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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아톨, 인티앰프에 깃들다

아톨 IN200 EVO 인티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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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성능 앰프들

과거엔 인티앰프의 마지노선이라는 게 어느 선에서 한정되어 있었고 더 높은 가격대는 무조건 프리, 파워 분리형으로 설계되어 출시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수백만원을 넘어 수천만원에 이르는 메머드급 인티앰프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분리형으로 출시하는 것은 단지 높은 가격표를 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티앰프의 성능에 있어 한계라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압 증폭을 별도로 하며 전원부를 별도로 두는 것만으로도 음질적 상승폭은 대단히 커진다. 하물며 인티앰프에 네트워크 소스 기기를 기본 내장하는 경우 여러 음질적 저해요소가 끼어든다. 외부에 PC 혹은 네트워크로부터 인입되는 전자기적 노이즈, 지터 노이즈들이다. 물론 뛰어난 설계와 노이즈 억제 장치 등을 통해 만들면 좋겠지만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USB 및 랜 아이솔레이터, 오디오 전용 네트워크 스위치 등을 사용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필자의 경우는 작은 예산에서도 가능하면 분리형을 추구했다. 프리, 파워앰프 분리는 물론이고 소스 기기도 CDT와 DAC, 그리고 네트워크 오디오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도 네트워크 렌더러와 DAC를 분리해서 운용하려 노력했다. 아마도 오디오에 대한 매칭, 소리에 대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건 이런 노력들이 쌓여가면서부터였다. 귀찮은 일이이고 시간과 노력이 더 들지만 거의 항상 편리한 길보다는 불편한 길이 결과는 더 나았다. 물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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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멋지고 간편한 인티앰프 대신 동일한 예산에 거의 항상 분리형 앰프를 선호했다 예를 들어 패스 알레프, 덴마크 LC 오디오 같은 조금 큰 스테레오, 클래스 A 파워앰프들이 생각난다. 때론 더 작은 앰프들이 있었는데 대개 영국 앰프들이었다. 캠브리지오디오나 미리어드 앰프들, 그리고 크릭이나 오디오랩, 사이러스 앰프들이 희미하게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가곤 한다. 그 중에 아톨도 있었다. 국내에서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던 때였는데 바로 공장에서 나온 듯한 검은 섀시에 멋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한 디자인. 당시 많은 영국제 앰프들이 그랬지만 그 일관적인 투박함 속에 제각각 다른 음질적 개성을 촘촘히 담고 있어 마치 보물 상자를 여는 듯 항상 신기했다. 작은 고성능 앰프들에 대한 추억은 밤새 얘기해도 끝이 없이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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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톨 IN200EVO

그 중 아톨은 프랑스 출신으로 기억에 남는 몇 개의 인티앰프와 파워앰프를 기억으로부터 소환시키곤 했다. 그리고 최근 수입사에서 시제품 IN200EVO라는 모델을 대여해왔다. 리뷰를 위한 대여지만 아톨을 볼 때마다 그 추억을 상기시키는 한편 이번엔 뭐가 얼마나 진화했을지 궁금하다. 워낙 오랜 시간동안 전통적인 설계철학 및 설계 패턴을 유지해온 터라 이젠 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다. 하지만 이번에도 틀린 모양이다. 아톨은 그리 쉽게 설계 철학을 바꿀 브랜드가 아니다. 여전히 클래스 AB며, 디자인도 약간 멋을 부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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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인터페이스

전면은 8mm 두께의 고급스러운 헤어라인이 돋보이는 알루미늄으로 처리하고 있다. 아톨 로고를 정밀하게 각인해 미적인 면을 살려내고 기품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외의 섀시는 1.5mm 두께의 강철로 마무리했다. 크기는 440×309×95mm, 무게는 12kg으로 실제 이 정도 사이즈의 앰프라고 가볍게 들려고 하다가는 그 무게에 놀라게 된다. 설계 및 제조가 모두 프랑스에서 이루어진다. 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한 노르망디의 Brécey 지역에서 조립 및 테스트, QC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 진행되며 부품 또한 프랑스나 유럽에서 공수한 것들이 80%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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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는 무척 단순하다. 좌측에 입력 선택, 우측에 볼륨 조정을 위한 노브가 위치해 있다. 중앙엔 OLED 디스플레이를 마련해 시인성을 높였으며 6.35mm 헤드폰 잭도 보인다. 후면으로 넘어가면 여러 입/출력단을 마련해놓은 모습이다. 우선 총 다섯 조의 언밸런스드 RCA 입력단이 있고 추가로 바이패스 입력이 있다. 홈시어터 시스템을 위해 AV 리시버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리시버의 프론트 채널 프리 아웃 단자를 활용해 아톨 앰프와 연결된 스피커를 영화 감상용 프론트 채널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프리 아웃 출력이 두 조 그리고 12V 트리거도 사용자에 따라 유용한 단자들이다. 한편 조작은 손으로 할 수도 있지만 기본 제공하는 리모컨을 활용하면 더욱 편리하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XLR 입력이 없는 점 외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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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 설계

