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에 대한 단상
12인치 엘피를 회전시키며서 표면에 기록된 신호를 읽어들이는 일. 어떻게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기기들 중에 가장 간단명료한 일이다. 회전의 동력이 되는 모터와 엘피를 얹는 플래터가 있어야할 것이고 엘피 표면에 기록된 정보를 읽어들일 수 있는 카트리지와 이를 장착해 트래킹하는 톤암이 있으면 끝난다. 때로 모터는 플래터의 중앙에서 직접 회전시킬 수도 있고 옆에 놓고 벨트로 연결해 회전시킬 수도 있다. 때론 과거 아이들러를 사용한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간단해 보이는 일을 두고 여러 엔지니어들은 수십 년 동안 완벽하게 그 방식을 평준화시키지 못했다. 구동 방식도 제각각이며 소재도 모두 서로 다르다. 디자인은 물론 소재도 제각각이며 가격은 수십 만원대부터 수천, 수억 원대에 이를 만큼 격차가 크다. 이는 성능의 격차를 드러낸다. 간단해보이지만 설계, 소재 등의 차이로 인해 소비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간단해보이지만 엘피를 정속으로 흔들림 없이 회전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진동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가 커다란 화두로 떠오른다. 게다가 소릿골을 읽는 카트리지의 방식은 소리에 대한 인상을 달리한다. 톤암이 트래킹하는 방식, 그리고 톤암의 베어링 또한 문제가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엘피의 소릿골에 담긴 정보를 읽어 들이는 방식에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엘피의 외주부터 시작해 스핀들까지 카트리지가 직선으로 이동하며 똑바로 읽어 들이는 방식이다. 이런 이상적인 방식을 위해 몇몇 턴테이블, 톤암 메이커는 이른바 탄젠셜 톤암을 개발했다. 리니어 트래킹은 일면 뛰어난 방식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는 정밀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베어링 시스템이나 공기를 사용한 플로팅 시스템을 만들어 톤암의 주행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완벽한 것이란 없어서 이런 톤암도 주행에 문제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이런 탄젠셜 톤암의 제작은 비교적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부분의 메이커는 톤암 축을 고정시킨 후 원호를 그리며 엘피 위를 주행하는 피봇 방식 톤암을 만들어왔다. 톤암 베어링만 잘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엘피 위를 주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회전하는 엘피 위에 카트리지를 놓으면 자연 법칙에 의해 카트리지가 엘피 중앙, 그러니까 스핀들 방향으로 힘을 받아 추진력을 얻는다. 그러나 피봇 톤암은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엘피의 외주부터 중앙 홀로 움직일 때 직선으로 똑바르게 주행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생기는 것인 바로 트래킹 앵글 에러다. 이 에러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버행 및 카트리지 오프셋 조정을 하는 것이다.
클라우디오 Magnezar
클라우디오라는 브랜드의 Magnezar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굉장히 놀랄 수밖에 없다. 위에서 말한 턴테이블 및 톤암의 태생적 단점을 상당 부분 해결해놓았기 때문이다. 일단 박스를 열면 베이스 몸체가 보이며 이를 드러내 랙 위에 올린다. 그리고 육중한 20kg 정도 무게의 플래터를 조립하면서 서서히 Magnezar는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플래터 상판에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링 클램프를 장착하면 본체 조립이 끝났다. 이후엔 톤암을 장착하는데 톤암을 클라우디오의 12인치 모델 사용시 전용 톤암 베이스를 장착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여기엔 톤암 리프트 업/다운 등의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럼 천천히 이 Magnezar라는 독보적인 턴테이블의 구조를 살펴보자. 우선 모터의 경우 45극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다. 베이스 본체 중앙 상판에 이 거대한 다이렉트 드라이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은 잘 만들면 대단히 뛰어난 성능과 편의성까지 얻을 수 있지만 플래터를 직접 구동하기 때문에 진동, 코깅 등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플래터에 전달될 수 있다. 이 턴테이블의 모터는 대단히 조용하며 대단히 빠르게 4초 안에 플래터를 회전 및 정지시킬 수 있다. 속도 오차는 무려 ±1/1000 RPM에 지나지 않을 만큼 정확하다. 뿐만 아니다. 와우/플러터의 경우 최대 0.05%에 지나지 않는, 현존 최고 수준이다.
