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B는 음원 정보를 가감 없이 정밀하게 뽑아낸다. 분해력이 탁월해서 그 어떤 음원도 본래 마스터의 특성을 발가벗겨 드러낸다. 예를 들어 같은 앨범도 오리지널과 리마스터 등 다양한 판본이 존재할 때 그 차이가 확연히 대비된다. 또한 전체 밸런스가 매우 중립적이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Love letters’를 들어보면 AMR DP777이나 반오디오 DAC로 들을 땐 중역대가 찰기가 느껴지고 빵 반죽 같은 촉감이 있지만 MSB는 한마디로 ‘Crystal clear’ 사운드로 녹음 내면의 디테일까지 치밀하게 뽑아낸다. 고역대 브러시 사운드도 전혀 뭉개짐 없이 그 깃털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섬세하다.
해상력을 정의하자면 아주 낮은 음량의 미세한 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포착해 표현해주는 능력이다. 그런 면엔 MSB는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던 R2R 래더 DAC에 대한 편견의 많은 부분을 부숴버린다. 그리 녹음이 좋지 않은 녹음들을 들어보면 이전에 들었던 일부 R2R이 약간씩 뭉개면서 오히려 청감상 거슬리는 부분을 질펀하게 다듬어 들려주곤 했다. 하지만 MSB는 예를 들어 보즈 스캑스의 ‘Lone me a dime’ 같은 곡에서 약간 거칠고 건조한 느낌의 기타와 툴툴 거리는 드럼의 민낯을 그대로 표현해준다. 녹음이 좋지 않은 곡들은 피하게 된다.
그만큼 녹음이 뛰어난 곡들에서 그만큼 더 뛰어난 소릴 들려준다.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예를 들어 최근 자주 듣는 재즈 넘버 중 키스 자렛의 ‘Strollin’을 들어보면 피아노 타건이 명료하게 힘차다. 눈을 감으면 키스 자렛의 손 동작이 그려질 정도로 그 멜로디와 화성 뿐 아니라 동적 움직임마저 선명하게 포착해낸다. 모든 악기는 명료하게 위치하며 그 사이 공간이 충분히 떨어져 있다. 높은 악기 분리도와 채널 분리도는 마치 무대를 그림처럼 오려붙인 듯 외곽선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녹음 현장을 매우 생생하게 그린다.
교향곡 등 클래시컬 음악에서 MSB는 가장 큰 강점을 보인다. 유연하면서 또렷한 중심 그리고 악기들을 생선 가시 발라내듯 분리해 정확한 위치에 도열시켜주기 때문이다. 뛰어난 THD, SN비 등 덕분이다. 하지만 그리 차갑거나 딱딱하거나 건조하지 않은 가운데 이런 덕목들을 모두 구현해준다. 하지만 록 음악을 들을 땐 좀 강건한 성격을 드러내며 텐션 높게 조여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빠져들고 싶은데 정자세를 하고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 드림 시어터의 [A Change of Seasons]를 이렇게 집중해서 들어본 것도 처음이다.
과거 MSB를 대여해서 리뷰했던 시절과 지금은 또 다르다. 시스템도 다르고 비교 DAC들도 달라서 상대적으로 조금 다른 인상을 받았다. 물론 옵션인 고가의 풀 사이즈 전원부가 추가된 버전이기 때문에 그 퍼포먼스에서 성격이 약간 달라졌고 그레이드 자체는 두말할 나위 없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주었다. MSB 아날로그 DAC를 그저 기존의 R2R 래더 DAC의 범주 안에 넣고 있었다면 꼭 들어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결국 나는 아날로그 DAC를 구입했다. 다른 DAC도 사용하긴 하지만 적어도 음원은 물론 주변 시스템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선 이 DAC가 간절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