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와 음원의 차이를 단순히 맞비교하는건 어불성설이다. 특히 LP와 디지털 음원이 각각 누구에 의해서 마스터링 되었는지도 다르고 LP의 경우엔 별도의 마스터링 엔지니어에 의해 마스터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LP에서 마스터링이라면 마스터 커팅을 포함한 광의적인 작업을 의미한다. 요즘 보면 LP 마스터링이 뭔가 특별한 것처럼 여겨지는데 원래 예전부터 LP 마스터링은 유구한 세월동안 있어왔던 제작 과정 중 일부다. 워낙 중간에 CD 등 디지털의 득세로 그 명맥이 조금 끊겼을 뿐. 그래서 케빈 그레이나 버니 그런드먼 등 오랜 경력을 지난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부족한 형편이고 그래서 저들이 더 부각되는 현실이다.
아무튼 요즘 출시되는 LP들은 신보일 경우 디지털 녹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재발매가 아닌 신보 LP의 경우 디지탈 마스터 음원을 가지고 LP 마스터를 제작한다. 그렇다면 아날로그 매체인 LP에 디지털 음원을 담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반문을 던질 수 있다. 그렇다. 요즘 디지털 녹음은 그냥 음원으로 듣는 게 상식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음질과 별개로 LP라는 피지컬 매체가 갖는 물성,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불편함 속에 이율배반적으로 녹아 있는 ‘감성’을 즐기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 원래 디지털 녹음을 마스터로 사용해 제작한 LP 신호를 다시 AD 컨버팅시켜 디지털로 환원시키면 어떤 소리가 날까? 아니 본래 디지털 음원과 뭐가 다를까?
정말 순수하게 재미로 비교해보았다. 나드 M33의 포노단은 AD 컨버팅을 거치는 방식이기 때문. 비교적 최근 녹음인 위켄드의 ‘Starboy’를 M33의 포노단을 통해 디지털 신호로 되돌려 증폭시킨 후 들어보고 타이달의 MQA 고해상도 음원으로 재생해보았다. 물론 서로 다른데 LP 쪽은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도 확실히 LP의 특성, 정확히는 카트리지의 특성이 꽤 묻어나온다. 이번에 비교할 땐 레가 P6에 Exact II MM 카트리지를 사용했는데 정확히는 레가 카트리지의 음질적 특색이 드러나 타이달 MQA와 대비되었다.
예전에도 타스캄 AD 컨버터를 사용해 LP에서 DSD나 PCM 신호를 추출해 들어본 적이 있다. 이 때 카트리지는 물론 함께 사용한 승압 트랜스와 포노앰프의 특성이 디지털 음원에서도 드러났었는데 M33의 포노단에서도 역시 이런 패턴이 발견된다. 10년도 더 된 얘기지만 예전에 초희귀 LP에서 음원을 추출해 CD로 구워 듣던 적이 있다. 대신 귀하고 비싼 LP는 고이 랙에 모셔두었고. 나드 M33에 저장 기능까지 있었으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아무튼 디지털 음원을 마스터로 찍은 LP 소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한다면 이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다이나벡터 버전 LP, 레가 버전 LP, 고에츠 버전 LP, SPU 버전 등 각양각색의 사운드를 디지털 음원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아니, 아예 포노앰프에서 이런 사운드 모드를 지원해주면 재미있을 듯하다. 카트리지 제조사들이 반기를 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