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미국에서 등장한 마크 레빈슨은 그 이전과 이후의 오디오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오디오 역사, 특히 앰프의 역사에서 마크 레빈슨을 기점으로 나누어도 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전의 마란츠, 매킨토시를 넘어 마크 레빈슨이라는 브랜드는 설계와 음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트랜지스터 등 모든 부품들을 선별해 사용했고 신호 경로를 최단으로 단축시켰다. 이전 시대 앰프들이 주렁주렁 달고나오던 이퀄라이저 등 편의 기능 또한 음질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과감히 제거했다.
이는 모두 음질을 향한 독보적이며 고집스러운 행보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뜨거운 열과 전기 소모에도 불구하고 클래스 A 증폭을 고수하기도 했다. 고작 20와트급이지만 생생한 사운드를 위해 밥상만한 크기외 거대한 방열판을 감수했다. 하지만 가격은 집 한 채 가격.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그는 이런 모험과 열정으로 앰프 설계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고 이후 트랜지스터 앰프의 교본이 되었다.
마크 레빈슨이 올해로 무려 50주년을 맞이했다. MLAS로 시작해 마크 레빈슨이 퇴임했고 이후 마크 글레이저 시절을 거쳐 이젠 하만 그룹에 속해 있는 마크 레빈슨. 그들의 50주년 기념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결국 MLAS 시절의 전설들을 유령처럼 불러낼 수 밖에 없었다. 50주년 기념으로 발매한 ML-50은 1977년부터 1986년까지 생산된 마크의 전설적 파워앰프 ML-2의 연장선임을 자처하고 있는 모양새만 봐도 그렇다. 더불어 1986년부터 1995년 사이의 No.20.5. No. 20.6도 생각난다.
하지만 흑/백을 멋지게 배치한 전면 패널과 핸들 디자인은 1994년부터 2003년 사이 탄생한 새로운 레퍼런스 No.33이나 1997년부터 2007년 사이의 No.33H를 연상시킨다. 로고와 백라이트는 가장 최근의 레퍼런스 파워앰프 No.53의 그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부 설계는 가장 근작인 No.536에서 많은 부분 가져왔다. 8옴 기준 20와트까지 클래스 A로 증폭하면 이후 구간에서 425와트까진 AB클래스 증폭하는 설계. No.536 플랫폼을 잇고 있지만 정전 용량을 대폭 늘리는 등 여러 업그레이드를 통해 ML-50을 완성했다.
50주년을 기념하는 ML-50은 한정판으로 총 100조만 생산한다고 한다. 가격은 50,000달러. 2022년 4분기에 출시한다는 소식이다. 과연 기존 설계 이념과 질서에 아랑롯하지 않고 타협 없이 하이엔드 오디오의 신기원을 이뤄냈던 20세기 마크 레빈슨에 부끄럽지 않은 제품이 탄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