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를 연주한다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탐구며 어떤 의미에선 진실을 쫓는 일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음악의 중턱에서 무언가 영감을 쫓으며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바흐로 장식해왔다. 그 중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바흐 음악의 심연에 있다. 초연을 장식한 파블로 카잘스부터 시작해 야노스 슈타커, 피에르 푸르니에 등의 첼리스트는 물론이고 기타,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로 끊임없이 연주되며 탐구되어오고 있는 고전이다.
그렇다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한 오디오파일 입장에서의 완결반은 무엇일까? 어떤 것을 선뜻 선택하긴 힘들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결정반이라고 할만한 앨범이 하나 출시되었다. 다른 무엇보다 음질에 포커스를 두고 심혈을 기울여 녹음, 제작한 앨범으로 다름 아닌 체이싱 더 드래곤에서 출시된 앨범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모든 과정을 AAA, 즉 아날로그 프로세스로만 제작해 완성하고 포맷도 LP로 선보였다.
처음 이 녹음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저스틴 피어슨과 마이크 발렌타인의 조우에서부터였다. 2019년부터 시작했지만 초유의 팬데믹 사태로 인해 해를 넘겨 완성할 수 있었다. 일단 연주자인 저스틴 피어슨은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영국 신포니아 오케스트라의 객원 첼리스트를 역임했다. 그리고 연재는 런던 로크리안 앙상블의 예술 감독으로 재직 중인 인물이다.
저스틴 피어슨 뿐만 아니라 두 명의 연주자가 더 있다. 3번을 슈만이 피아노 반주 버전으로 편곡한 것을 추가로 담았는데 이는 캐서린 록힐이 연주했다. 더불어 페드로 실바를 초청해 6번에서 요구되는 5현 첼로를 연주하도록 했다. 런던 템플 교회 그리고 펜데믹으로 사용이 금지된 후 켄트 세인트 보톨프 교회로 자리를 옮겨 녹음한 전곡이 드디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이 녹음을 총 감독한 인물은 체이싱 더 드래곤의 마이크 발렌타인이다. 총 세 가지 버전으로 녹음했는데 일단 아날로그 레코딩은 완전히 개조 및 캘리브레이션을 거친 소니 APR5003 릴 테잎 레코더를 사용했다. 한편 디지털 녹음은 나그라 VI 6체널 녹음기를 사용해 24/192 PCM으로 담았다. 또한 DSD 레코딩도 동시 진행했는데 타스캄 DA3000을 사용했다. 마이크는 노이만 KU-100 더미헤드 마이크 Flea/AKG C12 등을 사용했다. 현장 녹음에선 간과되기 일쑤인 케이블도 노도스트와 보복스 등 오디오파일 사이에서도 유명한 하이엔드 케이블을 다수 사용해 녹음 품질을 극대화시킨 모습이 역력하다. 커팅은 그 유명한 에어 스튜디오에서 하프 스피드 마스터링으로 진행한 점도 이 엘피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18,000파운드를 들여 복원한 저스틴 피어슨의 첼로는 1706년 제작된 프란체스코 루게이리 작품. 인위적인 이펙트와 편집 과정을 과감히 배제하고 공간 자체의 풍부한 울림과 앰비언스 속에 악기 고유의 연주를 담아낸 모습이다. 마이크에서부터 프리앰프, 전원, 케이블까지 오디오파일들 견지에서도 충분히 뛰어난 녹음을 담아내고 있다. 기존에 수많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어본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올 녹음. 아마도 오디오파일을 위한 바흐 앨범을 꼽으라면 반드시 포함되어야할 앨범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