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의 형태는 꽤 다양하다. 소재에 따라 나누면 실크 등 유연한 섬유를 활용한 소프트 돔이 있고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그리고 최근엔 베릴륨이나 다이아몬드 등 고가의 금속을 활용한 하드 돔이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스타일이다. 이 외에도 구조에 따라서도 다양한 트위터들이 산재해있다. 리본 트위터가 가장 대표적이다.
리본 트위터는 알루미늄 등의 진동판을 위, 아래로 죽 깔아놓은 후 양쪽에 자석을 장착해놓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배치하면 플래밍의 왼손 법칙에 따라서 중앙에 진동판이 떨려 소리를 낸다. 이 알루미늄 진동판의 모양을 빗대어 리본 트위터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AMT 트위터가 있고 헤드폰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평판 마그네틱 방식 등의 트위터도 유명하다.
최근 슈퍼 트위터에 관심이 생겨 이런 저런 모델을 알아보다가 미국의 Aperion 이라는 메이커가 만든 슈퍼 트위터를 발견했다. 자체적으로 완성형 스피커를 만들기 때문에 일단 신뢰가 갔고 유통 및 광고비로 인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제품 개발 및 소자에 최대한 투자해 가격 대비 매우 높은 성능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전체적인 구조나 기능을 보니 좋은 가격에 리본 트위터를 활용해 초고역을 재생할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해보았다. 리본 트위터 방식으로 45um 구경의 초박형 알루미늄 진동판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고역 한계는 40kHz로 슈퍼 트위터치곤 아주 높진 않지만 이 정도만 해도 내가 사용하는 Rienzi의 고역을 서포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박스를 개봉하고 실물을 보니 사진 상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멋있고 마감도 훌륭하다. 우선 이 슈퍼 트위터의 주파수 재생 범위는 8kHz에서 40kHz 정도고 크로스오버를 8kHz에서 16kHz까지 다섯 개 구간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고역 게인을 0dB에서 최저 –5dB까지 순차적으로 낮출 수 있으므로 사용하는 메인 스피커와 매칭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크로스오버와 게인에 따라서 슈퍼 트위터의 능률은 최고 96dB에서 최저 87dB까지 다양하게 변화한다.
지난번에도 슈퍼 트위터를 사용했다가 뺀 후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엔 새롭게 장착하니 바로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 물론 고역이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데 소프라노의 고역이 활짝 열리며 공간이 마치 녹음 현장의 어쿠스틱 느낌을 반영한 듯 현장감이 고조되어 들린다. 슈퍼 트위터에 귀를 갖다 대면 실제 들리는 부분도 있고 들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어떤 음악에선 마치 특정 공간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오싹한 기분이 느껴지는 곡도 있고 라이브 현장의 생생한 홀 톤을 더 실감나게 전달해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상당히 다양한 녹음에서 그 녹음 공간의 톤을 더 생생하게 살려준다. 소프라노, 소프라노 색소폰 그리고 트럼펫이나 바이올린 등의 고역 표현이 특히 확연하게 다가오는데 최근 자주 듣던 음악들을 모조리 다시 듣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일단 기능이나 성능 모두 무척 마음에 든다. 마음 같아서는 100kHz까지 재생 가능한 슈퍼 트위터도 탐나긴 하지만 그 예산이면 더 보태서 스피커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을 듯. 지금 상황에선 Aperion 리본 슈퍼 트위터의 추가만으로 음악 듣는 재미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만족한다. 케이블도 Aperion에서 만든 것을 은선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여유 되면 크리스탈케이블 같은걸 물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