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오디오를 많이 접하고 직접 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됩니다. 그냥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소리에 대한 부분 그리고 세팅과 디자인 등 다각도로 비교하게 되죠. 기기의 가격과 관계없이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생각, 음악에 대한 취향과 태도 그리고 더 깊게는 품성도 약간은 비춰집니다. 물론 시스템이 더 커지고 개성이 강한 하이엔드 시스템으로 가면 그 간극은 더욱 커지고 개성도 짙게 묻어납니다.
음질적이 부분에서 어떤 분은 지극히 마스터 음원의 정확한 재생에 초점을 맞추어 컴포넌트를 고르고 액세서리의 적용도 그 쪽에 맞추어집니다. 또 어떤 분은 실연과 유사한 소리를 내는 것을 목표로합니다. 가장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열심히 매진하죠. 또 다른 부류는 그냥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로 최적화시킵니다. 마스터 음원이나 실연과 다를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색이나 음장에 대한 취향이 있기에 일종의 튜닝을 많이 가미해 듣는거죠. 가끔 보면 아무리 착색이 있고 통울림 때문에 저역이 과장되고 딜레이가 많아도 철지난 궤짝 스피커 아니면 안된다는 사람이 있는 이유입니다.
아래 시스템은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의 성지 GLV입니다. 현존하는 미국 하이엔드 오디오의 현주소를 국내에서 체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죠. 주파수 특성이나 시간축 특성 모두 최고 레벨입니다. 해상도는 말할 나위 없고요. YG 어쿠스틱스와 MSB로 구성된 시스템을 구성한 대표님은 극사실주의 사운드를 추구하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리뷰를 하러 가거나 그냥 궁금한 마음에 음악을 들어보고 의견을 드리면 바로 케이블 등을 통해 수정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튜닝의 달인이시고 음향에 관해선 그만큼 예민하고 치밀하신 성격이십니다.
다음 시스템은 사운드미러 스튜디오의 오디오 시스템입니다. 개인 집에 세팅된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마스터링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시스템 구성이나 운용 방식은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이 또한 황 감독님의 소리에 대한 기준이 강하게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최근 코드 DAVE DAC로 변경한 후 마음에 들어 하시던데 전체적으로 해상력이 굉장히 높으면서도 매우 평탄한 주파수 특성과 엄청난 다이내믹스를 표현합니다. 특히 DSD 멀티 채널 마스터링 작업한 음원을 들어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다이내믹레인지를 체험할 수 있더군요. 마스터 음원의 가장 충실한 표현에 중점을 둔 시스템입니다. 균형을 가장 중요시하는 성격인 듯합니다.
아래는 동료 평론가이시면서 유튜브도 함께하고 계신 김편님의 시스템입니다. 촬영할 때 종종 들어보는데 듣기 시작하면 음향보단 음악을 듣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오랑우탄 스피커 자체가 YG나 B&W처럼 엄청난 스테이징이나 다이내믹스를 보여주진 않지만 음악적인 코히어런스는 무척 뛰어납니다. 패스 프리앰프와 일렉트로콤파니 등 앰프의 영향도 있지만 모니터 스타일의 맨해튼 DAC를 사용해도 스피커의 영향은 지배적이더군요. 음향적 쾌감보단 음악적 표현력, 그 중에서도 정밀하고 입체적인 무대 표현보단 음색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사운드입니다. 공격적이지 않고 순하며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김편님의 성격과 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시스템입니다. 약 5년 전 시스템이라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가끔 저 시절이 떠오릅니다. 작은 방에 장승같은 스피커 데려다놓고 고생시킨 기억이 생생합니다. 왜 이 어렵고 피곤할 일을 시지프스처럼 계속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나름 재미가 있어서겠죠. 나만의 상상을 음악, 음향적으로 풀어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정답이 정해져있는 길이 아니라 의외성에서 오는 재미가 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성격의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론 엄청 까칠하다는 소리도 듣고 때론 사람 좋다는 이야기도 듣는데 말이죠 🙂
초보 시절엔 그냥 멋있어서 있어보여서 또는 할인을 많이 해줘서 사기도합니다. 하지만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부터는 나와 잘 맞는 브랜드와 튜닝 방식이 생기죠. 이제와 생각해보면 돌고 돌아 오디오도 결국 자신의 품성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에 따라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디오는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합니다.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음악도 오디오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