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로터 ZET-3MK2를 꽤 오래 썼다. 2016년 겨울에 들였으니 벌써 횟수로는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턴테이블 하나, 아니 오디오 기기 하나를 이렇게 오래 사용한 건 유일하다. 때론 일주일을 못 버틴 것들도 있고 오래 써도 1~2년 정도가 대부분이다. 지금 오래 나의 곁에서 버틴 기기들을 꼽자면 트랜스로터 빼고는 락포트 Atria와 패스랩스 XA60.5, 그리고 윌슨 Sasha 정도다. 내가 까다롭게 구는 것도 있고 워낙 다른 기기들에 대한 호기심이 여전히 높기 때문인 듯하다. 괴롭혀서 미안하다, 오디오들아.

아무튼 요즘 새로운 아날로그 시스템을 꾸리려고 계획 중이다. 그리고 큰 계획 중에 모노 카트리지도 있다. 사실 모노 엘피가 아주 많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재발매나 예전 오리지널 중 가끔 모노 카트리지로 듣지 못하는 때가 있어 약간 아쉬울 때가 있다. 자주 듣지 않더라도 하나 즈음은 구비해놓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그 유명한 오디오 테크니카 AT33 MONO다. AT-MONO3/LP도 있지만 그래도 기왕에 구비하는 거 좀 더 상급을 구했다.

카트리지는 일반적으로 모노 LP의 역사와 함께 하기 때문에 어떤 레이블에서 언제 발매된 LP냐에 따라 모노도 조금씩 그 특성이 다르다. 예를 들어 스테레오 자체가 나오지 않았던 1960년대 이전에 나온 LP의 경우 1mil 두꼐의 스타일러스 팁으로 읽는게 가장 소리가 좋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에 나온 모노 LP의 경우 약 0.7mil 정도면 딘다. 현대 하이엔드 모노 카트리지를 보면 대부분 0.7mil 정도로 스테레오와 크게 차이가 없다. AT33 MONO의 경우 6.8mil이다.

모노 카트리지를 구비하는 이유는 단순히 좌우 채널이 동일한 모노 LP를 듣기 위해서는 아니다. 모노 전용 카트리지의 경우 수직 운동은 하지 않고 수평 운동만 하면 되기 때문에 스테레오 카트리지에 비해 스트레스가 적다. 수직과 수평 운동 모두를 해야하는 카트리지에 비해 운동량도 적으므로 노이즈도 적은 편이다. 수직 운동을 하면서 생기는 디스토션이 생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종종 지인 시스템이나 음악 바 같은 곳에서 들어보면 굉장히 뚜렷하고 심지가 굵으며 힘찬 에너지가 생생하게 전해지는 이유다. 물론 1950년대 딥 그루브 재즈 LP 같은 걸 1mil 짜리로 듣는 것도 좋긴 한데 좋은 것들은 많이 비싸다. 적당히 타협한 게 AT33 MONO. 아무튼 다음 턴테이블에 세팅할 카트리지를 모으고 있고 그 중 하나는 수집 완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