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등장하다
밀레니엄이 밝은지 딱 10년이 되던 2010년 위디어랩이라는 신생 메이커가 탄생했다. 이들은 혜성처럼 등장하면 S10이라는 생소한 뮤직서버를 내놓는다. 이것이 2011년. 국내/외에서 이 제품은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음악을 파일로 재생하기 시작한 이례 오디오파일은 PC의 음질적인 폐해로 인해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던 와중이었고 그 숨통을 트여준 대안들이 속속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하던 상황이었다. 린, 메르디안 등 전통의 강호들이 그들만의 소프트웨어 엔진을 통해 자신들만의 음원 재생 플랫폼을 구축하던 당시였다.
시작은 린이 내놓은 클라이맥스 DS 같은 기기들이었다. PC와 USB DAC를 USB 케이블로 연결해 듣던 당시 린은 외장 NAS에 음원을 담은 후 이를 자체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 스트리밍 환경에서 재생할 수 있는 기기를 내놓은 것. 한편 경쟁자인 메리디안은 Sooloos라는 플랫폼 및 하드웨어를 개발해 경쟁하고 있었다. 당시 이 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독립해 만든 회사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ROON이다. 그리고 메리디안은 이후 하드웨어 사업을 거의 포기하고 대신 대표가 별도의 법인 MQA를 설립해 네트워크 스트리밍 시대 고해상도 음원 재생에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이후 MQA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블루사운드에 인수되었으나 고해상도 음원의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위한 몸부림과 도전 정신은 높이 살만했다.
와중엔 오렌더는 강호의 고수로 떠올랐다. 이른바 뮤직 서버라는 컨셉 아래 대용량 저장창지 역할을 하면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리눅스 엔진 위에 얹어 초고해상도 음원 재생의 신대륙을 점령했다. 전 세계 어워드의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었고 오디오파일들은 열광했다. 오죽하면 영국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디지털 브랜드 dCS마저도 자국의 유명 디지털 브랜드 제품을 마다하고 오렌더와 매칭해 자사의 제품을 시연하곤 했다. 듀얼 AES/EBU 등을 탑재한 오렌더 제품은 시디피의 몰락과 파일 재생의 문턱에서 헤메던 디지털 브랜드 및 진지한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있어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시대의 요구
눈을 뜨면 바뀌는 디지털 트렌드에 대해 오렌더는 조금은 보수적인 편이었다. 오직 자체 플랫폼 ‘컨덕터 앱’으로 재생해야 했고 그 외에 플랫폼과 협력, 호환이 느린 편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어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했고 결국 타이달, 코부즈는 물론 멜론, 벅스 등을 자체 플랫폼에 품었다. 시대는 음원을 저장해 소유하고 즐기는 형태에서 점점 벗어나 온라인 스트림을 통해 공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를 오렌더와 외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외에 다양한 프로토콜에 오렌더는 조금은 느리게 반응했다. 구글 크롬캐스트, 블루투스, 유튜브 뮤직 등이 그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음질에 관해 타협하지 않는 오렌더의 설계 철학에 있었다. dCS 등 내로라하는 디지털 브랜드와 어깨를 겨누던 오렌더가 음질에 있어 타협한다는 건 정체성을 버린다는 의미나 다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요구는 거셌다.
선전포고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다양한 음악 서버 및 네트워크 플레이어 라인업을 보유한 오렌더는 새로운 모델을 들고 나왔다. 모델명은 A1000. 오렌더는 시대의 요구들을 담을 그릇을 찾고 있었고 그것은 A 시리즈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오렌더는 그들의 가장 뚜렷한 정체성을 투영한 뮤직서버/네트워크 플레이어 제품군을 유지, 진보시켜왔고 우리가 알다시피디 W20 및 N10, N20, N30까지 확장시켜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DAC를 내장시킨 A 시리즈를 론칭해 라인업 확장을 도모 중이었다. 그리고 시대의 다양한 요구와 그에 부응한 추가적인 인터페이스를 이식할 그릇으로 A 시리즈를 점찍었다.
A1000은 오렌더의 대중화를 알리는 선전포고와 같은 제품이다. 블루투스 기능을 담았고 구글 크롬캐스트를 내장했다. 게다가 HDMI ARC 입력단을 탑재해 유튜브 및 타이달, 스포티파이 커넥트 등에 대응하게끔 만들었다. 과연 A1000은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출시 전부터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음질 최우선주의의 외쳤던 그들이 여러 기능을 추가하면서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그들만의 성능에 대한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우선 박스에서 꺼낸 A1000은 A 시리즈의 막내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레퍼런스급 제품들과 동일하게 매우 두터운 CNC 가공 알루미늄 케이스웍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절대 타협이 없어보인다. 전면 중앙의 풀 컬러 디스플레이도 상위 제품과 마찬가지로 앨범 커버 아트웍을 멋지게 띄워준다. 우측의 곡명들도 시인성이 뛰어난 편이며 스트리밍 서비스 및 재생 타임 등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좌측으로는 커다란 전원 버튼이 위치하며 그 아래로 입력 등 편의 기능 버튼이 늘어선다. 우측으로는 둥그런 노브가 위치해있는데 예상했듯 이 제품은 볼륨을 지원하므로 파워앰프 혹은 제네렉 같은 액티브 스피커와 직결이 가능하다.
