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다양했고 외우기도 힘들었다. 프레미아타 포르네리아 마르코니, 일 아르지노 데이 샘플리치, 꿸라 베끼아 로깐다 등등. 이탈리아 아트록 밴드들의 이름들이다. 지금은 상상도하기 힘들지만 1970년대 유럽 프로그레시브 록과 아트록 음악이 최신 팝음악만큼 인기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음반도 꽤 많이 팔려나갔고 그 수익을 기반으로 더 많은 희귀반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곤 했다.
심야방송이 일조했던 건 사실이다. 라디오에서 심야에 흘러나오던 유럽의 과거 음악들은 먼 미지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음악적 시그널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지금이야 많은 음악들을 온라인에서 접하고 그 곳에 한정되어 음악을 즐기지만 이 땐 좋아하는 음악을 담은 엘피 하나를 구하기 위해 수십만 원을 써야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 와중에 시완레코드의 희귀 아트록 재발매는 이런 특별한 취향을 가진 컬렉터들의 목을 축여주었다.
라 파밀랴 델리 오르테가의 앨범도 수많은 아트록 앨범 중 하나였다. 내 기억으로는 이탈리아의 바이닐매직이라는 레이블에서 시디로 발매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로 잊고 있다가 최근들어 엘피로 재발매되어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유럽 음악, 그 중에서도 독일의 크라우트록과 함께 이탈리아의 프로그레시브 록은 뉴 트롤스 외엔 구하기 힘든 시절이었던 당시에도 특휘 귀했던 앨범.
이번 재발매는 국내 메리고라운드 레이블에서 발매되어 품질도 꽤 훌륭하다. 한동안 까먹고 있다가 며칠 전 들어보니 1990년대 추억도 생각나고 음악도 또 다른 의미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나도 일군의 아트록 키즈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당시 좋아했던 뮤지션이나 특정 장르의 특정 시절 음악을 들으면 감회가 새롭다.
최근 자주 듣는 음악은 아니지만 메리고라운드 레이블 덕분에 종종 즐겁다.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 장르로 다시 돌아 가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으로도 들어볼 기회도 주니까. 그래도 없으면 유튜브로 찾아보기도 한다. 사실 이 당시 좋아했던 음악들 중 온라인에서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음악도 꽤 많아서 아쉽기도 하다. 아무튼 간만에 이태리 아트록 음반을 뛰어난 품질로 들을 수 있어 고마울 뿐. 특히 4페이지 해설지를 담은 게이트폴드 양장본 커버 품질은 항상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