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카렌 달튼의 ‘In my own time’ 앨범의 첫 곡을 들었을 때 그녀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1960년대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던 수많은 포크 싱어 송 라이터의 음악들을 들었지만 카렌 달튼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존 바에즈나 피터, 폴 앤 메리 등 이전에 들었던 당시 여성 포크 음악들이 다소 예쁘고, 서정적인 톤이었던 데 반해 카렌 달튼의 목소리는 약간의 비음에 소울, 블루스 음악이 혼재되어 있는 보컬 스타일을 들려주었다. 포크 음악이 중심이긴 하지만 일부 음악에선 그저 약간 양념이나 가니쉬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그녀의 음악은 종종 빌리 할러데이나 니나 시몬의 영향을 더 받은 것처럼 보였다. ‘In my own time’은 1971년 파라마운트 레코드에서 발매한 그녀의 두 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이다. 핸들은 하비 브룩스가 잡았다. 당시 록과 재즈 음악을 좋아한다면 알만한 하비 브룩스로 밥 딜런의 ‘Highway 61 Revisited’, 마일스 데이비스의 ‘Bitches Brew’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던 장본인. 하지만 카렌 달튼은 싱어 송 라이터라고 부르긴 힘들다. 자작곡이 거의 없었기 때문.
크고 가냘픈 몸매에 곧은 생머리를 휘날리며 오랫동안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지만 그녀는 1993년 사망했다. 그녀는 살아생전 그 어떤 음악적 영광도 누리지 못했다. 밥 딜런이 그의 자서전에서 한 줄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꽤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한마디씩 보태면서 컬트로 회자되기 시작했고 여러 재발매가 뒤늦게 이뤄진다. 데벤드라 반하트, 루신다 윌리엄스, 조애나 뉴섬 등등.
수록곡들을 면면을 보면 상당히 다양한 음악과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폴 버터필드 같은 블루스 뮤지션의 동명 타이틀곡부터 그렇다. 게다가 싸이키델릭 록 밴드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 출신 디노 발렌티의 첫 곡은 이 앨범을 대표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외에도 모타운 출신 작곡가 그룹 홀랜드-도지어-홀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곡 선정은 이 앨범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 외에 기타와 보컬, 밴조 등 여러 악기를 다룬 카렌은 물론이고 하비 브룩스의 베이스, 맛깔난 톤의 에이모스 게릿 기타가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조 사이먼, 존 홀, 빌 키스 등 당시 카렌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프로듀서 하비 브룩스가 상당히 정성을 쏟은 앨범으로 보인다.
한 20여년도 더 지난 거 같은데 오리지널은 원래 좀 비쌌고 재발매도 품절된 상태. 45rpm, 2LP 버전도 가지고 있지만 마침 50주년 기념 엘피가 발매되어 한 장 더 구입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Light in the attic 레이블에서 다신 한 번 재발매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