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

사이러스 디지털의 미래를 제시하다

사이러스 Classic STREAM

cyrus classicstream 7

브리티시 사운드

오디오 하면 미국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영국 브랜드들의 아성은 대단히 높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소수의 하이엔드 오디오 추종자 외에 보편적인 직장인들에게 오디오란 거의 영국 오디오를 의미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영국 오디오는 국내에서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바워스 앤 윌킨스, 케프는 말해 무엇하랴. 하베스, 스펜더, 탄노이 등 이름만 대면 꿈에도 나오던 스피커 브랜드가 즐비하다. 게다가 그 후예라고 할만한 PMC, 파인오디오 등에 이르면 이젠 영국을 빼놓고 이야기하긴 힘들어진다.

그런 영국 브랜드가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네 정서와 잘 어울리는 음결이 아니었을까? 탄노이, 하베스, 스펜더, 케프, 프로악 등 모두 목재를 사용해 고풍스러운 인클로저 디자인을 자랑했고 그만큼 나무의 질감이 소리에 묻어나 온건한 울림을 내뿜었다. 뿐만 아니다. 앰프 부문에서도 이런 스피커와 아주 잘 어울리는 앰프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네임오디오, 사이러스, 린, 쿼드, 캠브리지 같은 앰프들이다. 그리 크지 않은 하프 사이즈에 지금 보면 고색창연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미니멀했다. 하나 같이 다부지며 자국의 스피커들과 어떤 식으로 연결해도 기본 이상의 음질을 내주었다.

cyrus classicstream 11

그 중 사이러스의 존재는 총총히 빛났다. 프로악, 하베스, 스펜더, 케프 등을 비롯해 BBC 모니터링 계열 스피커와 두루 잘 어울렸다. 누군가는 당시 경쟁하던 네임을, 또 어떤 사람은 린을 좋아했다. 이 당시 앰프들은 다들 도시락 통이라고 불릴 만큼 조금 작은 사이즈지만 다부진 체격에서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어필했다. 다소 거칠지만 골격이 뚜렷하고 앞으로 전진된 무대로 호소력이 만점이었던 네임오디오, 미세한 미립자 같은 고운 음결에 조금 얇지만 그 나름의 여성적 섬세함이 매력이었던 린이 있었다. 그리고 빠른 스피드에 초콜릿처럼 진하고 쌉쌀한 맛으로 민첩한 소리 특성의 사이러스도 나름의 강자였다.

디지털 분야에서도 시디피 시절부터 사이러스의 매력은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었다. 날렵한 몸매에 다부진 체격 그리고 내부 메커니즘에서부터 서보 보드, 전원부 등 자사의 앰프와 딱 맞아 떨어지는 디자인에 밀도 높은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미션으로부터 독립해 만들어진 사이러스지만 그들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은 곳곳에서 빛났다. 다이캐스팅 섀시에 PCB 보드의 공중 부양, 탁월한 아날로그단 튜닝 등이 빛났다. 당연히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 사이러스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월은 그저 흐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나오지 못했다.

cyrus classicstream 10

사이러스 X BluOS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이미 USB DAC를 내장한다거나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능을 넣은 앰프 개발을 하곤 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사이러스는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새로운 파트너 블루사운드와 손을 잡았다. 이미 1년여의 세월이 흐른 것 같지만 그 동안 종종 나는 사이러스에서 뭔가 새로운 디지털 소스 기기가 나올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다른 회사도 아닌 BluOS라는 강력한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랫폼을 자사의 기기와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ROON 외에 가장 선호하는 리모트 앱이 BluOS이기에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cyrus classicstream 5

Classic STREAM

사이러스와 BluOS의 결합이 만들어낸 제품의 디자인은 사이러스 그대로였다. 뭔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디자인만으로 브랜드 이름이 떠오르는 흔치 않은 브랜드의 특색을 버리진 않았다. 처음 마주하면 이 제품이 소스 기기인지 앰프인지 혹은 사이러스의 주특기 중 하나인 전원부인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후면을 살펴보면 이 제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전면은 215mm 너비의 사이러스 고정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다이캐스팅 방식으로 만든 알루미늄 바디에 좌/후로 방열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후면으로 이동하면 이더넷 단자가 마련되어 있으며 USB A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다. 바로 네트워크 스트리밍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걸 알 수 있다. USB A 타입 입력단의 경우 메모리 스틱에 음원을 담아 재생할 수 있게끔 해준다. 디지털 관련 인터페이스는 광 출력 및 동축 출력이 전부다. 별도의 DAC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 당연히 이 경우 Classic STREAM은 오로지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만 작동한다. 지원 포맷은 최대 PCM 24/192가 한계. DSD는 지원하지 않는다.

cyrus classicstream 4

아날로그 출력은 RCA 한 조만 지원한다. 사이러스의 경우 전통적으로 XLR 입/출력을 지원하지 않는 고집이 있다. 한편 옆으로 마련되어 있는 동일한 RCA 입/출력 단자는 MC BUS 단자로서 같은 사이러스끼리 통신해 함께 on/off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단자가 하나 있다. 후면 우측 하단에 5핀 단자로 구성된 단자가 있다. 이는 사이러스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외장 전원부 연결 단자로서 PSX-R2 전원부를 별도 구입해 연결하면 훨씬 더 향상된 퍼포먼스를 도모할 수 있다. 참고로 PSX-R2는 DAC 회로를 거친 이후 아날로그 회로에 대한 전원 회로를 대체해 더욱 안정적이며 노이즈가 적은 전원을 공급해준다.