속도 오차 및 지속적 와우/플러터 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음정에 있다. 턴테이블이 매우 단순한 작동 이론을 가지면서도 여전히 완벽한 기술적 해결이 요원한 것은 매우 정확한 회전 및 장시간의 회전 정밀성 및 안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진동은 극도로 적여야 한다. 진동을 읽어 들여 이를 소리 신호로 변환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작은 진동도 막아야만 한다. 더불어 속도 오차는 고스란히 음악의 음정을 바꾸어 불편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런 부분에서 Magnezar의 모터, 구동 시스템은 대단히 안정적이고 정교했다.
그런데 본체를 보면 둥글게 자석이 장착되어 있다. 네오디뮴이라는, 인공 자석 중 현존 최고의 자력을 가진 자석이 보인다. 자석이 장착되어 있다는 것은 플래터를 본체에서 띄워버리겠다는 설계다. 제대로 만든다면 플래터는 본체에 스핀들로 연결해 베어링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플래터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진동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베어링은 온데간데없었다. 흥미로운 건 플래터의 형태인데 매우 크지만 안쪽이 비어 있다. 대신 바깥 쪽, 외주로 갈수록 안쪽보다 두터운 두께로 가공해 관성 모멘트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이를 림 관성 플래터라고 명명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설계지만 레가 턴테이블도 상위 모델은 이런 이론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아주 흥미로운 디자인과 기능이 있다. 우선 엘피를 장착하려 플래터 상판을 보면 상판 내부에 액체가 채워져 있다. 이는 일종의 스테빌라이징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회전하면 외주 쪽으로 액체가 모인다. 게다가 엘피를 올리고 톤암을 1번 트랙에 옮기면 자동으로 오토 엘피 클램핑 기능이 작동한다. 이 턴테이블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서 엘피를 완벽에 가깝게 평탄하게 플래터에 밀착시키는 기능이다. 일반적인 기존 아날로그 링 클램프 같은 것보다 훨씬 편리하면서도 그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진공 흡착 같은 방식도 있으나 비용 면에서나 효율, 내구성 면에서 더 신뢰가 간다. 게다가 링 클램프의 금속 부위에 톤암을 떨어트려도 톤암이 자동으로 사선으로 하강하면서 엘피의 1번 트랙에 하강한다. 위험 요소마저 없앤 것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톤암은 KD-ARM-AP12라는 다소 긴 이름의 클라우디오 톤암이다. 사실 이 톤암만 해도 대단히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 간단히 말하면 피봇 형태를 하고 있는 탄젠셜 톤암이다. 두 개의 톤암 튜브를 설계해 엘피의 소릿골을 따라가면서 자체적으로 직선 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가만히 그 작동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자동차 자동 조립 공정에서나 볼 수 있는 로봇 팔을을 떠올린다. 이로서 피봇 형태의 톤암이 가진 태생적 단점, 즉 트래킹 앵글 에러가 사라져버렸다. 더불어 리니어트래킹이 가능하면서도 엘피의 외주에서 내주로 자연스러운 추진력을 얻어 매우 자연스러운 트래킹 능력을 얻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버행이나 카트리지 오프셋, 안티스케이팅을 맞출 필요가 없다. 이 외에 VTA, 아지무스, 침압 등 다양하고 정밀한 세팅이 가능하다. 톤암 부속품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용자 친화적인 세팅용 부속들이 빼곡하다.
청음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시스템은 아래와 같다. 요약하면 평소 나의 시청실에서 레퍼런스를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턴테이블과 카트리지만 교체한 것이다. 평소 사용하던 트랜스로터 ZET-3MKII와 하나 ML를 빼고 그 자리에 클라우디오 턴테이블과 톤암, 그리고 오디오 테크니카 레퍼런스급 카트리지를 장착해 테스트했다.
