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음악 감상만이 목적인 사람과 일로서 음악을 듣는 사람은 다르다. 전자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각 개인의 취향에 맞게 재생해주는 스피커면 그만이다.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리뷰어에게 모니터링 스피커는 항상 고민거리다. 리뷰어뿐만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모니터링 스피커는 소리의 특징 뿐 아니라 음악의 뉘앙스 자체를 바꾸어버릴 수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오랫동안 여러 스피커를 테스트해보면서 모니터링에 적합한 스피커가 몇 개 있다. 바워스앤윌킨스 800 시리즈, ATC 짝수차 모델, PMC의 SE 시리즈, 그리고 KEF의 LS50 같은 북셀프들이다. 반대로 포칼을 비롯해 소너스 파베르, 다인오디오 같은 계열은 제외다. 착색이 가미되어 있어 이전 단계에서 인입되는 시그널을 투명하게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리의 첫 번째 출발 단계에 있는 음원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매지코 A1 같은 스피커가 모니터로 쓰기엔 더 적합하다.

요즘 들어 종종 리뷰를 할 때 사용한 모니터 북셀프 스피커가 아쉬웠다. 기존에 705S3를 수입사에서 대여해서 사용했었는데 회수해가는 바람에 공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또 다시 바워스&윌킨스를 사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워낙 많이 리뷰를 해서 궁금한 것도 별로 없기도 했다. 하지만 작업용 모니터로 이만한 브랜드도 딱히 없다. 고민 끝에 결국 선택한 것은 705S3의 시그니처 버전이다.

이 스피커는 기존에 테스트를 해보면서 마음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시그니처 버전은 기존 일반 버전과 디자인이나 대역폭, 공칭 임피던스, 감도 등 전반적인 골격은 동일하지만 음색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다면 작지만 크다면 큰 것이다. 우선 1인치 트위터에 미드 베이스 우퍼가 6.5인치. 805D4와 달리 트위터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알루미늄/카본 트위터로 한 단계 낮은 진동판이다. 그러나 들어보면 해상력 때문에 모니터링에 문제가 생길 일은 전혀 없을 정도로 대단히 높은 해상도를 보여준다. 한편, 미드 베이스 우퍼는 컨티넘 소재로, 700 시리즈가 점점 800 시리즈와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스펙 측면에서도 최저 50Hz에서 28kHz로 중간 저역에서 초고역까지 재생한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88dB. 실제 요즘 유행하는 WiiM 같은 올인원 제품 테스트할 때도 제격이다. 드라이빙이 수월해 포용력이 높다. 아마도 일반 버전과 가장 큰 차이는 크로스오버일 것이다.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오리지널과 완전히 다른 소자를 사용했다. 문도르프 실버 골드 오일 커패시터 등 고급 부품들을 선별해 사용한 모습이다. 한 눈에 봐도 말 그대로 스페셜 버전다운 설계. 이 덕분인지 소릿결 자체가 오리지널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윤기를 더했고 고급스럽다. 물론 착색을 더하진 않았지만 더욱 음악적인 울림이 충만하다.

물론 여기서 더 나아가 805D4나 805D4 Signature를 영입하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같은 브랜드에서 가격처럼 성능이 두 배 이상 벌어지진 않는다. 사실 소리의 성향도 805와 705는 다르다. D3 시절부터 805는 기존의 포근하고 젠틀한 사운드에서 좀 더 강하고 단단하며 텐션이 높은 스타일로 변화하면서 쾌감을 높였다. 한편 705는 여전히 본래 바워스&윌킨스의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풍미를 유지하고 있다. 소리가 더 쉽게 터져 나오다보니 긴장되지 않고 약간 이완되어 있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객관적 성능은 당연히 805가 더 높지만 나의 취향은 되레 705 쪽에 기운다. 아무튼 앞으로 중, 저가 제품은 물론, 조금 더 고가의 제품들도 매칭이 좋다고 생각되면 705S3 Signature를 꺼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