cyrus classicstream 9

사이러스 Classic STREAM의 경우 기능적으로 최신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갖추어야할 덕목을 두루 내장하고 있다. 일단 내장 DAC의 경우 ES 9038Q2M을 사용해 사이러스에서 DAC 회로를 튜닝해내고 있다. 이를 사이러스에선 QXR리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이 모델의 경우 1세대 QXR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리모트 앱은 BluOS를 사용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약 23개 정도의 다양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진입 가능하며 국내 벅스뮤직도 바로 BluOS에서 진입 가능하다. 이외에 MQA 풀 디코딩이 가능하며 에어플레이 2에 대응한다. ROON은 지금 시점에선 불가능하지만 지원 예정이라고 한다.

cyrus classicstream 6

청음

이번 테스트는 사이러스 Classic STREAM을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DAC로 사용하고 별도의 소스 기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 모델의 모든 면모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한편 프리앰프는 패스랩스 XP-12, 파워앰프는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을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스피커는 바워스&윌킨스의 801D4를 활용했다. 레퍼런스급 모니터 스피커를 통해 도출되는 사이러스의 소스기기로서 특성은 제법 명확하게 드러났다.

sarah

우선 전체적인 밸런스는 어느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고 모범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낮은 중역대와 높은 저역대가 약간 솟아 있어 진한 소릿결을 보여주면서 음악적으로 몰입도를 더했다. 예를 들어 사라 맥라클란의 ‘Angel’을 들어보면 사라의 보컬이 핵이 뚜렷하고 응집력이 높아 더 밀도 있고 탄탄하게 들린다. 한편 낮은 저역까지 하강하는 피아노 건반의 움직임도 제법 명료하게 포착해낸다. 사이러스의 기존 특성은 유지하면서 대역폭이 넓고 해상도를 높인 소리다.

jan

음색은 절대 차갑지 않다. 사이러스의 소리는 적절히 윤곽을 잡아내 골격을 명확하게 보여주지만 냉정하게 에지를 쳐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파삭하거나 그저 매끈하게 가공한 소리가 아니라 비교적 원래 녹음의 거친 면까지도 그대로 자기 스타일대로 요리해 담백하게 드러낸다. 예를 들어 얀 가바렉의 ‘Officium’을 들어보면 하이엔드 소스기기 같은 투명하고 예리한 소린 아니지만 반대로 텍스쳐가 솔직하게 드러나며 이른바 표면 질감을 짙게 뿜어낸다. 배음 특성에서 가장 복잡 미묘한 관악기의 고역에서도 인공적이거나 너무 드세지 않게 뻗어나간다.

fourplay

아마도 사이러스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시간축 반응 특성들일 것이다. 앰프에서도 리듬, 페이스 & 타이밍 경향이 돋보였는데 소스 기기에서도 이런 경향은 균질하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포플레이의 ‘Tally ho!’ 같은 곡에서 리듬 파트가 앞으로 힘 있게 추진하면서 리듬감을 북돋운다. 801D4를 직접 드라이빙하는 건 앰프지만 소스 기기 하나 바꾼 것 만으로도 경쾌한 리듬감이 더 살아난다. 한편 고역 쪽 심벌 사운드가 섬세하게 표현되는 부분에서 확실히 사이러스의 최신 기기들의 SN비, 해상력 상승을 감지할 수 있었다.

currentzis

그렇다면 광대역, 광활한 스테이징 등 매우 높은 정보량과 다이내믹스, 공간 표현력이 필요한 대편성 교향곡은 어떨까? 대체로 이러한 하프 사이즈의 영국 브랜드 제품들이 다른 건 다 좋아도 스케일 표현에선 오밀조밀하게 축약된 무대를 표현해 아쉬운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이러스 Classic STREAM의 경우 절대 작지 않은 무대를 표현해낸다. 물론 상급기인 Stream-XR 같은 분해력, 정보량, 투명도를 선보이진 못하지만 과거 사이러스의 한계는 가뿐히 뛰어넘었다.

cyrus classicstream 3

총평

시대의 조류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대에 대한 부응과 함께 바뀐다. 시대가 원하는 소구를 달성해낼 때 대중은 반응하고 투자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러스의 이번 BluOS 탑재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물론 같은 영국의 메리디안, 린, 네임오디오처럼 선도적인 R&D를 통해 미래를 대비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BluOS과 협력은 현재는 물론 미래를 볼 때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실제로 Classic STREAM은 BluOS 스트리밍 플랫폼 위에서 신속하게 반응했고 안정적인 작동을 보여주었다. 사이러스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모델의 가치는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더불어 사이러스 사운드의 매력을 오랜만에 소스기기에서 탐닉할 수 있다는 것도 유익한 리뷰였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etergreen thumb

피터 그린과 빽판의 전성시대

eversolo thumb

에버솔로 DMP-A6 영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