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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 매트에 반하다

베르테르 Techno Mat

verter technomat thumb

에너지 변환과 진동

중학교 시절 턴테이블을 구입하고 만지기 시작했으니 벌써 30년은 된 것 같다. 엘피를 처음 구입하고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후 카트리지를 올려놓고 숨 죽이며 노래가 흘러나올길 기다리던 순간. 그 당시 느낌은 지금도 뇌리에 또렷하다. 카세트 테잎이나 시디도 좋았지만 유독 엘피로 음악을 즐기길 좋아했던 건 아무래도 처음엔 시작적인 효과가 컸던 것 같다. 뭔가 빙빙 돌아가면서 물리적인 움직임을 보이면 그것과 연동되어서 음악도 흘러나왔으니까. 더 역동적이고 실체적이었다고 할까?

나중에 본격적으로 좀 더 값비싼 턴테이블을 선택하고 구입, 운용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턴테이블은 온갖 물리적, 전기적 영향의 지배를 받는다. 참 까다로운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그 간단한 걸 제대로 설계하고 만들 줄 아는 메이커는 디지털 관련 메이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디지털 스트리밍이 주요 음악 매체로 자리 잡은 요즘도 여전히 새로운 턴테이블 메이커가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독점적 기술과 수요 사이의 불균형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 면에서 파나소닉의 테크닉스 인수와 재생산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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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변수들이 음질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엘피를 읽어 들이는 카트리지는 진동 에너지를 소리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건 스피커의 재생 원리와 비슷해서 이른바 트랜스듀서(transducer)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소릿골에 각인된 진동 외에 다른 진동이 끼어들게 되면 아주 쉽게 소리를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역으로 짚어보면 카트리지를 매달고 있는 톤암부터 톤암 베이스 그리고 그 베이스가 장착된 몸체를 들 수 있다. 더 나아가면 턴테이블의 발은 물론이며 턴테이블을 올려놓는 오디오 랙까지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카트리지에 불필요한 진동을 전해줄 가능성을 가장 많이 내포한 것은 플래터다. 플래터 자체가 스핀들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자체 소음을 만들어낼 소지는 충분하다. 플래터 외부 요인도 크다. 다이렉트 드라이브가 되었든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이 되었든 플래터는 모터의 도움을 받아 회전하며 모터의 진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모터가 회전하면서 만들어내는 진동, 코깅 현상 모든 것들을 마치 아무리 잘 닦은 노면을 달리더라도 덜컥거리는 차를 찬 것처럼 진동과 소음을 만들어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vertere techno mat turntable 2

턴테이블 매트

이런 진동은 기본적으로 턴테이블과 톤암의 완성도에 관계되어 있다. 오디오 랙 등 주변 여건 이전에 잘 만든 고정밀 모터와 플래터, 톤암이 얼마나 진동에 잘 대응하도록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턴테이블을 당장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면? 우린 이럴 때 액세서리의 도움을 조금이나마 빌릴 수 있다. 그 중 턴테이블 플래터 위에 까는 매트는 이런 진동을 흡수해주어 진동으로 인한 음질 저하를 일정 부분 막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턴테이블 매트에 대한 필자의 경험은 이 지면에 다 쓰기 힘들 정도로 꽤 많다. 한동안 매트만 여러 개 구입해서 다양하게 테스트해본 적도 있고 링맷(Ringmat) 같은 경우 레가 및 린 LP12와 함께 꽤 오랫동안 종류별, 두께별로 적용해서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특정 매트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어서 어떤 땐 오히려 기본으로 주는 매트가 더 고급 매트보다 내 음악적 취향에 더 부합하기도 했다. 최근엔 아츠 오브 오디오가 제작한 카본 매트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vertere techno mat turntable 3

테크노 매트

최근 다시 매트를 하나 발견했다. 내게도 익숙한 브랜드로서 국내에선 케이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턴테이블 전문 메이커라고 할 수 있는 베르테르가 턴테이블 매트를 내놓은 것. 이름은 ‘테크노 매트(Techno Mat)’라고 한다. 제품은 겉으로만 보면 엘피인 줄 알 정도로 엘피 크기에 재킷도 엘피와 동일하다. 하지만 내용물은 확실히 매트다. 일단 두께가 꽤 두툼한데 베르테르는 중앙 직경을 4.5mm와 7mm 등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 판매 중이다. 4.5mm는 베르테르 턴테이블 용도며 7mm는 범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이번에 테스트한 매트는 7mm 버전이다.

우선 매트를 꺼내 손에 들면 생각보다 꽤 무겁다. 대신 마치 피자처럼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물성을 지녔다. 매트의 두께는 약 3mm 정도. 흥미로운 건 상단과 하단의 마감이 다르다. 하단은 코르크와 폴리머를 겹쳐서 만들어놓은 모습이며 상단은 비균질성 표면을 가진 섬유 소재다. 상단 레이어의 이런 소재는 필자가 사용하는 레가 턴테이블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펠트 매트를 연상시키는데 일종의 에어 쿠션 역할을 한다고 한다.

