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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어쿠스틱스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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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한 분야에 바친 사람들이 있다. 어떤 우연의 기회에 그 분야로 뛰어든 사람도 있고 애초에 한 분야를 공부해오면서 자연스럽게 그 분야의 전설로 남은 사람들도 있다. 오디오 분야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종종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오디오 메이커 사람들을 보면 둘로 나뉜다. 하나는 그저 마케팅, 세일즈에만 관심 있는 브랜드가 있고 또 하나는 정말 오디오 자체에 진심이 사람들이 있다. 인터뷰를 해보면 금세 그 브랜드의 목표가 있다.

현대 하이파이오디오 분야에선 장인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거대 자본이 잠식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예술작품과 비견되었던 오디오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공산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인들이 점점 연로해 사라지기도 하며 브랜드만 남아 그저 과거의 헤레티지로 연명하며 상표로만 남아있기도 한다. 최근 만난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는 달랐다. 설립자인 투라지 모가담이 여전히 왕성하게 제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그는 엄청난 음악광이며 동시에 공학자며 이후 록산에서부터 턴테이블 설계를 담당하면서 적시스, TMS 같은 희대의 명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의 필생의 승부수는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를 통해 이뤄졌다. 최근 베르테르 어쿠스틱스에서 분수령을 이룬 대표 투라지 모가담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짧지만 긴 이야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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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풍력 발전에 쓰이는 터빈 설계 전문가로서 메카니컬 설계, 연구 등을 진행했었습니다. 박사 연구의 일환이었죠. 한편 원래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애호가였습니다. 처음엔 그저 내가 사용할 요량으로 턴테이블을 만들다가 일이 커졌어요. 때론 친구가 턴테이블을 만들어달라고 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록산을 설립해 턴테이블을 설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록산 TMS 턴테이블과 Artemiz 톤암으로 음악을 굉장히 좋게 들었는데요. 요즘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턴테이블과는 조금 다른 듯합니다.

기본적인 설계 기조는 동일합니다. 기본적으로 록산 TMS 3까지 제가 설계해서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록산은 좀 더 대중적인 제품들을 제작해야 했습니다. Candy, Caspian 같은 제품들이죠. 점점 록산 TMS 같은 하이엔드 턴테이블의 개발, 업그레이드는 좀 힘들어졌죠. 이후 케이블에 관심이 생겨 저는 케이블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케이블을 록산 제품에 적용해보곤 했는데 케이블로 인한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질문에 대해 대답하다가 갑자기 케이블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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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가 2천 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케이블은 프리와 파워, 소스 기기와 앰프를 연결하는 등 기기와 기기를 연결하는 데 사용하죠. 그런데 케이블로 인해 음질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사실 컴포넌트끼리 단자 없이 직결하면 좋겠지만 그러기 힘들게 설계되어 있죠. 그래서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스튜디오의 녹음 및 후반 작업 이후 엔지니어가 원했던 그 소리를 가장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하모닉스, 다이내믹스, 대역폭, 해상도 등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본래는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케이블을 사용했지만 원하는 수준의 해상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마이크 케이블, AES, XLR 케이블 등 다양한 케이블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후 수십 단계 과정을 거치게 되면 원본 마스터는 상당히 훼손되어 들리게 되죠. 하이파이오디오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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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쇼웰이나 자일스 마틴의 작업물을 개인적으로 선호합니다. 대표님은 그들과 친분이 있으신 거로 아는데 그들이 평가하는 베르테르는 어떤가요?

