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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 LP에 대한 진심어린 오마주

hana sl monomkii thumb

하나 SL Mono MK II

음악을 대하는 방법

레코드는 시대에 관한 기록이다. 레코드는 음악을 담는 그릇이며 그 이전에 음향에 대한 관점에 대한 변화를 기록하는 도구다. 모노 시절부터 시작해 스테레오 시대가 왔으며 LP에 CD의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의 역사는 편의성을 담보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유통되었으며 매우 편리한 무한 복제의 시대를 열었다. 반대로 원본에 대한 배려는 조금 부족했다. 본래 모노 녹음을 마치 스테레오 녹음처럼 채널을 갈라 불편한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본래 녹음의 게인을 무차별적으로 높여 라우드니스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편집이 용이한 디지털은 높은 판매고를 위한 훌륭한 도구였다.

miles davis some day my prince will come mono vs stereo covers 1920 ljc

마일스 데이비스 MONO & STEREO LP

한낱 일반 대중이 이런 악행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좋은 레코드를 찾아 헤매는 일일 뿐이다. 오디오 마니아나 음악 애호가는 물리 매체에 기록된 정보를 어떻게 읽어내느냐하는 것에 시선이 머무는 것이다. CD로 발매되며 망쳐버린 음악을 LP에서 되찾는 일은 꽤 흔하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치면서 우후죽순 발매된 CD 판본이 오리지널 아날로그 레코딩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혼란의 도가니에 빠트린 경우다. 오리지널 레코딩이 아날로그 방식이었던 것은 굳이 구하기가 힘이 들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LP를 고집하는 이유다. 음악은 그것을 담는 그릇은 물론 그릇에 담는 방식에 의해서도 전혀 다른 표정으로 대중과 조우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음악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columbia mono lp

읽어버린 고리

음악 기록의 시작은 모노였다. 스피커도 하나 앰프도 하나였다. 채널이 하나였던 것. 지금처럼 스테레오를 넘어 돌비 애트모스 같은 것은 한참 후에나 탄생한 포맷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선사시대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모노 시절 음악을 무척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CD에서도 그리고 최근 발매된 재발매 LP 중에서도 알고보면 많은 모노 형태의 녹음을 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1950년대 음악을 자주 듣는다면 모노 녹음은 절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모노 LP는 아날로그 마니아들이 잊고 지내곤 하는, 이른바 읽어버린 고리 같은 것이다.

Mono Vs Stereo

최근 필자는 아날로그 시스템을 갈아엎었다. 카트리지를 바꾸고, 일부 추가하고 턴테이블을 새로 들였으며 포노앰프도 그에 따라 재정비, 매칭을 달리하고 있다. 그 와중에 모노 LP에 대한 갈증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1950년대 발매된 오리지널 LP는 물론이며 내가 소장 중인 재발매 재즈, 클래식 LP 중에서도 꽤 많은 LP들이 모노였기 때문이다. 당시 LP 중 굳이 스테레오라고 쓰여 있지 않은 것은 대개 모노다. 1948년 컬럼비아 레코드가 100여 장의 LP를 출시하며 LP가 시장에 도입되었을 당시 대부분 12인치, 몇몇은 10인치, 모두 모노였다. 스테레오 LP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퍼지기까지는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녹음이 좌/우 스피커 쌍으로 재생되는 2채널 스테레오가 자리 잡은 건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였다. 1970년대가 밝고 나서야 모노/스테레오 병행 발매가 일단락되었다.

groove modulation

카트리지는 LP의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 당연히 모노 시절 LP는 모노 카트리지로 읽는 것이 맞다. 그런데 모노 LP도 모노 LP 나름이다. 대략 1960년대 이전에 출시된 모노 LP의 경우 1mil 두께의 스타일러스 팁을 가진 카트리지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대략 그 이후, 그러니까 스테레오가 대중화된 이후에도 모노 LP는 종종 출시되었고 그 경우엔 약 0.7mil 정도로 제작된 스타일러스를 가진 카트리지를 사용해야한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하이파이용 모노 카트리지의 스타일러스 팁 두께가 0.7mil 정도로 표준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대중적인 모노 카트리지 중 하나인 오디오 테크니카 모노 카트리지의 스타일러스 팁 두께가 0.65mil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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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카트리지의 모노

