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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귀환 Part.2

윌슨 베네시 Endeavour

wilson benesch endeavour 3 1

디스커버리와 레졸루션 사이

윌슨 베네시 엔데버를 처음 보면 디스커버리의 큰 형 같은 모습이다. 동일하게 스탠드와 결합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스탠드 마운트 형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총 네 개의 유닛을 사용하며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도 동일하다. 하지만 실제 크기는 굉장히 커졌다. 외형 면에서 디스커버리는 높이가 1105mm이며 무게가 채널당 30kg이고 내부 용적은 15리터다. 한편 엔데버의 경우 높이가 1475mm이며 무게는 70kg, 그리고 내부 용적이 22리터에 달한다. 사이즈는 대략 50% 정도 상승했고 무게는 두 배 이상 더 무겁다. 스탠드까지 더해서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그렇다면 내부 용적은 어떨까? 약 50%에 육박하는 용적의 증가가 있었다. 우선 카본과 알루미늄 등을 사용한 것은 똑같지만 내부 미드/베이스 우퍼에 카본 나노텍을 사용한 별도의 독립된 챔버를 추가한 것이 크기 대비 여유로운 용적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로 추측된다. 윌슨 베네시에서 계산한 용적 비교를 찾아보니 일반적인 패널로 아이소배릭 섹션과 미드/베이스 섹션을 나누어놓았을 경우 인클로저 안에서 각각 8.5리터와 12.8리터를 차지한다. 하지만 미드레인지 유닛 후방에 카본 나노텍 챔버를 적용했을 경우 각각 17.8리터 및 4.5리터를 차지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21.3리터에서 23.3리터로 에어 볼륨이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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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용적의 변화에서 단순히 에어 볼륨이 증가했다는 것은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소배릭 시스템 섹션의 용적 증가다. 8.5리터에서 17.8리터로 무려 두 배 이상의 용적 상승이 일어난다. 저역을 구사하는 베이스 우퍼 두 발로 이루어진 아이소배릭 저역 시스템에서 이런 용적의 상승은 능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로울 수밖에 없다. 모두 전면 미드레인지 유닛의 후방을 별도의 커브형 카본 나노텍 챔버에 수납함으로써 얻은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챔버 설계는 앞으로 다른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에서도 차용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이 정도 커다란 이득이 있다면 채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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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반적인 설계를 꼼꼼히 살펴보고 나니 엔데버의 정체성이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바로 엔데버는 단순히 디스커버리의 형이면서 동시에 레졸루션이나 카디널의 트리클 다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상위 플래그십 모델을 개발하고 하위 모델을 개발한 땐 유닛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크기를 줄이고 유닛을 제거해나가면서 개발한다. 아이소배릭 우퍼 시스템에서 트위터 그리고 미드레인지까지 이어지는 주파수 대역 할당 그리고 포트 구조와 A.C.T. 모노코크와 카본 탑에 이르기까지 보여주는 완벽에 가까운 진동 제어 시스템. 이 모든 균형은 상위 카디널 같은 모델의 축소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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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엔데버는 전용 스탠드에 장착해야만 한다. 사실 스탠드 마운드 형태의 스피커를 만들면서 종종 꼭 맞는 스탠드를 제공하지 않은 스피커 메이커가 있다. 물론 좋은 스탠드를 찾아서 구입하라는 의미겠지만 완벽에 가까운 스피커에 꼭 맞는 스탠드는 스피커를 설계한 제조사만큼 잘 만들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최적화된 스탠드를 만들어 공급하는 윌슨 베네시는 가장 이상적이다.

