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 무브먼트?
리바이벌 오디오라는 이름을 해외 매거진에서 처음 접한 후 또 하나의 레트로 빈티지 디자인의 허울을 쓴 스피커 브랜드가 하나 나왔구나했다. 사실 레트로는 종종 유행을 탄다. 아니 요즘 들어선 여러 분야에서 과거 디자인을 리바이벌한 레트로 상품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미드 센츄리 디자인은 이제 특별한 게 아니라 종종 주류가 되곤 한다. 그림, 디자인부터 시작해 음악까지. 한껏 멋을 낸 사무실이나 집에 과거 20세기 중반의 유럽 디자이너들의 제품이나 이를 리바이벌한 가구들은 흔히 만날 수 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다. 소너스 파베르 같은 이탈리아 브랜드는 연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혹은 재현하고 싶다는 듯 과거 전성기 시절 디자인 뿐만 아니라 당시 대표 모델을 소환하고 있다. 포칼 또한 지금의 그들과는 많이 달랐던, 자크 마욜이 설립해 운영하던 당시 모델을 다시 리바이벌하려는 듯 빈티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매킨토시는 리바이벌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들은 신제품에서 항상 과거의 디자인을 버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때로 다인오디오의 헤레티지 스페셜 같은 모델을 보면 지금은 잊혀진 크래프트 같은 모델이 떠오르기도 한다.
리바이벌오디오는 그러나,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리바이벌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았다. 디자인은 프랑스에서 나름 유명한 A+A Cooren이 맡았고 이 디자인 하우스는 부부 디자이너가 운영하고 있었으며 그 중 아내 되는 분은 일본계였다. 이들 스피커의 디자인을 다시 보니 왜 이런 빈티지 디자인이 완성되었을지 알 것도 같았다. 곡선의 미려함과 그 아름다움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스피커 디자인이 많아 과연 이게 스피커인지 뭔지 모를 당혹감을 선사하고 있는 이 때 과감하게 일본풍의 박스 디자인을 선보인 것. 하지만 이런 빈티지 디자인은 외부로 비춰지는 이미지일 뿐 내부 설계는 절대 빈티지스럽지 않다. 절대 리바이벌 무브먼트 같은 말은 리바이벌오디오에게 가당치도 않다는 걸 아는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친근한 듯 생소한 RASC™ 트위터
일단 드라이브 유닛부터 살펴보자. 그 중 트위터를 보면 볼록한 반구형 돔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다. 소프트 돔으로 섬유 소재를 채용하고 있다. 구경은 28mm.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디자인이다. 밝은 불 및 아래에서 보니 내부에 돔이 보인다. 리바이벌오디오에서는 이른 ARID, ‘Anti Reflection Dome’이라고 부르는데 돔 진동판에서 발생하는 공진을 95% 이상 없애준다고 한다. 이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설계로 다름 아닌 다인오디오 에소타 최근 버전이다. 리바이벌 오디오의 설립자인 다니엘 이몽은 바로 다인오디오 출신 엔지니어다.
트위터의 후방엔 커다란 플라스틱 디스크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트위터의 후방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케프의 설계, 제작해 자사 스피커에 공격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MAT 디스크를 떠올리기도 한다. 리바이벌 오디오의 경우 후방 챔버 댐핑을 위해 공진 흡수를 목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약 560Hz의 낮은 공진 주파수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ARID 돔을 통해 돔에서 만들어지는 불필요한 공진을 후방으로 안내하고 이를 결국 후방 챔버에서 감쪽 같이 소멸시켜버리는 것이다.
후반엔 무척 커다란 마그넷을 사용하고 있다. 지름이 무려 10cm로 트위터에 사용하는 마그넷 치곤 초대형이다. 요즘 유행하는 네오디뮴이 아닌 페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소형 네오디뮴과 유사한 자력을 가진다고 한다. 페라이트는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네오디뮴과 조금 다른 소리를 내기도 해서 여전히 페라이트를 애용하는 스피커 메이커들이 있다는 걸 안다면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다. 게다가 커다란 페라이트는 코일의 냉각에도 도움이 되면 자연스럽게 91dB라는 고감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겉으로 보이엔 무척 단순해보이며 과거 BBC 모니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내부를 보면 최신 하이테크가 곁들여진 최신 스피커임을 알 수 있다.