후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본격적으로 A1000의 기능을 알 수 있다. 우선 디지털 입력단은 USB(B) 입력이 있어 PC와 직결도 가능하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대체로 생략하는 단자지만 오렌더는 살려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동축 및 광 입력도 빼놓지 않고 구비해놓았다. 당연히 이더넷 입력단이 존재하며 추가로 HDMI ARC 입력단이 있다. HDMI ARC 출력을 지원하는 TV와 연결하면 TV 컨텐츠, 유튜브 등 컨텐츠도 모두 음성 출력을 A1000과 연결된 앰프를 통해 증폭, 메인 스피커로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출력은 USB 및 동축을 지원하며 내부에 DAC를 통해 아날로그로 변환된 신호를 언밸런스 RCA로 출력 가능하다. XLR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약간 아쉽다. 한편 USB 3.0 포트가 있는데 이를 통해 외부 USB 스토리지를 꼽아 내장 음원도 재생 가능하게 배려하고 있다. 상단에 보면 중앙에 검은 기구물이 보이는데 이는 블루투스 안테나다. 밖으로 세워놓는 방식의 안테나가 거추장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매우 심플해서 좋다. 한편 우측엔 수납 공간이 하나 마련되어 있다. 바로 오렌더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직 서버로서의 기능을 위해 마련한 SSD 혹은 HDD 장착을 위한 것으로 2.5인치 사이즈 스토리지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이다. 오렌더의 뮤직 서버로서의 기능은 매우 강력해 여타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지원하는 저장 장치 지원 기능보단 훨씬 더 탁월한 성능, 편의성을 제공한다.
기능적으로 이 제품은 블루투스 apt-X HD는 물론 애플 에어플레이 등 무선 프로토콜은 물론이며 크롬캐스트 내장을 통해 타이달 커넥트, 스포티파이 커넥트, 유튜브 등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기본 제공하는 앱에서 타이달 등 여러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므로 온라인으로 즐기지 못할 음원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부 하드웨어 설계가 이 제품의 품질을 규정해준다. 우선 모든 액티브 컴포넌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원부는 총 세 개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듀얼 모노 타입 설계를 보인다. 여기에 더해 DAC 같은 경우 칩셋은 AKM4490REQ를 채널당 한 개씩 총 두 개를 사용해 역시 듀얼 모노 타입을 고수하고 있으며 클록 같은 경우 TCXO를 샘플링 레이트에 따라 한 발씩 사용했다. 상위 A15에 비해서도 거의 타협이 많지 않으며 되레 DAC 칩셋은 더 최신 버전을 탑재했다.
청음
오렌더 W20이나 N100 같은 기기를 처음 들었던 당시가 생각난다. 하지만 ROON을 사용하면서 멀어지긴 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오렌더는 최근 상위 모델부터 ROON 인증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A1000 같은 경우도 조만간 ROON으로부터 인증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선은 오렌더 자체 앱 컨덕터를 다운받아 조작하며 음악을 재생해보았다. 앰프는 코드 ULTIMA 인티앰프, 스피커는 락포트 Atria를 사용하면서 그 성능을 살펴보았다.
일단 오렌더는 그 어떤 네트워크 플레이어보다 매우 정직하고 명료한 사운드를 내주는 브랜드다. 이론적인 검증이 철저하며 이런 엄정함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음악을 들어보면 모든 소리들이 매우 정확하고 정직하다. 예를 들어 뷰욕의 목소리는 매우 정확한 음정으로 표현되며 옥타브 구분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고역 쪽은 활짝 열려 있고 중, 저역의 타격감도 명료해서 어떤 트집을 잡기 힘든 사운드로 보답한다. 상위 레퍼런스급 모델들 예를 들어 W20, N10, N20 등에 비하면 정보량이 약간 아쉽지만 하이엔드 시스템이 아니라면 눈치 채기 힘들 것이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고역 쪽으로 대역 밸런스가 치우친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그러나 중, 고역 해상도는 매우 높아서 아주 작은 미세 입자들도 모두 발본색원해 분석 후 내보내는 듯 분해력이 일품이다. 예를 들어 드레이크의 ‘One dance’ 같은 곡에서 여성 코러스, 남성 보컬 가릴 것 없이 음정이 명확하고 딕션이 매우 또렷하다. 음색적으로 뭔가 가미하는 버릇이 없어 마치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듯 정확하다. 더불어 소리의 맺고 끊는 표현이 뛰어난 군더더기 없이 곡을 전진시키는 추진력도 훌륭하다. 딜레이되는 듯 하거나 희미한 느낌은 전혀 없다.