내부 설계를 살펴보면 우선 전원부는 340VA 용량의 독일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10VA 용량의 작은 트랜스포머 등 두 개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전자는 오디오 신호 전용이며 후자는 전면 디지털 인터페이스 전용으로 서로 간섭을 피해 음악 신호의 순도를 최대한 보호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커패시터 뱅크는 59,220µF 용량으로 이 정도 수준의 앰프로선 충분히 차고 넘치는 용량으로 안정적인 전력 전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부품들을 보면 문도르프 커패시터, MKP 커패시터 그리고 후면 스피커 출력단 단자에 고급 텔루륨 구리 단자를 사용하는 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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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바이폴라와 LED를 활용한 일종의 커런트 소스 회로다. 이는 회로에 일정한 전류를 공급해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일반적인 배터리 등 전압원과 달리 전류는 저항값이나 온도에 관계없이 정확하고 일정한 전류값을 유지해야하는데 이를 위해 바이폴라와 LED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곧 소자, 회로의 동작점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전기적 잡음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신호 왜곡이 최소화된다. 특히 청감상 중, 고역의 명료도, 투명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회로다. 이전의 시그니처 버전에서는 없었던 것으로 새롭게 설계한 EVO 버전의 수혜다. 참고로 출력 트랜지스터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MOSFET, 아톨에선 ‘듀얼 푸시풀’로 설명하고 있는데 채널당 네 개의 MOSFET을 사용한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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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톨 IN200 EVO 인티앰프는 클래스 AB 증폭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증폭단을 보면 듀얼 모노 설계로 채널 분리도를 극대화하는 설계를 취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출력은 8옴 기준 채널당 120와트, 절반인 4옴으로 부하가 떨어질 경우 200와트 출력을 자랑한다. 이상적인 두 배 출력을 보장하진 않지만 꽤 선형적인 편이다. 한편 40와트까지는 클래스 A 모드로 작동한다고 하니 일반적인 청취 환경에선 거의 클래스 A로 작동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참고로 포노앰프 및 DAC를 내장할 수 있는데 모두 유료 옵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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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최근 나의 시스템에 변화가 생긴건 무엇보다 오렌더 A1000을 ROON을 통해 사용하는 것이다. 오렌더에서 현역, 신형 제품에 한해 ROON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재생 관련 컨트롤 측면에서 혁신적으로 편리해졌다. 이번 테스트에도 웨이버사 Wcore를 ROON 서버로 사용하고 오렌더 A1000을 네트워크 렌더러로 사용햇으며 반오디오 불새 DAC 등을 사용했다. 아톨 인티앰프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은 아래와 같다.

  • 룬 서버 : 웨이버사 Wcore
  • 네트워크 플레이어 : 오렌더 A1000
  • DAC : 반오디오 Firebird MKIII Final Evo
  • 스피커 : 리바이벌 오디오 Atalante 5

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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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테일러 – Endless highway

아톨은 처음 경험한지 10년도 더 넘었지만 그 음색이 크게 변모해오진 않았다.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그 소리였다. 그러나 EVO 버전에선 꽤 큰 변화가 포착된다. 우선 배경이 무척 조용해졌다. 과거 아톨은 마치 철제 섀시의 울림 같은 것이 음색에 끼어들어 있어서 특유의 잔향을 남기지만 반대로 배경이 아주 깨끗하다곤 말할 수 없었다. 이번엔 매우 조용하고 적막해진 느낌이 바로 드러난다. 기타, 피아노, 보컬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분할되어 들리는 이유다.

