서히 감상자를 향해 외친다. 그러나 아주 또렷한 발성을 들려준다. 목소리 한 소절만 들어도 파바로티의 목소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음색 표현이 정확하다. 놀라운 것은 다름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사운드. 그저 음질적인 특징을 넘어서 사람의 뇌가 아닌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아마도 충분한 배음 표현 능력과 미세 약음, 바이브레이션 등 다양한 디테일이 모두 쏟아지기 때문이리다.
아마도 저역 재생에 관해선 가장 의문을 품고 있었던 것이 사실일 것이다. 높은 순도와 깃털 같은 섬세한 음의 줄기에 대한 디테일, 약음 표현과 함께 완전히 제거된 크로스오버 디스토션. 아마도 클래스 A 앰프에 대한 기대는 당연하다. 하지만 저역 스피드와 해상도, 힘의 완급 조절 면에서 과연 60와트짜리 앰프에 락포트 Atria를 잘 제어해낼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코넬리우스의 ‘Fit song’을 듣자 그것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마치 껍질을 벗긴 듯 상쾌한 사운드가 바닥을 찍고 올라온다.
말러 1번 교향곡 4악장에서 떠지는 관악 파트는 정말 싱싱하다. 관악 나팔의 그 번뜩이는 황금빛 표면이 눈앞에서 휘황찬란하게 늘어서있는 듯하다. 악기들이 빠르고 격정적으로 연주되면서도 악곡이 터지거나 짓눌리지 않고 일사분란한 모습이다. 무대는 깊고 웅장해서 아무리 클래스 A증폭이라고 해도 60와트짜리 앰프라곤 믿기지 않는다. 특히 팀파니의 빠른 연타와 심벌즈가 붙은 큰 분의 역동적인 타격감이 음악적 흥분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한 순간의 쾌감 뿐 아니라 오랜 시간 들어도 피로감 없이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패스랩스 XA60.5 이 외에 코드를 대체할 파워앰프로 여러 기종을 머릿속에 그렸었다. 일단 스테레오보단 모노블럭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고 유명 브랜드들의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리스트업했다. 에어, 그리폰, 댄다고스티노, 아니면 안전하게 코드의 현역 Ultima 시리즈 등…하지만 엉겁결에 들어온 패스랩스가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물론 더 높은 출력의 X 시리즈 파워나 XA 시리즈 중에서도 더 높은 출력의 파워앰프를 고려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 크지 않은 리스닝 룸에서 대출력이 필요도 없을 뿐더러 출력이 높아지면 오히려 순도를 약간 손해 보기 십상이다. 또 하나 고려했던 것은 사실 XA30.5나 퍼스트와트 파워다. 하지만 이 앰프들은 음색은 최고 수준이지만 Atria의 저역 제어라는 벽 앞에서 무너질 것만 같았다. 결국 XA60.5는 결론적으로 매우 합당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