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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노톤의 황금 레시피

조노톤 6NSP-Granster 5500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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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지 제작자가 만든 케이블

소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스피커나 앰프 또는 소스 기기도 아닌 케이블에서. 이들은 주기율표에 등장하는 온갖 원소들을 화합하기라도 할 것처럼 다양한 도체들을 사용한다. 케이블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재료는 구리, 은이지만 이외에도 금이나 주석, 팔라듐 등 알고 보면 대단히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그것들을 조합하는 걸 넘어 도체의 입자 구조를 달리하기도 한다. 꼬임 방식도 다 제각각이며 도체의 단면 모양도 달리하곤 한다. 굵은 단심을 사용하기도 하면 얇은 선을 엮은 연심을 사용한다.

도체를 감싸는 절연 소재와 방법에도 차이를 보인다. PTFE, 테플론 소재는 물론 대단히 다양한 절연 기법을 동원한다. 도체 주변에 형성되는 전자기장을 제거하기 위해 패시브 방식을 넘어 액티브 절연 기법을 개발해 적용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RF 노이즈 등을 없애기 위한 방식도 저마다 다르며 차폐 소재와 방식도 제각각이다. 마지막으로 단자와의 결합, 즉 단말처리는 일반적인 납땜을 넘어 이젠 무납땜 방식을 사용하는 곳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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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조노 토시히코(Maezono Toshihiko)는 케이블 제작에 있어서 마치 요리사와 같은 사람이다. 오디오파일로부터 시작한 그는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음악적 감동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조노톤을 설립했다. 여러 도체와 절연 소재 등 다양한 재료를 서로 혼합해 사용해보고 여러 연구를 이어나갔다. 스펙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청감상 최종적인 음질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케이블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특히 그는 케이블 제작 이전에 아날로그 포노 카트리지를 약 20년간 제작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무려 20여 년간 이어온 카트리지 제작자는 과연 어떤 케이블을 완성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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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노톤의 철학

처음부터 조노톤이 존재한 건 아니었다. 마에조노 토시히코는 1990년대 초 조노톤의 전신 회사에서 일본 최초로 7N(99.99999% 순도) 구리 케이블을 선보이며 오디오 업계에서 와이어 소재의 중요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7년 조노톤 브랜드를 공식 론칭하며, 고순도 구리(6N, 7N, 8N)와 은(6N) 등 고급 소재를 활용한 케이블을 개발해냈다. 기본적으로 조노톤은 독창적인 황금비율을 구사한다. 또한 고순도 소재를 다양하게 조합해 활용하곤 하는데 우리가 아는 실텍 같은 브랜드, 그 이상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하이브리드 지오메트리의 최고봉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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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노톤의 케이블 설계 철학은 확고하면서 무척 구체적이다. 이를 줄여서 ‘DMHC’라고 부른다. 풀어서 설명하면 ‘Discrete, Multi Conductor, Helical-Parallel, Construction’이다. 개별적으로 독립된 다중 하이브리드 도체를 사용하여 나선 병렬 형태로 꼬은 구조를 추구하는 그들의 설계 철학을 아주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핫, 콜드 2심이 아니라 최소 4심이며 10심, 20심 케이블도 만든다. 고순도 7NCu(99.99999% 초순동), 6NCu는 물론 5NCu라는 프리미엄 구리를 비롯해 고순도 무산소 동선 PCUHD나 HiFC 등 이들이 사용하는 도체는 무척 다양하다.

조노톤은 이렇게 여러 도체를 다양하게 조합해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대전류부터 아주 작은 미세 신호까지 다양한 전력 및 신호를 전송하는 케이블에서 필요로 하는 성능을 만족하기 위함이다. 훌륭한 케이블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인덕턴스, 캐패시턴스 저감, 위상 왜곡, 고주파 혹은 혼변조 왜곡, 크로스토크 등의 저감, 대역 밸런스 특성 등의 개선, 공진, 전자 유도, 진동 억제, 에너지 손실 방지 대책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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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NSP-Granster 5500α

이번에 테스트를 진행한 케이블은 6NSP-Granster 5500α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진 스피커 케이블이다. 참고로 조노톤은 Shupreme라는 최상위 라인업부터 시작해 Grandio, Granster, Meister, Royal Spirit 등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번 케이블은 Granster에 속하는 케이블 중 5500α라는 모델이다.

