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국보급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1886년에서 1887년에 여름 여행을 떠났다. 가족과 함께 한 이 두 해의 여름 여행은 일단 섬을 향했다. Norrskata 섬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두 번째 여름은 Korppoo 교회 마을의 중심가에서 보냈다고 한다. 1886년 그리고 1887년 두 해에 걸쳐 시벨리우스 가족이 보낸 여름 여행에서 그는 각각 ‘Hafträsk’ Trio(JS 207)와 ‘Korppoo’ Trio(JS209)를 작곡했다.
그리고 2016년 제정 러시아의 속박 속에서 핀란드가 독립을 선언한지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 시벨리우스 트리오라는 이름의 피아노 삼중주는 동명 타이틀 앨범을 발매했다. 총 두 장의 앨범은 시벨리우스가 쌓아올린 또 다른 보석들을 건져 올렸다. 시벨리우스의 초창기 실내악 세 곡을 포함 사리아호의 <나는 두 번째 심장을 느낀다>, 벤네스코의 <헛기침> 등 그리고 아르헨티나 작곡가 디에고 시시의 곡들을 녹음해 시벨리우스 음악을 멋지게 재해석했다.
본 두 장의 엘피는 당시 2CD로 발매되었던 것 중 첫 번째 CD에 담긴 녹음을 45RPM 엘피로 출시한 것이다. 한 장은 바로 ‘Korpo Trio’ 전곡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Nene’과 ‘Ruminations’다. 4RPM이다 보니 많은 곡을 담지 못했지만 애초에 녹음 자체가 워낙 뛰어난 앨범이다.
특히 엘피가 반가운 것은 얄룽 레코드의 음향적 고집 덕분이다. 이전에도 소개했지만 얄룽 레코드는 녹음 과정은 물론 마스터링 부문에서도 하이엔드 사운드를 지향한다. 머징 테크놀로지 장비 및 RCA6072 진공관을 채용한 AKG 마이크, EMTEC의 Agfa 468 테잎을 사용한 소노루스 ART12 레코더 등을 사용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들은 DSD, DXD 등의 포맷으로 이미 발매된 적이 있는데 이번엔 엘피로 재탄생했다.
역시 이번에도 얄룽과 꾸준히 친분을 다져온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름 아닌 스티브 호프만 그리고 버니 그런드먼 같은 거물들이다. 얄룽 레코드의 엘피는 매우 뛰어난 음질을 자랑한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이 모두 민족주의와 교향시로 가득한 것만은 아니다. 이 앨범들에선 마치 시벨리우스가 비교적 젊은 시절 여행했던 19세기 후반의 그 여름의 따뜻한 가족애와 더위를 식히는 상쾌한 바닷바람이 동시에 밀려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