Sade Diamond Life

샤데이 – Smooth operator

전체적으로 아톨의 과거 앰프에 비해 밀도감이 더 높아진 인상이다. 소리의 표면이 꽤 단단한 편인데 이는 소리의 입자가 더 많고 섬세해진 결과로 추축된다. 같은 악기더라고 해도 속이 약간 빈 듯한 소리가 아니라 꽉 찬 느낌을 주기 때문에 펀치력이 향상되고 음악이 더 박력 있게 들린다. 특히 중, 저역 리듬감이 강조되어 있는 녹음에서 이런 특성은 커다란 도움이 된다. 더 리드미컬하게 들리며 앞으로 추진하는 힘이 짙게 깃들어 음악을 더욱 흥겹게 즐기게 만든다. 일종의 몰입감 상승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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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타로 – 라흐마니노프 : Piano Concerto No.2

라흐마니노트 피아노 협주곡은 다이내믹스 폭과 그 표현력을 엿볼 수 있는 샘플이 되어주었다. 사실 아톨은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잔향이 매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될만큼 특유의 울림이 있다. 이것이 마치 산호섬의 잔잔한 물결처럼 느껴지며 귀를 간질이곤 했는데 그런 부분은 되레 많이 사라졌다. 대신 약음들은 더욱 명료하게 살아나 아주 잔잔한 터치의 타건도 싱싱하게 살려낸다. 한편 잔향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그것이 지저분하게 번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깨끗하게 마무리된다. 아마도 MOSFET의 특성에서 연유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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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스 넬슨스/BSO – Suite From Hamlet : 4. The Hunt

커런트 소스 회로 구성에 대해 위에서 간략하게 설명했는데 그런 특성들은 중, 고역의 명료도와 스테레오 분리도, SN비 등의 상승 등 다양한 면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낸 듯하다. 이는 다중 악기가 출몰하는 오케스트라 대편성 녹음에서 사운드 스테이징 표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음장의 많은 부분은 중, 고역 표현력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매우 급박한 속도감이 필요할 때도 충분한 출력을 기민하게 보여주면서 큰 폭의 다이내믹 표현도 문제가 없다. 무대는 깊은 편이며 소리 두께가 절대 얇거나 엷은 편이 아니라서 박진감 넘친다. 스튜디오 녹음도 훌륭하지만 콘서트 라이브 실황 음악에서도 그 열기 표현이 뛰어난 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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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산호초 섬처럼 외딴 곳에 자신을 유배시키고 유유자적하는 듯한 아톨이다. 세상에 때가 묻지 않은 그 순수성과 시대의 진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최근 들어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출시하는 등 디지털 소스 기기에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그러나 앰프는 그대로다. 대신 조심스럽게, 세심하게 기존 설계에 매스를 들이대 정교하게 가다듬어 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앰프의 설계란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는 패턴 안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다. 아톨은 그것을 알고 있으며 그 한계 안에서 굳건하게 고집을 피우고 있다. 결과는 상당히 진보적이다. 더 조용한 배경과 더 깨끗하며 명료한 표현력 등 이전과 구분되는 성능을 보인다. ‘EVO’가 ‘Evolution’의 줄임말이라면 그들의 주장에 이견을 달 수 없을 것 같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사양

Power in Wrms/channel/8Ω (230v): 120 W
Power in Wrms/channel/4Ω (230v): 200 W
Power supply: 2×340 VA + 10 VA
Total capacitive: 59,220 µF
Number of inputs: 5 + 1 BY-PASS
Power consumption with switch off: 0 W
Power consumption in standby (low consumption): <0.5 W
Power consumption in preheating mode: 18 W
Power consumption in operation: 19 W – 600 W
Input impedance: 220 kΩ
Maximum input level: 3.5 Vrms
Sensitivity: 350 mV
Signal/noise ratio: 100 dB
Distortion at 1 kHz: 0.05% / (10 W)
Bandwidth: 5 Hz – 100 kHz
Rise time: 2.5 µs
Dimensions: 440×309×95 mm
Weight: 12 Kg

제작사 : ATOLL ELECTRONIQUE(프랑스)
공식 수입원 : ㈜ 샘에너지
공식 소비자 가격 : 3,41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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