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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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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시청실을 따로 냈다. 밀려드는 리뷰 제품들을 놓을 공간도 없고 작은 집에서 세팅하긴 더욱 힘들었다. 게다가 유튜브 촬영할 공간도 따로 필요했던 게 컸다. 비용도 많이 들고 여러 면에서 신경 쓸 일이 천지였다. 그래도 버티고 버티니 이젠 익숙해졌다. 사실 따로 시청실을 낸 데에는 이른바 워라벨(?)도 있었다.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휴식이랄 게 없고 따로 작업실 없이 동으로 서로 뛰어다니는 것도 뭔가 중심이 서질 않았다. 시청실에선 일하면서 좀 더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집에선 말 그대로 휴식을 즐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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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생활에 뭔가 리듬이 생겼다. 루틴이 생기니 몸에도 활력이 생기고 일도 더 잘된 듯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익숙해진 루틴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았다. 뭐랄까. 직업병이랄까? 집에 와서도 글을 쓰게 되고 조금씩 오디오도 주워모으기 시작했다. 집에서 아주 심플한 시스템만 운영하자는 나의 계획은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여지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들어도 꽤 좋은 제품들 중에 공동구매를 진행하는데 그러다 보면 나도 구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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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집에선 공간 문제도 하고 싶었던 시스템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름 아닌 브리티시 사운드. 사실 디지털은 영국 스타일이 이젠 거의 사라졌다. 린, 사이러스, 네임 등에서 나오는 디지털 기기들이 영국색이 예전만 못하다. 물론 성능은 예전에 비해 좋아졌지만 못내 그 시디 플레이어 시절의 개성이 그립다. 하지만 아날로그는 여전히 영국 쪽 특성이 남아있다. 그래서 장만한 게 린 LP12다. 여기에 네임오디오 Uniti Star를 매칭했다. 예전 같은 진한 네임 사운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네임은 네임이다. 예전엔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이런 소리도 당긴다. 한편 스피커는 BBC 계열 스피커 중 가장 선호하는 그라함 LS LS5/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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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시청실 시스템으로 듣고 리뷰도 진행하지만 주말엔 이 시스템을 사용해 BGM처음 음악을 듣는다. 편안하면서도 음악적 에센스는 놓치지 않아 장시간 음악을 듣기엔 제격이다. 이 때문에 주말마다 린 LP12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주말 음악 듣는 패턴은 거의 엘피에 기반하고 있다. 턴테이블을 책상 바로 옆에 두고 있으니 글을 쓰면서도 엘피 교체하기가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바로 옆에서 엘피가 회전하는 모습을 보는 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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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요즘 이베이를 자주 들락거리면 엘피를 구입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한동안 이베이 중독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병이 도진 것. 과유불급이라고 적정선에서 타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 ‘Dark Side Of The Moon’ 솔리드 블루 라벨이나 MFSL 버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몰래 비딩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공학적 수치로도 설명하기 힘들고, 말로 정확히 규정하긴 힘들지만 음악을 부르는 오디오, 그게 가장 좋은 오디오가 아닐까 한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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