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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 111F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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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향성 스피커의 정점, 독일 MBL

앨범에 담긴 정보를 어떻게 재생하느냐는 오디오 제조사들에게 일종의 실험이자 끝없는 도전이다. 모노 시대를 지나 스테레오 녹음이 주류가 되었고, 이후 멀티 채널을 활용한 영화 음악의 시대를 거쳐, 최근에는 오로 3D(Auro-3D)나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통한 3D 서라운드 음향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채널 음악조차 애트모스 믹싱을 통해 콘서트홀과 같은 입체감을 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시도들은 녹음 현장, 혹은 콘서트 현장의 음악적 에너지를 청취자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녹음과 마스터링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하드웨어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작은 섀시에 여러 유닛을 몰아넣은 사운드바나 블루투스 스피커만으로는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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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채널 하이파이 오디오는 어떨까? 전면 배플에 유닛을 탑재한 일반적인 스피커들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하이엔드로 갈수록 드라이버 완성도와 크로스오버, 인클로저 설계의 발전으로 입체적인 현장감을 만들어내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앰비언스(Ambience)와 입체감에 다다르기에는 여전히 물리적 제약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가 바로 ‘무지향성(Omnidirectional) 스피커’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성역과도 같은 존재가 독일의 MBL이다. 나 또한 MBL에 대한 경험이 적지 않아 과거 여러 차례 리뷰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최근 이 스피커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생겨 시청실에 대여해 보았다. 공간이 넉넉하다는 점은 이럴 때 큰 축복이다. 일반적인 가정 환경이라면 운용이 결코 쉽지 않은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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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의 시점을 넘어 무대의 중심으로

매칭 시스템은 오렌더 N10, 반오디오 Firebird MK3 Final Evolution DAC, 그리고 아큐페이즈 E-5000 인티앰프를 준비했다. 며칠간 길을 들인 후 지인들과 함께 청음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 경험한 MBL은 기존에 알던 소리와 상당히 달랐다. 과거에는 내 공간, 내 시스템에서 테스트하지 못했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MBL 스피커가 마음껏 뛰어놀 만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나의 레퍼런스인 락포트 Atria와 윌슨 Sasha는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한 스피커들이다. 하지만 MBL 111F로 같은 곡을 재생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음장감이 펼쳐진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무지향 방식이라 소리가 전 방향으로 방사되는데, 이로 인해 소리의 진원지가 훨씬 많아지고 분포 역시 3차원적으로 확장된다. 일반적인 스피커가 전면 혹은 측면 후방에서 소리를 들려준다면, 111F는 옆은 물론 심지어 청취자의 약간 뒤쪽에서도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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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성은 청취자를 관찰자 입장에서 벗어나게 한다. 무대와 거리를 두고 감상하는 느낌보다는, 무대 안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핀포인트 포커싱은 다소 흐릿해질 수 있고 악기의 음상도 크게 맺히지만, 이는 양옆으로 볼록한 ‘라멜라(Lamella)’ 구조가 360도로 소리를 방사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현상이다. 성악이나 오페라를 재생하면 소프라노의 음성이 마치 천장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듯한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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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을 통째로 옮겨왔다

MBL 111F의 강점은 대편성 음악에서 정점을 찍는다. 베토벤부터 말러에 이르기까지 압도적인 사운드 스테이징을 구현하며, 음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뛰어든 듯한 몰입감을 준다. 높은 볼륨에서 세 명의 청음자가 동시에 놀랐을 정도로 이는 실제 콘서트홀의 경험과 흡사하다. 물론 이러한 몰입감은 세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111F는 뒷벽과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할수록 공간감이 살아난다. 이번 세팅에서도 소파와 뒷벽 사이 거의 중간 지점에 스피커를 배치해 무대의 깊이(Depth)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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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자연스레 앰프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아큐페이즈 E-5000도 인티앰프로서는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지만, 8인치 알루미늄 우퍼 두 발이 탑재된 밀폐형 베이스 모듈을 완벽히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공칭 임피던스 4옴에 감도 83dB라는 수치는 과거 아포지(Apogee) 리본 스피커에 버금가는 고난도 사양이다. 결국 분리형 앰프나 바이앰핑이라는 선택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당분간 111F를 메인 스피커로 두고 길들여 볼 생각이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이 스피커가 가진 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해 보이기 때문이다.

MBL 111F는 단순히 소리를 재생하는 기기가 아니라, 청취실의 공기 자체를 음악으로 바꾸는 연금술사 같은 스피커다. 공간과 앰프라는 숙제가 남았지만, 그 숙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조차 오디오 파일에게는 축복이 아닐까 싶다.

2부로 이어집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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