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매가 나오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거의 잡지 구독하듯 구입하는 레이블이 몇 있다. 그 중 아날로그 프로덕션이나 Mo-Fi, 뮤직 매터스 그리고 최근엔 톤 포엣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아날로그포닉이 그런 케이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날로그 프로덕션에서 재즈 타이틀이 순차적으로 절판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품절되면 다시 제작하곤 했는데 이젠 리스트에서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아마도 원래 판권을 소유한 회사에서 라이센스 계약 기간 이후 재계약을 중단한 게 아닐까 했는데 내 예상이 맞는 듯. 프레스티지, 리버사이드, 판타지 등 1950~60년대 재즈 레코딩에 대한 판권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 회사 콩코드가 소유한 레이블 크래프트 레코딩스를 통해 직접 출시를 시작했다. 콩코드 자체도 재즈 레이블로서 많은 백 카다로그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전 세대의 레퍼토리를 사들이면서 이젠 이쪽에서 보물창고 같은 회사가 되었다.
이번 크래프트 레코딩스의 백 카다로그 재발매는 블루노트/뮤직매터스, 버브/어쿠스틱 사운드 재발매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이미 블루노트는 뮤직매터스가 아닌 뮤직매터스 제작팀의 큐레이션 아래 블루노트 본사에서 고품질 재발매 톤 포엣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리고 버브는 어쿠스틱사운드(아날로그 프로덕션)이 함께 제작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았고. 프레스티지 등 과거 OJC에서 출시했던 타이틀은 이제 콩코드의 크래프트 레코딩스 레이블에서 재발매하기 시작한 모습인데 그 파트너는 누구일까?
스펙을 보니 Mo-Fi와 함께하는 모양새다. 일단 제작 방식에서 Mo-Fi가 진행하던 ‘Ultradisc data-one-Step’ 프로세스로 제작했다고 하니까 말이다. 이 프로세스는 1980년대 JVC와 당시 Mo-Fi의 전신 MFSL이 함께 개발한 제작 방식으로서 중간에 마더/파더 마스터 제작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스탬퍼를 제작해 찍는 방식이다. 음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지금도 Mo-Fi가 가끔 이 방식으로 발매해 무려 124.98에 판매하고 있다.
이번에 크래프트 레코딩스가 런칭한 재발매 시리즈 이름은 ‘Small Batch’. 애초에 적은 수량만 고품질로 찍어내겠다는 기획이다. 아무튼 그 첫 번째 타이틀이 얼마 전 출시되었는데 한정반이어서 아쉽게 놓쳤다. 겨우 1000장 한정이라니, 말도 안 된다. 가격은 99.99달러로 재발매 중 거의 최고가다. 톤 포엣 같은 좋은 선례가 있건만 왜 이렇게까지 고가로 찍어내는지…본사 홈페이지에서만 예약 주문을 받았고 2월에 발송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나중에라도 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