Vertere TechnoMat 2

결과적으로 이 두 개의 레이어 층을 각기 다른 소재로 만들어 합해놓으면 놓은 관성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테크노 매트는 중앙 센터 홀을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긴 홈을 여러 개 파놓고 있다. 이는 아마도 진동을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링맷 같은 매트와 유사한 점이기도 하다.

코르크로 마감된 하단은 추가적인 기능을 새겨놓았다. 다름 아닌 스트로보스코프 기능이다. 뭔가 라도 하나 더 사용자를 위해 기능을 마련해주려는 배려로 보인다. 사실 이런 스트로보스코프 하나도 따로 구하려면 번거롭기도 한데 매트에 이 기능이 추가되어 있어 편리하다. 50Hz와 60Hz 각 주파수에서 33회전과 45회전이 꼭 맞는지 턴테이블 플래터 위에 얹고 확인해보는 용도다. 국내는 60Hz 기준이니 플래터 회전시 60Hz로 표기된 안쪽 점선 두 개가 각 회전 속도에서 정지한 것처럼 보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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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평소 여러 가지 매트를 구비하고 때에 따라서 종종 바꾸어 듣기고 하는데 어떨 땐 그냥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펠트 매트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엔 좀 더 집중해서 들어보았다. 레가 RP10 턴테이블 그리고 트랜스로터 ZET-3MKII 등이 그 주인공. 하지만 RP10은 톤암 높이 조정이 불가능해 트랜스로터 턴테이블로만 테스트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 카트리지는 다이나벡터 DV20X2, 포노앰프는 서덜랜드 PHD, 그리고 프리마루나 EVO400 및 베리티 Rienzi 등을 사용했다. 참고로 한 번 더 강조하면 검은 색 부분이 상단이다. 따라서 이 부분을 위로 향하게 설치해놓고 사용해야 제조사에서 설계시 의도한 성능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무대가 전반적으로 차분해졌다. 덩달아 보컬이나 피아노 사운드가 모두 침착하게 들린다. 예를 들어 에바 캐시디의 엘피 중 최근 발매된 45RPM 엘피에서 유명한 ‘Fields of gold’를 들어보면 보컬 심도가 더 곧고 대신 전체 사운드가 누르러져 더 조용한 가운데 그녀의 보컬에 정신이 집중된다. 실제 음상 자체도 흔들림 없이 더 또렷해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면 약간 들뜬 듯 한 모습이다.

vertere techno mat turntable 5

겨울철이라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면서 엘피 애호가를 괴롭히는 계절이다. 하지만 며칠간 사용하면서 일반적으로 저가의 펠트 매트에서 종종 보이는 정전기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하나는 저역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 이 테크노 매트는 양감을 축소하지 않는다. 보기엔 전체 양감을 죽여 단단하게 압축하면서 음향적으론 좋을지 모르겠지만 음악적 뉘앙스를 억누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알론 로트링거의 [In The Light]에서 베이스나 드럼 사운드는 그 양감은 유지하면서 윤곽, 펀치력이 좀 더 살아나 명료한 느낌만 증대시키는 모습이다.

역시 이런 액세서리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곡들은 클래시컬, 그 중에서도 대편성 녹음들이다. 예를 들어 이지 오우에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코플랜드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르’를 들어보면 저역이 더 맑고 명료하게 들리며 펀치력도 높다. 아마도 없었던 저역이 보강될 리는 없고 진동 저감으로 인해 동일한 저역 주파수 대역 움직임도 좀 더 선명하게 들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배경이 깨끗해지면서 약음 포착 능력도 더 상승한 모습. 말하자면 청감상 SN비가 높아졌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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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턴테이블 매트는 무척 간단해보이지만 엘피와 직접 맞닿는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 구성과 설계의 간단함에 비해 음질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단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막상 적용하려면 그 두께가 좀 있는 편이라 귀찮을 때가 많다. 이 얇은 매트 하나 끼우려고 톤암 풀어 높이를 높여 카트리지 VTA를 조정하고 수평을 맞춘다. 그리고 그 사이 틀어졌을지 모를 침압도 다시 맞추어야한다. 하지만 이런 수고를 더하고 났을 때 음질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으면 소중한 저녁 시간을 허송세월처럼 날려버린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베르테르 제품은 카트리지부터 케이블까지 테스트해보았지만 음악적 핵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중립적인 밸런스를 잡아준다. 그리고 음악적 코어를 남겨둔 채 필요 없는 주변 보풀만 말끔하게 정리해준다. 테크노 매트도 마찬가지로 한 눈에 반해버려 아마도 한동안 애용하게 될 것 같다. 베르테르 매트는 모든 아날로그 애호가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어줄 것이다.

글/사진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조사 :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www.vertereacoustics.com)
공식 수입원 : 반오디오 (http://bannaudio.com)
판매 링크 : https://smartstore.naver.com/bannaudio/products/5802199295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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