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는 예전부터 음반숍들이 많았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신촌, 홍대 부근이 정말 활발했다. 음악하는 밴드 등 뮤지션도 많았고 당연히 화실도 많았다. 여기에 음악도 빠질 수 없는 법. 신촌에 향뮤직, 목마레코드, 태림 그리고 홍대로 넘어오면 미화당, 퍼플레코드, 레코드포럼, 시티레코드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음원 다운로드, 음원 스트리밍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곳이 사라졌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음반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들이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쿵쾅거리는 소음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엘피 붐으로 인해 못보던 레코드숍이 꽤 많이 다시 등장했다. 여러 곳을 가보았는데 국군의 날을 맞이해 이번엔 용강도에 위치한 잇츠팝을 가보았다. 공휴일이지만 시청실에 볼일이 있어 출근했다가 일찌감치 퇴근해 대흥역에서 가까운 을밀대를 찾았다. 예전엔 여름이면 휴일마다 찾곤 했는데 요즘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소원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냉면은 다행히 더 맛깔났다.
잇츠팝에 들어서자 많은 엘피들이 나를 반겼다. 팝, 포크, 재즈, 록 등 디지털 시대 앨범이 아닌 순수 AAA 시절 음반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나의 시선을 강탈한 음반들은 예전에 듣던 미국, 영국 포크나 포크 록들이다. 집에서 강력한 록 음악은 별로 들을 일이 없고 잔잔하 음악들이 듣고 싶어졌다. 게다가 과거엔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구입하지 못했던 앨범들이 정말 많았다. 밥 딜런, 팀 하딘, 알로 거스리 등을 시작으로 페어포트 컨벤션, 팬탱클, 스틸리 스팬 등 영국 포크 음악들은 20대 나의 애청 음악들이었다.
이런 저런 엘피들을 주워담다보니 엘피 가방이 꽉 들어찰 정도다. 흥미로운 건 이 곳 주인장도 오디오 마니아였다. JBL K2 S5500을 위시로 파워앰프는 나도 사랑해마지 않는 플리니우스 SA100, 프리앰프는 매킨토시였다. 디지털은 아얘 취급을 하지 않으시는 듯. 소스 기기로 턴테이블 두 대가 보였다. 아마도 마이크로세이키 제품으로 보였다. 아날로그 시절 포맷 엘피를 주로 취급하니 오디오 또한 그에 어울리는 조합을 꾸린 듯하다. 사실 소스 포맷에 따라 변천해온 하드웨어, 즉 오디오 역사를 살펴볼 때 포맷과 오디오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간만에 정말 추억을 소환한 시간이었다. 리키 리 존스, 데이빗 브롬버그, 마리아 멀더, 바클리 제임스 하베스트, 데릭&더 도미노스, 카니발, 에릭 폰 슈미트 등등. 조만간 또 들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