그들이 직접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일스 쇼웰은 커팅, 테스트 프레싱 후반에 검청 작업에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턴테이블을 사용하기도 하죠. 마일스 쇼웰은 이전에 레복스 제품을 사용했는데 그건 딸에게 주었습니다. 자일스 마틴은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있었고 저와 잘 아는 사이입니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있을 당시에 그는 MG-1 턴테이블을 사용했고요.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2017 reissue) 50주년 엘피를 작업할 때가 생각나네요. (사진을 보여주면서) 여기 자일스 마틴, 그리고 비틀스 ‘Penny lane’의 아세테이트 디스크입니다. 지금은 애비로드 스튜디오를 떠나 자신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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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턴테이블이 서스펜션을 사용한 플로팅 구조 또는 리지드 타입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른데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는 이런 다른 설계 방식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진동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가 있긴 합니다. 리지드는 큰 질량을 사용하고 플로팅은 서스펜션을 사용해 진동을 감쇠시키죠. 외부의 진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고 내부적으로 만들어지는 진동에도 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턴테이블의 전체적인 구조적 설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단순히 플로팅이냐, 리지드냐의 문제도 간단히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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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를 턴테이블 위에 올리고 회전시키는 순간부터 진동이 전이될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모터의 진동, 플래터 자체의 진동 등 내부에서 여러 움직이는 부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엘피의 소릿골을 읽는 과정이 절대 다른 진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주행할 때 외부로부터의 진동 뿐 아니라 내부 진동을 감쇠시키기 위해선 매우 다양한 부분에 진동 저감 기술을 사용합니다. 턴테이블도 마찬가지로 리지드, 플로팅 등 하나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 구조 전체에 대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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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취약한 부분이 전체 성능을 결정하며 턴테이블에선 톤암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기존 톤암의 문제점이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시스템 전체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해당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해결해야 합니다. 아무리 비싼 기기를 들이더라도 그걸 해결하지 않는다면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습니다. 턴테이블에선 톤암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동이 더해지면 엘피를 읽을 때 바로 반응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카트리지를 통해 바로 증폭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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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암 설계에서는 베어링이 가장 중요합니다. 록산 시절 만들었던 Artemiz 톤암 같은 경우 여러 개의 베어링이 맞물려 작동하게 설계했습니다. 총 세 개 지점에서만 접촉하게 설계해 진동이 전이되지 않게 했죠. 기본적으로 카트리지의 캔틸레버, 스타일러스의 작동은 능동적으로 레코드 그루브 위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루브의 형태에 따라 피동적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베어링의 품질이 그루브를 따라 주행하면서 얼마나 내부 정보를 정확히 읽어내는지를 결정하게 되는거죠. 예를 들어 탬버린은 15kHz를 만들어냅니다. 이건 1초에 15000번 진동을 한다는 건데요. 이를 정확히 재생하려면 기기 내부에서 진동을 제대로 컨트롤해주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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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카트리지를 직접 만드는 곳은 몇 군데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작 공정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엔트리 레벨 카트리지 Magneto는 일본의 오디오 테크니카 카트리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우리는 오직 플라스틱 부분의 컬러만 따로 의뢰해 제작했고요. 여담으로 Magneto 카트리지 바디의 검정색을 발색하기 위해 첨가한 첨가물로 인해 바디 강도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공진 주파수가 달라지므로 Magneto가 기존의 오디오 테크니카 제품보다 소리가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새삼 이 분야에 변수가 많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상위 모델로 가면 Mystic이나 XtraX 카트리지가 있는데 이는 다른 곳과 협력해 만듭니다. 예를 들어 ‘Namiki Precision Jewel’이라는 곳과 협력했습니다. 이 브랜드는 이후 2018년에 ‘Admant’에 합병해 ‘Adamant Namiki Precision Jewel’이라는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이후 2023년부터는 ‘Orbray’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립 이래 이들은 무려 8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절삭, 연마 등 정밀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제품을 생산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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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다이아몬드, 세라믹 등 가공도 포함해 정밀 가공 능력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이 외에 광섬유 관련 설계 및 측정은 물론 광학 마운팅 기술을 통해 상당히 큰 사업을 벌여나가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에게 스타일러스 팁 가공을 맡겨 받은 이후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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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ALON 포노앰프를 정말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솔직히 음질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혹시 RIAA 커브 외에 DECCA, Columbia, RCA 같은 다양한 커브 지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가능하긴 합니다. 알다시피 RIAA 커브 외에 Decca, Columbia, Rca 등 다양한 커팅 커브로 제작한 모노 엘피들이 시장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정확한 커브 적용으로 본래 소리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현재 시장에 있는 엘피 중 최소 95% 이상은 스테레오 엘피인데 굳이 훨씬 더 높은 비용을 추가해 다양한 커브를 지원하는 포노앰프를 만들 필요는 많지 않다고 본다. CALON 같은 경우 성능에 비하면 상당히 낮게 가격을 책정한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커브 기능을 넣은 건 상당히 복잡하며 이를 포노앰프에 제대로 설계하려면 가격이 상당 부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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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로 엘피를 많이 듣긴 하지만 디지털 음원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사운드가 중심이기 때문에 가장 아날로그에 가까운 DAC를 찾다가 구입한 게 반오디오 제품인데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아날로그 엔지니어인 당신이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디지털 기기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네트워크 스트리밍 시스템을 운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업무에 활용하는 디지털 장비는 있습니다. 주로 벤치마크 제품을 사용해 작업하고 있는데요. 벤치마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이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주로 마스터 음원의 본래 해상도, 다이내믹스, 사운드스테이징을 체크할 때 사용하는데 착색이 없고 정확한 사운드를 내주죠. 하지만 평상시 음악 감상을 위해 운영하는 디지털 시스템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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