※ 테스트 시스템
- 턴테이블 : 클라우디오 Magnezar
- 카트리지 : 오디오 테크니카 AT-ART1000x
- 포노앰프 : 서덜랜드 PhD
- 프리앰프 : 클라세 CP-800MK2
- 파워앰프 : 패스랩스 XA60.5
- 스피커 :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
처음 이 턴테이블을 세팅하고 첫 곡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고요함이다. 분명 엘피를 재생했는데 기저 노이즈가 제거된 매우 선명하고 깨끗한 소리가 났다. 스틸리 댄의 엘피를 틀어보면 오리지널 프레싱과 최근 재발매의 소리 차이도 매우 선명하게 구분되어 들렸다. 오리지널 엘피와 달리 재발매의 경우 EQ를 전혀 적용하지 않은 오리지널 마스터를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엘피가 더 좋은 소리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EQ를 적용하지 않은 재발매 엘피에서 더 뛰어난 다이내믹스와 선명한 배경을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턴테이블이 왜곡시키는 것은 속도 차에 의한 음정 변화, 그리고 베어링 및 모터 진동으로 인한 지저분한 배경과 선명하지 못한 포커싱 등이다. 하지만 아르네 돔네러스의 녹음을 들어보면 그 어떤 음정 변화도 포착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선 마치 고정밀 클럭을 적용한 고해상도 음원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정확한 속도와 낮은 와우/플러터는 악기에 어떤 음색적인 가감도 없이 그대로 토해낸다. 그러나 엘피 특유의 배음으로 인해 표현되는 싱싱하고 메마르지 않은 사운드는 그대로다.
대역폭은 매우 넓고 어떤 대역도 한계가 정해진 느낌이 없이 활짝 열려 있다. 심벌 사운드는 매우 섬세하며 탁 트인 고역으로 인해 녹음 현장의 생생한 사운드가 그대로 들려온다. 하지만 감상자를 향해 절대 공격적으로 쏟아내는 소리는 아니다. 어찌 보면 무척 얌전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런 소리는 감상자에게 매우 안정적이고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악기들 사이에 숨 쉴 공간이 넉넉하고 절대 서두르거나 또는 쥐어짜는 듯한 부자연스러움이 제거되어 있다. 엘피나 턴테이블 혹은 카트리지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고 음악만 덩그러니 남았다.
음악에서 해상도와 SN비 그리고 다이내믹스과 사운드 스테이징 같은 평가 지표는 그것이 무엇인가로부터 제한 받을 때 의구심을 만들어낸다. 대체로 마그네틱 드라이빙의 경우 엘피의 약점인 다이내믹스를 최대한 끌어올리며 더불어 SN비도 최고조로 올라간다. 엘피가 디지털에 비해 다이내믹스가 낮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감상 다이내믹스는 대단히 뛰어나며 절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편 사운드 스테이징은 내가 들어본 턴테이블 중 가장 넓은 축에 속한다. 엘피에서 이런 정교하면서도 입체적인 스테이징이 펼쳐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총평
클라우디오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테스트할 공간도 없었고 대리점이 없어 국내에서 구경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초유의 초음파 엘피 클리너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더 유명했다. 그러나 클라우디오가 톤암, 턴테이블을 제작할 줄은 몰랐다. 결국 모습을 드러낸 Magnezar는 역시 혁신적인 클리너를 만들었던 클라우디오의 아성이 전혀 거짓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었다. 우리가 절대 넘어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아날로그의 태생적 벽을 매우 합리적인 방식으로 뛰어넘은 모습이다. 만일 예산이 충분하고 엘피가 메인 포맷이라면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 없을 듯하다. Magnezar는 아날로그의 벽을 허문 턴테이블의 미래에 다름 아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 Wow and Flutter: <0.05%
- Speed Accuracy: ±0.001rpm
- Motor Torque: 2 Nm/sec
- Total Weight: 121lbs (55kg)
- Size: 22.6×16.2×10.25in (574x413x260mm)
- Platter Weight: 44lbs (20kg)
- Platter Size: 14.5×4.25in (368x108mm)
- Input Power: 100-240VAC 50/60Hz, 1A Max
제조사 : Klaudio
홈페이지 : https://klaudio.com
상담&문의 : 031-448-6183 / klaudio@kla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