어쩌면 이런 느낌들이 음악을 약간은 경직되게 들리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가장 민감한 중, 고역은 물론 중, 저역 부근의 움직임은 이것이 원래 스튜디오 마스터의 사운드라고 믿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제프 카스텔루치의 ‘Big bad john’을 들어보면 절도 넘치는 진행과 정확한 타이밍이 음악을 매우 정돈되어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준다. 한편 저역 해상도는 뛰어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돌덩이처럼 탄탄하고 밀도 높은 사운드로 보답한다. 뭔가 미적거리며 쓸데 없은 잔향을 남발하지 않는 성향으로 매우 깨끗한 뒷맛을 남긴다.
아주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선명함과 음원의 미세 알갱이들을 바짝 일으켜 약간은 긴장감을 주는 소리다. 디지털에서 뭔가 따스하거나 촉촉한 질감 같은 걸 만들어내지 않으며 원래 마스터 음원에 담긴 정보만 정직하게 아날로그로 변환, 출력해주는 타입이다. 조성진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 강음은 강하게 약음은 약하게 그 컨트라스트가 매우 크게 대비된다. 어찌 보면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엇비슷하게 유사한 다이내믹 컨트라스트 대비 특성을 가진다. 그만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보단 매크로 다이내믹스가 부각되는 성향을 보인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무대는 가감없이 넓고 입체적이어서 뭔가 짓눌린 답답함은 어디에도 없이 시원시원하다.
총평
위디어랩이라는 이름으로 깃발을 꼽은 지 어언 15년이 넘아가는 시점에 오렌더를 되돌아보면 커다란 족적을 남긴 듯하다. 그저 기능성만을 위시로 발전해오던 중, 저가 그리고 초하이엔드 기기들과 연결되어 음원을 재생해주는 일부 해외 메이커들도 오렌더 앞에선 숙연해지는 모습들이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최근 출시되는 디지털 기기들의 화려한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볼 때 뭔가 무뚝뚝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오렌더로 음악을 들어보면서 디지털 소스 기기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꼭 필요한 기능만 적확하게 추가했고 음질적인 부분에서 타협하지 않기 위해 적재적소에 뛰어난 소재를 투입했다. 하지만 그 가격은 형제라고 할 수 있는 A15 에 비해 거의 1/3로 낮아졌다. 주변기기와의 호환성 및 기능 향상까지 더해진 점을 상기한다면 A1000은 오렌더 혁신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엔드 뮤직 서버 오렌더가 복심을 품고 지상으로 내려온 모습이다. 아마도 A1000을 나의 시스템에서 걷어내는 것은 힘들 것 같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Physical Specifications
Dimensions : 13.8″W x 14″D x 3.8″H (3.3″ w/o Feet)
Weight : 18.3lb (8.3kg)
Material : Machined Aluminum Chassis
Front Panel Display : 6.9″ 1280 x 480 Wide IPS Color LCD
Front Control Panel : Power, Input, Output, Mode, Play/Pause, Next Track, Previous Track, Volume Jog
Remote Control : BLE Remotecontrol for full-featured control
Technical Specifications
Power Supply : Full Linear Toroidal
CPU : Quad-core 2.0Ghz CPU (ARM Coretex-A55)
RAM : 4GB DRAM
Library Storage Capacity : 1x 2.5”
SSD for System & Cache : 32G eMMC for System, 120GB NVMe for Cache
Data USB Ports : 1x for external storage
Software Suite : Aurender Conductor
Ethernet Port : 100/1000 (Gigabit)
Power Consumption : Play (15W), Peak (20W), Standby (1.4W)
ARC : 1x ARC-in for TV ARC port
12V Trigger : 1x for external equipment
Audio Specifications
Analog Outputs : RCA (Unbalanced)
DAC Chipset : AKM4490REQ Dual Mono
Analog Outputs Supported Format : Up To 32-bit / 768 KHz, DSD512(Native)
Digital Outputs : COAX RCA, USB external DAC Support
USB Output Supported Format : Up To 32-bit / 768 KHz, DSD512(Native)
Digital Inputs : COAX RCA, Optical/Toslink, USB Type B, ARC
Compatible Formats : DSD (DSF, DFF), WAV, FLAC, AIFF, ALAC, M4A, APE and others
Chromecast Audio : Tidal connect, Spotify connectCasting to various apps such as qobuz, YouTube , Bugs, Melon, etc
Bluetooth : up to AptX-HD
제조사 : Aurender Inc
홈페이지 : aurender.co.kr
연락처 : 031-342-5715
공식 소비자 가격 : 4,4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