SL Mono MKII는 상위 S 시리즈의 바디와 비슷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공진을 최소화한 바디는 무광으로 검은 색에 엘라스토머 수지를 사용해 마감했다. 소재를 보면 뭔가 독특한 소재를 피하게 카트리지 소재로서 검증받은 소재를 사용했다. 자기 회로엔 순수 철을 사용했으며 자석은 알니코다. 캔틸레버는 알루미늄, 스타일러스는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시바타다. 여기에 배선도 신경 써서 4N 동선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번 MKII의 특징이라면 스타일러스 팁의 강성을 높이고 캔틸레버를 테이퍼 형태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무게를 줄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요크, 폴피스, 터미널 핀은 모두 극저온 처리했다. 해상도,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카트리지는 모노 카트리지이지만 상위 스테레오 카트리지와 거의 유사한 소재와 구조를 갖는다. 주파수 응답이 무려 15Hz에서 32kHz에 이르며 내부 임피던스는 23옴이다. 포노앰프에 거는 로딩 임피던스는 열 배인 230옴 정도를 추천하고 있다. 무게는 8.6g으로 꽤 무거운 편이다. 여러 부분에서 세심한 업그레이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나 가격은 그리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한편 요즘 출시되어 있는 중간 정도 이상의 톤암이라면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어 호환성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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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참고로 이번 테스트는 하나 카트리지의 공식 수입원 ㈜ 샘에너지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용 청음실에서 진행했다. 아래는 이번 테스트에 동원한 제품들이다. 트랜스로터 턴테이블에 소라네 ZA12라는 12인치 톤암을 설치해 여기에 하나 SL Mono MKII 카트리지를 셋업했다. 한편 포노앰프에서 세팅은 게인의 경우 66.4dB. 임피던스는 하나 카트리지에서 추천하는 230옴에서 약간 높은 250옴으로 조정했다. 다양한 게인, 임피던스 조정이 가능한 ECP 2MKII가 이런 때는 구세주 같다. 필자가 포노앰프를 매우 중요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리앰프 : 패러사운드 JC 2BP
파워앰프 : 일렉트로콤파니에 AW800M
포노앰프 : 일렉트로콤파니에 ECP 2MKII
턴테이블 : 트랜스로터
스피커 : MBL 11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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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소니 크리스 – These foolish things

스테레오 카트리지로 듣다가 모노 카트리지로 들르면 일단 에너지기 다르다. 더 힘찬 중저역에 더해 고역도 더욱 경쾌하게 뻗어 올라간다. 음표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쓴 것 같다. 대충 얇게 훑고 지나가는 법이 없어 속이 꽉 들어찬 느낌이 충만하다. 이 앨범에서도 느껴지지만 45도 각도로 패인 소리골을 상하, 좌우로 움직이며 읽는 스테레오보다 좌우로만 읽은 모노가 잡음이 적다. 소리골의 수직 정보가 없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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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피츠제럴드 – Sweet and slow

소리골의 좌우 벽만 읽으면 되는 모노 카트리지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힘들이지 않고 풍성한 배음 구조를 형성한다. 암축된 느낌 없이 소리골의 정보를 깊게 긁어내 표현해준다. 스테레오로 듣다가 바꾸면 모노의 진한 잘감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훌륭한 대역 밸런스와 선명한 보컬이 청자를 압도한다. 검은 배경 위에서 연주보다 보컬이 더 앞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소니 롤린스 – St. Thomas

아마도 많은 디지털 주종자들이나 스테레오 카트리지로만 음악을 즐겨온 사람들은 자책을 할지도 모른다. 이런 유명 녹음에서 모노와 스테레오의 차이는 굉장하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의 카트리지 혹은 더 높은 등급의 카트리지보다도 음악적 감흥은 모노가 더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악기들이 두텁고 힘차며 추진력이 강력하게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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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릭 쉐링, 샤를 라이너 – 비탈리 : Chacone

머큐리 레코딩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작품을 플래터 위에 얹았다. 순간 정전이 된 듯 세상은 멈추고 음악은 나를 모노 시절로 안내했다. 모노라고 하면 일잔적으로 평면적이고 단조로운 소라일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디지털의 세계다. 아날로그의 세계에서 모노는 더 싱싱하고 더 가열찬 사운드로 청자를 압도한다.

하이패츠/보스턴 심포니 –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대편성 녹음으로 진입하면 또 재미있는 소리의 형상과 마주치게 된다. 사실 모노라면 악기들이 모두 중앙에서 나오므로 무척 밋밋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본래 모노로 녹음한 레코딩도 들어보면 전후 무대의 거리감이 느려진다. 요즘 같은 입체감이 아니라 정말 모든 에너지가 중앙에 집결된 소리다. 무려 대편성도 몰입감 자체는 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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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모노 LP를 제대로 재생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일단 LP 출시 후 10년 정도 동안 만들어진 초기 모노 카트리지 중 상당수가 측면, 즉 수평 컴플라이언스는 갖추고 있었지만 수직 컴플라이언스는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 모노 LP는 수직 정보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창기 모노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싶다면 1960년 이전에 발매된 모노 레코드에만 사용하길 바란다. 이후 LP에 사용할 경우 소리골이 망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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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에 와서 모노 LP를 재생하는 데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1960년 이전에 발매된 모노 LP들은 1mil 스타일러스로 재생하도록 제작되었지만 그 이후에는 0.7mil 스타일러스로 재생되도록 표준이 바뀌었다. 내가 아는 한, 현재 대부분의 모노 카트리지에는 대략 0.7mil 스타일러스가 장착되어 있어 모노든 스테레오 LP든 안전하다. 아주 오래된 모노 LP 또한 최신 모노 카트리지로 재생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수의 예외는 존재하지만 더욱 정교한 지오메트리를 적용한 최신 모노 카트리지가 과거의 그것보다 더 나은 사운드를 재현할 가능성이 많으며 안전하다. 하나 SL Mono MKII는 그 좋은 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스타일러스 : 시바타
캔틸레버 : 테이퍼드 알루미늄
출력 레벨 : 0.4mV/1KHz
출력 밸런스 <1.5dB/1KHz
침압 : 2g
추적 능력 : 70µm/2g
주파수 응답 : 15-32,000Hz
임피던스 : 23Ω/1kHz
권장 부하 임피던스 ≥230Ω
카트리지 무게 : 8.6g

제조사 : HANA (USA)
공식 수입원 : ㈜ 샘에너지
공식 소비자가 : 1,26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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