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사회적 영향은 대단했다. 일단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어놓았다. 새벽까지 불이 환했던 곳들이 자정이면 조용해지곤 했다. 단체로 몰려다니던 일들이 줄었고 혼밥, 혼술 문화에 불을 당겼다. 외식이 줄었고 개인의 활동이 증가했다. 이런 변화는 취미 활동을 촉진시켰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개인 시간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 감상 시간이 늘었다.
오디오 분야는 코로나 시절 활황이었다. 개인 시간이 늘어나면서 과거에 대충 듣고 있던 시스템을 물갈이했다. 듣고 보는 시간이 늘어나니 시스템에서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을테고 이는 업그레이드를 불러왔다. 하지만 반대로 오디오 제작사들은 전에 없던 고통을 호소했다. TI 같은 꽤 규모 있는 회사들조차 일부 소자들을 단종시키기 시작했고 일부 부품은 아얘 시장에서 사라졌다. 신제품 개발 중이던 회사들이 소자 단종으로 인해 양산 계획을 수정했다. 심각한 경우 설계 변경에 들어갔다.
국내 웨이버사 시스템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존 제품들 제작이 힘들어진 경우가 있었고 그 사이 신제품 계획도 차질을 빚은 모양이다. 최근 내가 진행한 리뷰를 보니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재밌는 모델들을 개발해냈다. 디지털 관련 기기가 아니라 아날로그 기술로 만든 액세서리들이다. 예를 들어 노이즈 격리 장치들인 WLAN 시리즈들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상당히 놀라운 경험을 했고 디지털 전송 부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최근 오랜만에 웨이버사에 들렀다. 여전히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반갑고 감사하다고 해야할까? 국내에 몇 안되는 굴지의 오디오 메이커로서 특히 웨이버사는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브레인 집단이다. 사실 오디오 사업은 웨이버사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가장 작은 부분이다. 그래서 여타 첨단 기술이 오디오 부문으로 트리클 다운되어 유령처럼 신기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번 방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다름 아닌 W 액티베이터를 물건이다. 외부는 단순하지만 내부엔 복잡한 PCB 보드에 설계가 되어 있고 DC 전원을 공급받아 작동하다. 케이블을 가운에 장착하고 전원을 올리면 끝. 이번 청음에선 WSlim Pro와 802D2를 사용했는데 적용 전과 적용 후 사운드 차이가 상당하다. 일종의 증폭기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설계 내용을 듣고 보니 제품명처럼 활성화 측면을 연구해 만든 제품이다. 다시 말해 시그널 활성화 개념으로 신호의 손실을 최소화해 최종적으로 앰프에서 증폭된 신호를 스피커에 정확히 전달해준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맞을 듯하다.
한편 간만에 들어보는 Wslim Pro 그리고 WAMP2.7 등 신제품들이 반가웠는데 눈은 계속 W 액티베이터에만 갔다. 약 2년만이지만 소리의 변화가 정말 컸기 때문이다. 기존에 높은 해상도와 넓은 다이내믹스 등으로 놀라움을 주었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마치 현대 하이엔드 사운드의 디테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정밀한 정위감에 마치 과거 웨스턴 일렉트릭 시절의 그 거대한 파도 같은 스케일이 더해졌다. 이런 사운드가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종국에 도달하려 했던 사운드의 봉우리였던 것일까?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W 액티베이터의 영향도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부탁한 테스트 샘플이 도착하면 다시 한번 면밀히 테스트해봐야겠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