아탈란테 5의 특별함 – RASC™ 미드레인지
아탈란테 5에만 주어진 수혜가 있다. 다름 아닌 미드레인지 유닛이다. 이는 현재 리바이벌 오디오 전체 라인업 중 오직 플래그십 아탈란테 5에만 적용되어 있다. 겉으로 볼 땐 혹시 ATC의 그 마성 같은 미드레인지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닮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표면이 더 곱고 구경도 다르며 소리도 다르다. 전체적인 구조나 설계 패턴은 트위터와 동일하다. RASC 미드레인지라고 해서 이름도 트위터와 동일하다. 하지만 돔 서스펜션이 역돔이며 높은 주파수를 재생할수록 돔 자체에선 소리가 덜 나고 대신 가장자리고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더 나은 분산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이 미드레인지에도 당연히 ARID 내부 돔이 마련되어 있으며 돔 자체는 75mm로 400Hz와 5kHz 사이에서 작동하며 공진 모드가 없다. 참고로 ARID는 Comsol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된 것으로 후방으로 파동을 이동시켜 공진을 흡수키는 데 최적화된 디자인이다. 미드레인지 또한 마그넷에 대형 페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지름이 무려 14cm로 트위터보다 4cm 더 크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미드레인지가 소라의 키를 쥐고 있는데 역돔 서스펜션과 수백 번의 실험 끝에 고안했다는 돔 코팅 레시피 그리고 ARID 내부 돔, 마그넷 등 여러 부분에서 현대 하이파이 스피커 유닛의 고민을 영민하게 해결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형 우퍼에 대한 로망
이제 마지막으로 우퍼로 넘어가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진동판 소재와 맞추치게 된다. 바로 BSC, ‘Basalt Sandwich Construction’이라고 명명된 12인치 드라이버의 진동판이다. 이름에서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 진동판 다름 아닌 현무암에서 추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리섬유를 상상할 수 있지만 그것과 다르다. 특성은 유사하지만 더 높은 탄성을 갖고 있으며 자연친화적인 소재다. 주로 용암이 냉각했을 때 발견되는 현무암은 전 세계 화산 지대에서 엄청난 양이 발견되는데 여기서 섬유를 추출한 것. 그런데 이 소재는 아주 높은 강도와 동시에 최대한 낮은 질량을 요구하는 스피커의 진동판 소재로 최적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탄성 계수가 유리섬유보다 높으며 케블라보다 강도가 높은 것도 리바이벌오디오가 이를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현무암 섬유 소재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무암 섬유 뒤쪽으로 꽤 두터운 접착제 층을 두고 그 뒤쪽으로 다시 펠트 소재를 입혀 샌드위치 구조로 압착시켰다. 단단하고 가벼우며 감쇠가 빠르며 소리의 전파 속도가 굉장히 빠른 진동판이라는 것이 리바이벌 오디오의 설명이다.
한편 마그넷은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역시 페라이트를 사용한다. 더 작은 네오디뮴 마그넷과 유사한 자력을 가지면서 가격은 훨씬 더 저렴하다. 게다가 91dB의 감도에 아주 쉽게 도달한다고 한다. 더불어 질량이 크며 넓은 금속 부분은 보이스 코일의 열 흡수 및 냉각에 많은 도움을 준다. 후면 구조는 오픈 백 형태. 후방 에너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방출하고 뛰어난 방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BSC 현무함 섬유는 물론 페라이트 등 리바이벌오디오는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 제품답게 최대한 재활용이 용이한, 환경 친화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크로스오버 및 캐비닛
리비아벌오디오 Atalante 5는 높이가 710mm, 너비가 420mm, 깊이가 355mm로 마치 대형 BBC 모니터 스피커 같은 비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들과 비슷한 비율을 가지고 있을 뿐 설계 측면에선 전혀 다른 접근을 가지고 있다. 일단 3웨이 3웨이 스피커 타입에 주파수 응답 특성은 +/-3dB 기준 28Hz에서 최대 22kHz까지 뻗는 광대역이다. 초저역에서 초고역 등 어느 대역도 뻗지 않는 구간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한편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450Hz, 3.5kHz 등 두 지점에 위치시켰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이고 최소 3.2옴까지 하강하며 감도는 89dB. 이 정도 사이즈의 스피커치곤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총 세 개의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고역과 중역, 저역을 별도의 유닛으로 재생하는 스피커. 한편 인클로저는 MDF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디자인은 C+C Cooren을 통해 멋지게 마감했다. 프랑스 디자인 어워드 100에 선정된 디자인 하우스의 미려한 디자인은 감성을 한층 북돋운다. 굉장히 높은 밀도과 강도로 유닛을 부여잡고 타이트한 재생음을 내도록 설계한 최근 미국 중심의 하이엔드 스피커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인 BBC 모니터, 예를 들어 하베스, 스펜더, 그라함 같은 스피커와도 설계 컨셉은 꽤 거리를 두고 있다.
진동을 처리하는 방식은 무게로 짓누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33kg 정도로 무거운 스피커이긴 하지만 혼자 옮기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대신 스탠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진동을 감쇄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용 스탠드는 사실 매우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나의 시청실에 설치하면서 그 구조를 보면 아주 심플한 구조에 효율적으로 진동을 감쇄시키는 구조다. 이는 아탈란테 3에서도 느꼈지만 다른 메이커 스탠드보다 제짝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피커 인클로저도 그렇지만 이론적으로 유닛의 움직임에 의한 진동이 저장되고 전파되는 것은 음향에 좋지 않다. 그러나 너무 심하게 억제한 경우 되레 짓눌리고 억제되어 건조한 소리를 내면서 아름다운 배음, 잔향을 모두 앗아가 버리기도 한다. 아탈란테 5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진보된 기술과 튜닝 방식을 통해 무척 영민하게 뽑아낸 설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