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용어 중 ‘엠바고(embargo)’라는 말이 있다. 일종의 보도 유예를 의미하는데 말 그대로 “해당 자료의 보도를 특정 시간까지 유예해 달라”는 의미다. 하이파이 저널 쪽에서도 이런 엠바고가 있는 경우가 있다. 대개 보도자료를 저널에 뿌리면 요구하는 날짜에 배포하는 식.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은 제품의 경우 이 유예 날짜를 어기고 미리 보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B&W 800 시리즈 신제품이 그런 경우다. 예전에도 왕왕 있었지만 B&W의 800 시리즈는 하이엔드 스피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대단히 많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흔치 않은 스피커 라인업이다. 이번엔 엠바고 해제가 9월 1일이었지만 며칠 전, 정확히는 8월 25일경 미리 해제되었고 전 세계 공개되었다.
이번에 4세대로 접어든 800 시리즈가 유독 많은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는 아무래도 B&W의 이적 덕분이다. 에바 오토메이션에서 벗어나 미국의 거대 오디오 그룹 ‘사운드 유나이티드’가 B&W를 인수했기 때문. 클라세, 마란츠, 폴크 오디오 등과 한 지붕 식구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B&W는 지난 6년간 4세대를 출시할 만반의 준비를 모두 끝낸 듯하다.
4세대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는 이전 3세대 출시 이후 약 6년만이다. 일단 제품군은 총 7개 모델로 구성되어 있는데 805D4, 804D4, 803D4, 802D4 그리고 801D4 등의 스테레오 스피커가 그리고 HTM81 D4, HTM82 D4 등의 센터 채널 스피커로 구성된다. 흥미로운 것은 기존에 800D3를 801D4로 대체했다는 점이다. 사실 801이라는 숫자는 B&W 역사에서 무척 중요하다. 매트릭스부터 초창기 노틸러스 800 시리즈까지 801은 플래그십을 대표하는 넘버였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801-3부터 노틸러스 801까지 801을 좋아했던 내게 이 부분은 특히 반갑다.
세부적으로도 무척 많은 부분들에 손을 댔다. 보기엔 기존 D3와 비슷해 보이지만 유닛은 물론 특히 각 유닛이 탑재되는 인클로저들이 각각 개선된 것이 눈에 띈다. 일단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감싸는 알루미늄 소재의 솔리드 바디 트위터 같은 경우 튜브 로딩의 길이를 30cm까지 늘렸다. 게다가 트위터의 모터 어셈플리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미드레인지의 경우도 컨티늄 진동판을 사용한 것은 동일하지만 내부의 스파이더를 완전히 교체했다. 기존의 패브릭 스파이더를 버리고 대신 일종의 생체 모방 서스펜션으로 불리는 독특한 스파이더를 채용했다. 더불어 미드레인지 유닛이 탑재된 터빈 헤드도 TMD를 장착한 알루미늄 섀시를 새롭게 고안해 주변 캐비닛으로의 진동 전이를 최소화한 모습. 저역을 담당하는 에어로포일 유닛 역시 모터 시스템을 개선했고 새롭게 개발한 안티-레조넌스 플러그를 사용해 왜곡을 낮추고 있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베이스 모듈 상판까지 알루미늄을 사용했고 그 위에 코놀리 가죽을 입혀 무척 고급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최고급 가죽 가공 업체이자 롤스 로이스 등 고급 차량의 내부 인테리어 소재로도 쓰이는 그 코놀리 가죽이다. 더불어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내부의 매트릭스 구조에 MDF가 아닌 고강도 플라이우드를 사용한 모습도 눈에 띈다. 아무튼 이래저래 여러 루머들이 나돌았던 4세대 800 시리즈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조만간 실물을 보고 음질도 체크해볼 예정인데 기대가 크다.
The Bowers & Wilkins 800 Series D4 Price
801 D4 (£30,000/ €35,000)
802 D4 (£22,500/ €26,000)
803 D4 (£16,000/ €20,000)
804 D4 (£9,500/ €12,500)
805 D5 (£6,250/ €8,000)
HTM81 D4 (£6,500/ €7,500 each)
HMT82 D4 (£4,750/ €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