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해를 끼치는 존재미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것. 우리는 이를 종종 필요악이라고 한다. 오디오에도 여러 필요악이 있다. 예를 들어 스피커에서 대표적으로 인클로저는 필요악이다. 스피커의 전/후 방사 에너지가 섞이는 것을 막고 스피커를 메달아놓을 무언가가 필요해 어떤 형태로는 캐비닛을 만들어 메달지만 이것이 여러 노이즈를 만들어낸다. 크로스오버도 필요악이다. 앰프로부터 받은 신호를 각 유닛으로 분배하는 데 있어 멀티 웨이 스피커에선 필수 요소지만 크로스오버가 에너지를 적게나마 손실, 왜곡시킨다.
이러한 필요악 중 또 하나는 케이블에서 일어난다. 전원케이블, 스피커케이블, 인터케이블 등등 여러 케이블들은 각 콤포넌트를 연결해주는 데 필수적이다. 물론 무선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불필요하고 종종 배터리로 작동하는 기기를 사용한다면 전원 케이블도 필요없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하이파이, 하이엔드 오디오는 여전히 케이블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케이블이지만 EMI, RF 노이즈는 물론이고 내부 커패시턴스, 인덕턴스, 저항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음질적 손실, 왜곡을 초래한다.
이러한 케이블의 해악을 없애기 위해 여러 메이커들이 케이블 관련 액세서리를 개발해 출시한 적이 있다. 여러 필터류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대개 처음엔 약간 성능 향상에 맛을 들이지만 이후엔 왠일인지 부자연스럽고 거추장스러워 빼고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케이블 액세서리가 출시되었다. 바로 국내 웨이버사 시스템즈에서 W 액티베이터라는 이름으로 커다란 장비가 출시된 것. 디자인부터 남다른 이 블랙 박스는 과연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제품을 박스에서 개봉하자 검은 색 물체 두 개가 쌍으로 출현한다. 하나는 본체고 ㄷ 자로 생긴 것은 본체에 케이블을 올려놓은 후 위에서 눌러주는 용도다. 케이블을 따라서 두꺼운 하이엔드 케이블을 완전히 쏙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완전히 들어갈 경우엔 본체 옆에 설치된 나사를 조여 타이트하게 결속 가능하다. 본체 옆으로는 전원 케이블을 꼽을 수 있는 단자가 마련되고 있으며 어댑터를 통해 12V를 공급받아 작동하도록 설계한 모습이다.
하단 쪽엔 두 개의 LED가 있다. 우측에 노란 빛의 LED는 제품 ON/OFF를 표기해주며 좌측은 이 제품이 가진 성능의 세기를 총 세 가지 색상으로 표기해 사용자가 조정 가능하도록 했다. 우측에 마련된 버튼을 눌러 조정 가능한데 그린, 레드, 블루 순으로 점덤 더 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적용 범위는 스피커케이블, 인터, 파워케이블, 이 외에도 랜케이블, USB케이블에도 적용해 음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웨이버사의 설명이다. 이 정도라면 그냥 아날로그 기술로 만들어진 기기가 아닐 거란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며 실제로 웨이버사에서 공개한 내부 회로를 보니 역시 FPGA까지 동원한 전가 회로가 빼곡이 설계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성능은 어떨까?
청음 테스트
시청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서 종종 진지하게 리스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룸 어쿠스틱 튜닝을 통해 더 다듬어야겠지만 비교 청음에서도 그 차이는 어렵지 않게 구분이 되는 수준까지 왔다. 우선 이번 테스트에선 락포트 Atria를 중심으로 MSB Analog를 DAC 겸 프리로 사용하고 파워앰프는 패스랩스 XA60.5를 사용했다. 룬으로 재생했고 룬 코어는 수 년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웨이버사 Wcore를 사용했다.
테스트할 케이블은 우선 스피커 케이블로 정했고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꽤 있는 킴버 12TC를 사용했다. 우선 현재 시스템에서 킴버를 사용해 테스트한 후 킴버 스피커케이블에 W 액티베이터를 장착하고 들어보았고 W 액티베이터를 빼고 들어본 후 다시 장착하는 등 반복적으로 비교를 해보면서 그 특징을 파악해나갔다.
우선 W 액티베이터를 장착했을 때 가장 큰 변하는 중, 저역 쪽에서 일어났다. 예를 들어 도미니크 피스 아이메의 ‘Birds’ 같은 곡을 들어보면 우선 더블 베이스 사운드에 두께가 더해지고 더 뚜렷하며 육중해진다. 흥미로운 건 저역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보컬 음상이 더 선명해지면 그 형상의 실체감이 한껏 향상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두께, 무게감 그리고 더 낮은 대역까지 무게감이 실리는 등 동시다발적인 변화들이다.
확실히 저역은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깊은 저역의 감쇄가 덜하며 따라서 더 낮은 옥타브까지 묵직하게 내려가는 모습이다. 스피커 앞에서 놀던 저역이 어느새 발끝까지 전해올 듯 나를 향해 저역 에너지의 방사 범위를 늘려나간다. 부드럽게 쿵쿵대던 저역 에너지가 종종 발 밑까지 그르렁거린다. 단순히 볼륨을 올린 결과는 아니다. 동일하게 큰 볼륨에서도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에너지의 증가인가 아니면 원래 있었던 에너지가 손실 없이 전해지는 것인가? 여러 의문으로 갈수록 혼란스럽다.
파이프 오르간은 인류가 개발해낸 아날로그 악기 중 가장 넓은 대역을 소화하는 것 중 하나다. 특히 저역의 깊이와 그 잔향의 길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바흐의 ‘Toccata & Fugue’를 재생하니 우선 저역 에너지가 파도처럼 밀려오면 호흡을 길게 내밷는다. 흥미로운 건 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악기 소리가 어떤 블랙 홀로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흡입력이 강해졌다. 앰프의 출력 신호가 더 강하고 빠르게 스피커로 흘러들어가는 듯한 느낌인데 소리에 탈력이 붙고 앞으로 추진하는 힘이 더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선 락포트와 MSB, 패스랩스, Wcore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킴버 스피커케이블에 적용해본 결과는 이렇다. 이 외에도 파워케이블이나 인터케이블 등 다양한 케이블에 매칭해볼 수도 있고 윌슨 Sasha와 Wslim Pro 매칭에서 결과도 자못 궁금해졌다. 기회 될 때마다 다시 또 적용해보면서 음질 향상을 꾀해봐야겠다.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신기한 물건임은 확실하다. 과학계 뉴스에선 연일 초전도체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며칠 후엔 2차 세계 대전 당시 기밀리에 진행된 맨해튼 프로젝트를 다룬 ‘오펜하이머’가 개봉 예정이다. 웨이버사가 만들어낸 W 액티베이터가 펼쳐내는 오디오 관련 기술은 전기자동차 관련 분야 기술에서 응용된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W 액티베이터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갈수록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