게다가 이들이 만들어낸 스탠드는 1991년 카본 톤암에 사용하는 베어링 설계 기법에서 착안한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엔데버와 기계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결합된다. 스탠드는 스피커의 일부로 설계되어 강력하게 결합되며 진동 에너지가 몰리는 하단을 보면 그 어떤 에너지도 저장하지 않고 내보낼 수 있게끔 독특하게 설계해놓았다. 이른바 케네매틱(Kinematic) 로케이션이라는 기술로 만든 전용 스탠드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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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버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최저 38Hz에서 최고 30kHz(-2dB 기준)으로 2.5웨이 저음 반사형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공칭 임피던스는 6옴이고 최저 4옴까지 내려간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500Hz와 5kHz에서 끊었는데 특히 중역과 고역 사이를 꽤 높은 5kHz에 형성시킨 모습이다. 따라서 미드레인지 유닛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한편 이번 테스트는 네임 ND555를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레이어 겸 DAC로 사용하고 앰프는 독일 T+A의 PA3100HV를 사용했다.

참고로 PA3100HV는 입력단에 JFET를 사용하고 파워앰프에선 드라이브단에 MOSFET, 출력단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푸쉬풀 증폭하는 인티앰프다. 하위 모델과 달리 MOSFET 같은 소자를 사용해 배음이 풍부하며 부드럽고 정밀하면서도 힘 있는 스타일이다. 출력은 8옴 기준 300와트, 4옴 기준 500와트를 내주면 광대역에 SN비가 115dB로 깨끗하면서도 대출력을 구사하는 저먼 하이엔드 인티앰프의 레퍼런스라고 할만하다.

청음

nah

엔데버는 제법 높은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자나 소파보다는 좀 더 높은 의자가 필요하다. 제대로 자리를 잡았을 경우엔 매우 정교하면서도 커다란 스테이징을 만들어내며 스피커는 완벽히 사라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나윤선의 ‘My favorite things’를 재생해보니 마치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 간 듯 보컬과 악기가 허공에 정확히 두둥실 떠오르며 입체감이 굉장하다. 오르골 소리와 보컬이 마치 검은 적막의 우주 공간 속을 유영하고 있는 듯 객체가 완전히 분리되어 들린다. 그러면서도 채널 밸런스 및 전체 대역 균형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cornelius

단순히 스탠드 마운트 형태의 북셀프라는 선입견은 이 스피커를 듣자마자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스탠드는 그저 스피커의 일부분일 뿐이다. 마치 카디널이나 레졸루션의 축소형이라고 인식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고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 약 세기 표현을 통한 다이내믹스가 매우 넓고 세밀한 세기 표현이 가능하다. 코넬리우스의 ‘Fit song’을 들어보면 2웨이 북셀프의 속도감과 정밀한 위상 특성에 더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펀치력이 일품이다. 번개처럼 빠르면서도 슬램한 타격감 등 북셀프와 대형기의 장점을 모두 버무려놓은 모습이다.

osmo

이 스피커를 듣자마자 무척 세밀하게 분할된 입자가 매우 곱게 느껴지며 모든 대역에 걸쳐 탁월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미세 분진처럼 곱고 말랑말랑한 촉감은 아무래도 미드레인지와 그 후방의 카본 나노텍 챔버에서 기인한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오스모 벤스케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로 말러 교향곡 6번 1악장을 들어보면 웅장한 무대를 그리면서도 급작스러운 어택은 빠르고 권위적으로 들리며 연속적인 어택 사이사이에서도 아주 세밀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살아있다. 이런 섬세한 세기 표현들은 어떤 순간에서도 경박함이나 거친 질감도 발견할 수 없게 만든다.

fink live

엔데버의 강력한 무기는 아이소배릭 우퍼 시스템이다. 이 탁월하게 조율된 더블 우퍼 구조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립적이며 과도한 과장이나 축소가 없다. 물론 상위 카디널이나 레졸루션의 더 확장된 저역에 비하면 다이내믹 컨트라스트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이 가격대에서 구할 수 있는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와 비교하면 충분히 어깨를 겨눌만하다. 핑크의 ‘Perfect darkness’를 라이브 실황으로 들어보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운행을 보이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ratm