일단 조노톤은 소재의 순도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한다는 설계 철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고순도 도체를 사용한다. 일단 이 케이블은 4심을 사용하는데 초고순도 6NCu를 중심으로 HiFC, PCUHD, 그리고 OFC를 포함해 총 네 가지 소재를 절묘한 황금비로 조합한 하이브리드 도체를 채용하고 있다. 한편 절연체로는 고순도 폴리에틸렌을 사용하고 있으며 알루미늄으로 차폐한 모습. 여기에 천연 면사를 더하고 최종 외피는 PVC를 사용했다. 참고로 4심 중 2심끼리 꼬아 사용할 수도 있고 각각의 케이블을 개별적으로 단말 처리해 바이 와이어링 케이블로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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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이번 리뷰를 위해 세팅한 시스템에서 일단 스피커로 바워스 앤 윌킨스의 705S3 Signature를 사용했다. 한편 앰프는 아큐페이즈 E-5000을 적용했으며 소스 기기로는 오렌더 A1000을 트랜스포트로 사용하고 DAC는 반오디오 Firebird MKIII Final Evo. 버전을 활용했다. 둘 사이의 연결은 USB를 선택했다. 더불어 스피커 스탠드는 마이너 팩토리 제품을 사용해 셋업해 필자의 전용 시청룸에서 진행했음을 밝힌다.

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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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르블랑 – 모차르트 : Abendempfindung, K.523

처음 들을 때부터 조노톤의 소리는 귓가에 선명하게 기억된다. 무엇보다 고역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이다. 종종 순은 혹은 은이 도금된 케이블에서 들리는 고역의 청명하고 청아함이 바로 귓전을 때린다. 그렇다 고해서 전체 밸런스가 고역 쪽으로만 치우친 것은 아니어서 팝이나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특별히 나쁜 버릇을 가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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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탈 챔버랜드 – Temptation

역시 다른 악기보다 기타의 맛깔난 아르페지오와 피아노 타건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다. 맑은 가을 하늘처럼 펼쳐지는 상쾌한 톤이 전체 음악을 지배한다. 한편 저역의 펀치력도 충분히 잘 살아나는 편이다. 추진력도 높은 편이며 지나치게 조여진 소리가 아니라서 음악적인 맛을 잘 살려주는 편이다. 스튜디오 모니터 같은 덤덤함 대신 맛깔난 양념을 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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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우튼 – U can’t hold no groove

케이블은 그 자체로 낮은 임피던스를 갖는 것이 좋다. 우선 케이블 도체 자체가 우수해야겠지만, 굵기가 굵고 최대한 짧게 쓰는 게 돈 안들이고 성능을 높이는 방법이다. 빅터 우튼의 베이스는 강약 조절, 그것도 중, 저역에서 힘 있게 치고 나가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조노톤은 매우 날렵하며 저역 해상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높은 텐션을 유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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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도/베를린 필하모닉 – 베르디 ‘레퀴엠 : Dies irae’

클래식 녹음에서 악기들은 촉촉한 윤기를 머금고 있다. 건조한 스튜디오 모니터 사운드가 아니라 약간의 자기 색과 톤을 가지고 있는 편. 현악이나 피아노가 특히 맛깔 난다, 한편 대편성에서도 이런 음색적 특징이 잘 드러나면서 악기들이 파편화되어 분해되기보단 유기적으로 잘 버무려져 움직이는 모습이 연출된다. 크게 장르를 가리진 않지만 음색적 강점이 두드러지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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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케이블은 거시적으로 보면 작은 세계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우주처럼 넓은 세계가 펼쳐진다. 무선 인터페이스가 발전하고 있으나 여전히 유선 케이블의 존재 가치는 굳건하며 이 때문에 전원, 스피커 케이블 그리고 디지털 케이블까지 많은 연구,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설계와 제작 측면에서 미시적인 고난이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단지 고순도에 최고의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도체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뛰어난 성능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조노톤은 굳건한 케이블 지오메트리, 설계 원리를 바탕에 두되 그 바운더리 안에서 매우 다양한 도체 조합을 해오고 있다. 아마도 필자가 아는 케이블 메이커 중 이렇게 다양한 도체를 조합해내는 케이블 메이커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조노톤은 마치 케이블 부문의 셰프 같다는 이상이 든다. 겉으로 그저 말랑말랑한 식감에 달콤해 보이는 케이크도 그러한 맛의 기저엔 단맛을 내는 설탕 뿐 아니라 대단히 다양한 식재료가 투입된다. 조노톤 또한 자신들이 만들려는 케이블에서 원하는 소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매우 다양하게 조합해 그들만의 황금비율을 완성했다. 조노톤이 만들어낸 황금 레시피는 무척 매혹적이다. 일청을 권한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조사 : ZONOTONE (JAPAN)
공식 수입원 : 탑오디오
판매 문의 : 장오디오(www.jangaudio.com)
연락처 : 010-4714-1489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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