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평일 오후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는 ECM 전시회에 들렀다. ECM 레이블은 재즈 애호가나 오디오 애호가 양쪽에서 모두 진지하게 지지하는 레이블. 키스 자렛이나 팻 메스니의 앨범을 발매한 레이블로 유명하지만 사실 재즈 뿐 아니라 클래식, 컨템포러리 뮤직 등 다양한 유러피언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의 진두지휘 아래 단지 상업적 흥행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예술적 재능을 가진 뮤지션들을 데뷔시키고 창조적 영감을 극대화하는 레이블. 특히 커버 디자인부터 음향적인 색채까지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현재까지 가장 독창적인 레이블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예전에 열렸던 ECM 전시회와 다르다. ECM이 중심이긴 하지만 ECM을 매개로 삼아 여러 사진 작가,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또 따른 ECM의 정체를 조명하고 있다. 새하얀 벽면을 가득 채운 샘 윈스턴의 드로잉으로부터 시작해 마티스 니치케가 진행한 설치작업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모은 사진 중 하나인 탁구 사진 등 독창적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단순히 ECM 의 음악나 커버 아트웍의 전시가 아니다. 음향과 시각을 통해 새로운 각도로 조망한 ECM 레이블은 여러 작가의 손을 통해 또 다른 무언가로 재탄상하고 있다. 중간 중간 ECM의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소중한 자료를 보는 맛도 좋지만 서현석과 하상철 작가의 VR 설치작업이나 음악을 3D 기법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 등 새로운 해석이 돋보였다.
빛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빛이 되고 있었다. 사진이 빛의 파동이라면 음악은 소리의 파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