저역은 거의 공진이나 그룹 딜레이를 만들어내지 않고 빠르고 자연스러운 저역을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더 공격적이었으면 좋을 때도 있지만 그럼 순도에서도 손해를 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탁한 저역은 없는 편이 더 낫다는 나의 지론에도 부합하는 저역이다. 하지만 이런 중, 저역 운행은 종종 힘을 잃고 느슨해져 페이스를 잃어버릴 만도 한데 아주 적당히 조율된 저역을 보여준다. 보즈 스캑스의 ‘Thanks to you’, 더 나아가 RATM의 하드코어 록 넘버에서도 쥐어짜는 리듬이 아니라 넓은 다이내믹 헤드룸 안에서 여유 넘치는 속도와 리듬감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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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현장에선 무대 위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악기와 청취자 사이엔 사실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가정용 오디오는 종종 중간에 커튼을 쳐버리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착색이 배제된 엔데버는 매우 투명하게 무대를 조망해준다. 전/후 거리는 굉장히 깊으며 특히 귀 높이를 제대로 맞추었을 땐 악기나 보컬의 상/하 높이까지도 층층이 표현해준다. 예를 들어 가디너 지휘로 바흐의 ‘Cum sancto spiritu’를 들어보면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맑은 중역과 고역은 매우 안정적이며 선명한 무대를 만들어내며 성부와 성부의 음색은 물론 레이어링을 또렷하게 구분해준다. 종종 천상에서 내려오는 듯한 가슴 벅찬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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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엔데버는 윌슨 베네시가 수십 년 동안 우주 항공 등 첨단 연구 팀들이 상주해 있는 셰필드의 AMRC 연구단지에서 고단한 시간을 견디며 이룩한 기술이 모두 투입된 초유의 프로젝트다. 따라서 카본과 알루미늄, 3D 기술 등 지금까지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기술을 통해 굉장히 복잡하고 정밀한 가공 품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음질적 이상향에 다가갈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결과적으로 엔데버는 카본을 넘어 카본 나노텍 그리고 유리 섬유, 아이소택틱 폴리프로필렌 등 무척 다양한 소재 기술의 결정판이다. 더불어 독보적인 구조 역학을 통해 효율적인 어쿠스틱 로딩 기법을 만들고 공진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없애버렸다. 투명한 미드레인지와 손상되지 않은 배음은 중립적이면서도 차갑지 않은 뮤지컬리티를 확보했고 더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마스터 음원의 정보를 표현해주었다.

크기가 문제라면 비슷한 가격대에 더 크고 더 묵직한 저역과 권위감을 가진 스피커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영역에 걸쳐 균형 있게 조율된 스피커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스피커의 형태나 가격적 경계를 넘어 엔데버는 수년간 들어본 스피커 중 최고작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디스커버리로 이미 북셀프 스피커의 제왕에 오른 바 있었던 윌슨 베네시는 더 강력한 제왕 엔데버를 들고 귀환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Drivers

1 x 25mm ( 1″) Wilson Benesch Semisphere tweeter
1 x 170mm ( 7″) Wilson Benesch Tactic II mid-range drive unit
2 x 170mm ( 7″) Wilson Benesch Tactic II Isobaric bass drive units

Construction

Poly-alloy hybrid construction
High performance carbon composite A.C.T. monocoque
Carbon-Nanotech mid-range enclosure with carbon fibre port
Isobaric enclosure with dual carbon fibre ports
Variable Isobaric enclosure porting achieved by airflow adapters
4kg precision machined Isobaric drive bass board

Performance

2.5-way stand mounted monitor
Impedance: 6Ω nominal / 4Ω minimal
Sensitivity: 89dB at 1 metre on-axis, 2.83V Input
Frequency response: 38Hz – 30kHz +/- 2dB on-axis
Minimum amplification power recommendation: 100 W / channel
Crossover frequency: 500Hz / 5kHz

Dimensions

Height: 1475mm ( 58″)
Width: 245mm ( 9.6″)
Depth: 435mm ( 17.1″)
Volume: 22L
Weight per channel: 70kg (154 lbs)

Finishes

Aerospace silk black baffle, spine and foot
High gloss satin weave carbon fibre cabinet
High gloss carbon fibre top
Bespoke side cheek options – see FINISHES above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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