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나의 경우 타이달 같은 음원 스트리밍은 물론이며 이 외에 LP와 CD 등 가리지 않는다. 음원 스트리밍 방식이 편리하긴 하지만 피지컬 매체를 다루는 즐거움도 커서 버리지 않는다. 특히 LP 같은 아날로그 물리매체를 제대로 재생했을 때 디지털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소리가 있다. CD도 종종 듣는다. 어차피 16비트 음원인데 스트리밍이 더 낫지 않냐 할 수 있지만 디지털 스트리밍은 잘 재생된 CD 소리를 따라가려면 상당히 공을 들여야한다. 노이즈가 유입되고 타이밍 오류로 인한 지터(jitter) 발생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스위치 허브, 랜 케이블, 아이솔레이터 등을 추천하는 이유다.

음원 재생에서 가장 좋은 솔루션 중 하나라면 서버에 음원을 저장해 듣는 것이다. 나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NAS를 운영했다. PC보다는 당연히 안정적이며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재생하기 편리했기 때문. 특히 ROON을 사용하다보니 NAS를 연결해 내장 음원을 정리하면 굉장히 편리하게 음원을 즐길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 ROON을 사용하는 이유는 온라인 스트리밍 연결의 통로 역할보다는 오히려 음원 정리에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 번 NAS를 날려버리는 사태가 생겼다. 좀 더 확실하고 안정적인 음원 저장소가 필요했다. 그리고 오렌더 N10을 구입했다. 알고 지내던 지인이 거의 사용할 일이 없다 길래 덥석 가져왔다. 출시된지 이제 좀 지난 기기라서 오렌더 본사에 먼저 보내서 점검을 받았다. 출고 당시 상태에 근접하게 만들어 사용하기 위해서다. 약 일주일이 지난 후 연락이 왔다. 모두 점검했으며 패널만 교체하면 좋겠다는 의견. 전면 패널과 보드를 모두 신품으로 교체했다. 오렌더는 내구성이 정말 좋다는 걸 실감했다. 서비스도 대만족이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쉬고 있던 NAS에 있던 음원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폴더만 해도 상당히 많다. 오렌더에도 음원이 있었지만 들을 일이 없는 것들은 많이 정리했다. N10엔 기본적으로 2TB HDD 두 개가 들어가 있었고 나의 음원도 그 정도면 충분할 듯했다. 약 3~4TB 정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모두 예전에 나의 CD를 리핑한 것들이 많다. WAV, FLAC이 대부분이고 정밀 리핑한 것들이라 절대 버리지 않고 있었다. 시청실에서 일 하면서 틈틈이 옮기고 있는데 음반 리스트를 보니 예전에 리핑할 때 생각도 나고 추억이 방울방울이다.

N10은 지금 시점에서도 가격 대비 정말 말도 안되는 성능을 보여준다. 신작인 N20이나 N30이 있고 더 상위 모델인 것은 맞다. 속도도 더 빠르고 전원부도 진보했다. 전면에 앨범의 커버 플로우도 나온다. 하지만 N10 또한 기본 설계 기조는 동일하다. 총 세 개의 독립 전원에 초정밀 OCXO 클럭. 커스텀 FPGA. USB 및 동축 RCA/BNC, AES/EBU 등 다양하게 지원하므로 여러 DAC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전면 패널의 커버 플로우는 어차피 지원해도 쓰지 않는 편이다. 음질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안 오렌더 신형 A1000을 사용했다. 구형보다 더 빠르고 이 제품 또한 과거 A 시리즈를 생각하면 가격 대비 엄청난 물량 투입을 했다. DAC 내장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의 범람 속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오렌더의 승부수다. 게다가 과거 A 시리즈에서 아날로그 출력 음질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 또한 상당 부분 좋아졌다. N10을 구입해서 테스트해보니 A1000이 확실히 신형답게 반응도 빠르고 커버 플로어도 예쁘고 에어플레이, 블루투스 등 다양한 기능 등 장점이 많다. 하지만 단순히 음질만 평가하자면 구형임에도 레퍼런스급인 N10의 음질이 더 낫다. 청감상 해상도, 분해력, 세부표현이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등에서 차이가 꽤 있다.

DAC 내장형 네트워크플레이어와 전용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를 1:1 비교하는 건 공평하지 않지만 N10은 여전히 레퍼런스급이라는 게 확인된다. 역시 썩어도 준치라고 해야 할까. 특히 내장 음원 재생음은 확실히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음원이 많아서 앞으로 며칠 더 걸리겠지만 N10에 나의 모든 음원을 담아서 종종 들어야겠다. 향후 N30 같은 상위급으로 가기 전까진 N10은 나의 시스템에서 붙박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